육지에는 몇일 째 계속 비가 온다는데
여기 제주도는 어제도 쾌청, 오늘도 쾌청.
그래서 오늘은 올레 8코스를 걷기로...
그리고 8코스 대포항구에서 요트를 타보기로 했답니다.
요트~~내년 5월 20일까지 9시20분에 출발하는 배에 한하여 무료라기에
어떤건가 싶어서..어제 예약했답니다.
아침 일찍 시내버스, 시외버스 갈아타고 중문초등학교에서 내려 30여분 걸어
대포항구에 도착했습니다.
버스에서 내리면 항구가 가까운 줄 알았는데...한 30분 정도 걸었지 싶어요.
가는 길을 몰라서 덕성반점 앞에서는 길 건너편의 마라톤 연습하는 아저씨에게 큰 소리로 물었어요.
" 저기 저 아래 로타리에서 좌회전 해서 가세요."
내려가보니 컨벤션 센타, 좌회선 해서 한참 걸어가니 아프리카 박물관.
도대체 대포항구는 어디에 숨어있는거야...
이번에는 스쿠터 타고 가는 아줌마에게 물었어요.
" 나 따라 오세요.." 해놓고는
부웅~~혼자 가버립니다.
아니, 걸어가는 사람이 우째 스쿠터를 따라갈 수가 있나???
아줌마, 나 스쿠터 뒤에 태워서 가시지....
(나중에 알고보니 내가 내린 곳 건너편에서 5번 버스 타면 바로 대포항에 온다고,..공항에서 600번 리무진을 타도 되고..)
그렇게 해서 찾아낸 대포항구.
그랑블루 요트 예약실이라고 적힌 사무실에 갔더니
친절한 직원, 패스포드 확인하고 이렇게 번호표와 함께 캔 커피까지....
내 앞에 열 일곱명이 예약을 했구나!!!
요것이 오늘 탈 그랑블루 요트라고 합니다.
요트...말로만 듣던 녀석입니다.
내가 부산행, 목포행, 완도행 카페리, 그리고 장흥행 쾌속선, 마라도,가파도,우도, 비양도...가는 조그만 배..
자동차 탄 채로 타는 바지선...이것 저것 다 타봤지만 요트...요건 처음입니다.
일단 요트 안으로 들어가보니...
선글라스에 빨간 잠바..를 입은 승선요원들이 대 여섯분 계시고..
음료수와 과자들이 준비된 테이블..
요런 것도 있고...
요런 것도 있고...
아래쪽 선실로 내려가보니 침실도 있고, 화장실도 있더군요.
아하~~영화에서나 보던 요트가 이런 것이구나!!
말하자면 땅 위에는 캠핑카가 있다면
바다에서는 그것이 요트라는 것.
낚시대가 즐비하게 준비되어있고, 저기 작은 통에는 미끼들이 들어있어요.
내가 찍었는데..이건 뭐지?
아하, 오늘 항해를 맡으신 선장님 자리였네요.
동력으로 가다가 어느 곳에선가 돛을 펼치더군요.
요트 안에서는 그 돛을 카메라로 다 담을 수가 없었어요.
이 항해사들은??? 16번과...00번이 항해사 체험활동 중^^(실제 상황이 아님)
오늘 승객이 여기 다 모였습니다.
제일 왼 쪽은 영업부장님.
나머지 5명이 오늘의 승객이었는데요.
그 중 올레꾼은 오로지 1명.
(나머지 4명은 영업부장님 친구들인데...한 사람의 승객을 위해 찬조탑승^^)
그러니까 진짜 승객은 저 혼자였답니다.
한 명의 올래꾼을 위하여 약속대로 요트를 띄워주신 그랑블루~~
정말 대단합니다.^^ 그런 신의를 가진 기업이라면 대박날 듯 하지 않나요?
드디어 올레꾼을 위한 그랑블루 요트가 대포항구를 미끄러져 나옵니다.
해안에서는 볼 수 없었던 해안선이 그림처럼 나타납니다.
요트 위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주상절리 해안도 바다쪽에서 보니 더더욱 신비롭습니다.
그리고 주상절리 위 저 길도 오늘 내 두 발로 걸어갈 길입니다.
오늘 하루 걸을 길을 눈으로 먼저 주욱~~이어 한 눈에 담아봅니다.
주상절리 해안을 따라 걸어와
저기 저 중문해수욕장 모래사장을 걸어가겠지요.
그리고 어여쁜 계단을 올라 하얏트 호텔로 올라갈거고요.
하얏트 호텔의 멋진 정원에서 배낭에 넣어온 커피를 한 잔 마실거고요.
낙석 위험이 있어서 봉쇄한다는 해병대 길을
조심 조심 걸어 저 갯깍 주상절리를 넘어서겠지요.
해병대 길을 지나고 나면 오늘은 논짓물에 발을 한 번 담궈보리라.
송악산, 대평포구의 박수기정, 산방산, 군산이 한 눈에 보입니다.
요트를 타고 나서 오늘 8코스를 걸으면 당도할 곳이 저 멀리에 보입니다.
바다 위에서 오늘 걸을 길을 한 눈에 담아보니
보는 것은 잠깐이로되 그 길이 하염없이 길어보입니다.
저 기나긴 길을....미리 다 보고서야 어쩌면 걸을 엄두가 안 날 수도 있겠구나.
하지만 막상 길 위에 오르고 첫 걸음을 떼고
느릿 느릿 걷다보면 끝내는 닿아야 할 곳에 닿아있으니...
인생도 그렇지 아니할까.
눈 호강을 실컷 하고 나서 이번에는 바닷 속을 슬며시 들여다 봅니다.....
낚시대로 신호를 보내봅니다.
거기 누구 있나요??
있으면 대답을 해보세요!!
월척은 아니지만 이렇게 예쁜 고기가 미끼를 물고 하늘 위로 솟구쳐 올라왔습니다.
..실은 내가 잡은 것, 아닙니다.
내 낚시는 매번 미끼만 없어지고 말았는데 다른 사람이 낚은 고기예요.
아, 그런데 고기의 색이 너무나 반짝 반짝 빛이 났어요.
시장바닥에서 파는 생선들에게서는 한번도 볼 수 없었던 광채..
아, 원래는 이런 모습이었구나.....!
잠시 속세에 올라왔던 바닷속 신선은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었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요.
그리고 이상한 신호에는 대답을 하지 않으시기 바랍니다.
이건..요트 승객에게 제공하는 보너스!
인간이 참 요상하지요.
잡았다가 놓아주고..그래놓고 요렇게 접시 위에 담아놓고 젓가락을 잡습니다.
바닷속 신선과 이것은 아주 별개의 것이라고 여깁니다.
참 편리한 뇌구조입니다.
그리고 빛고운 와인도 한 잔!
눈으로만 즐긴 와인이었습니다.
음, 저 와인, 누가 마셨을까?
오늘, 8코스 올레길 걸으러 가다가
이렇게 1시간 동안 바다 위의 캠핑카, 요트 놀이를 즐겨보았습니다.
내년 5월 20일까지
올레패스포트 소지자에 한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하니
8코스 올레 걸으시는 분들,
이 기회에 한번 체험해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이런 저런 색다른 체험이었습니다.
항구에 돌아와서 내리려는데
사장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올레꾼들은 올레 홈페이지에 잘 안들어가나 봅니다.
나는 올레꾼들이 엄청나게 올 줄 알았는데..이상해요."
" 하하, 아직 몰라서 못 오는거예요.!"
오후에 중문해수욕장에서 만난 두 여성 올레꾼.
요트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 어머, 정말요? 와, 요트 한 번 타보고 싶었는데..우리 둘 다 패스포트 있어요."
내가 준 리플렛 보더니 그 자리에서 당장 예약했답니다.^^
그 분들,
오늘 걸은 8코스를 내일은 눈으로 다시 한번 걷겠지요?
첫댓글 아, 좋은 체험 하셨네요 오늘은 너럭바위님 부부도 호호아줌마님 글을 보고 요트타러 가셨답니다''
교통편은 리무진버스가 대포항에 정차한답니다 그게 제일 편하구요 아니면 중문에서 택시로 가시면 기본요금입니다,,
좋은 정보를 알려 주셔서 제주여행의 백미를 맛보게 해주신 호호아줌마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4일에는 날씨가 더욱 좋았고 요트 뒤에 거치한 2대의 전문가용 낚시로
2마리의 엄청큰 넘(?)이 잡혀 환상의 회 맛을 보았습니다.
24일, 제주시에는 하루 종일 비가 왔답니다. 그래서 걱정이 되었지요. 비오면 요트..재미 없을텐데..싶어서요. 너럭바위님이 복이 많으신가봅니다. 날도 맑고 엄청 큰 고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