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 모두에 잘 알려진 옛 시인
아마도 중국과 일본에 모두 잘 알려진 우리나라 한시 작가는 허난설헌(許蘭雪軒)이 유일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당나라에 유학한 고운 최치원(孤雲 崔致遠)은 중국에서는 유명했지만 일본에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미 앞에서 소개한 대로 허난설헌이 꽃같은 나이에 요절하자, 동생 허균은 누이의 주옥같은 시들을 모아 명나라 사신 주지번(朱之蕃)에게 건냅니다. 시의 내공이 심상치 않음을 눈치챈 그는 자기 나라로 가져가서 시집을 내게 되는데 예상대로 중국 여인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지요. 이는 국내로 재 수입되고 일본으로도 건너갑니다. 특히 임진왜란이 끝난 후 조선과 일본 사이에 화해 무드가 조성되고 부산진 등 교역항이 열리자 우리나라의 문화 상품도 일본으로 건너가게 되었는데, 그 중에 허난설헌의 시집이 포함되어 있었음은 쉽게 짐작이 갑니다.
장강 삼협(三峽) 백제성(白帝城)에 세워진 한시비

삼협 백제성에 새겨진 난설헌의 竹枝詞 / 沈鵬 글씨
(다음 블로그 '둔굴채'에서 허락도 없이 캐춰 한 것. 죄송!)
장강 삼협 요충지에 우뚝 서있는 백제성(白帝城)은 중국 삼국시대 촉주 유비(劉備)가 제갈량를 불러 아들(劉禪)을 부탁하고 운명한 곳으로 유명하지요. 이곳이 하도 절경이라 많은 시인묵객들이 다투어 찾아 글을 남긴 곳이기도 합니다. 당나라 대시인 이백(李白) 은 '아침에 꽃 구름 속 백제성을 하직하고(朝辭白帝彩雲間)' 로 시작하는 절창(朝發白帝城)이 탄생한 성입니다. 그런데 이곳에는 허난설헌의 시 '죽지사(竹枝詞)' 4수 중 제2수가 돌에 새겨져 있음이 알려졌는데, 그것도 중국 근대 유명 서예가(沈鵬)의 멋드러진 필체로.. 그러나 작가가 허난설헌이 아니라 조선 성(成)씨라 되어 있어 아쉬움이 남습니다.
연가(竹枝詞 二首) / 허난설헌
瀼東瀼西*春水長(양동양서춘수장) 양동과 양서*에는 봄 물이 넘치는데,
郞舟去歲向瞿塘*(낭주거세향구당) 임 실은 배는 작년 구당협*으로 떠났어라.
巴江峽裏猿啼故(파강협리원제고) 파강 골짜기에 원숭이 구슬피 울어대더니,
不度三聲已斷腸(부도삼성이단장) 세번 울지도 못하고 애간장이 끊어졌다네.
*양동과 양서(瀼東瀼西) : 장강 상류 사천선 거주에 瀼東이 있고 건너편이 瀼西
*구당(瞿塘) : 장강 삼협의 하나인 구당협, 무협의 상류로 물살이 거세기로 유명.
이 시에는 온통 중국의 지명만이 등장하는데, 이는 '단장(斷腸)'이란 말의 유래가 바로 장강(長江) 삼협에서 있었던 고사이기 때문입니다. 진(晉)나라 때 장수 환온(桓溫)이 삼협(三峽)을 지날 때, 한 병사가
장난삼아 새끼 원숭이 한 마리를 잡아 왔는데, 어미 원숭이는 슬피 울며 배를 쫓아 수백리를 따라왔다네요. 배가 강가에 이르자, 어미
원숭이는 배 위로 뛰어올라왔지만, 겨우 세번 울고는 그만 죽고 말았답니다. 배에 있던 이들이 원숭이의 배를 갈라 보니 이미 창자가 마디마디 끊어져
있었다나요. 물론 난설헌의 연가는 이 고사를 들어 애닲은 사랑의 노래를 읊은 거지만..
그리고 다음은 허난설헌을 소개한 중국 사이트 중 일부입니다.
许兰雪轩(1563~1589),朝鲜李朝女诗人。本名楚姬,兰雪轩是她的号,又号景樊。生于一个有文化教养的贵族家庭。
出生时间 1563年, 去世时间 1589年
她的弟弟是著名小说家许筠;父兄也都是文坛知名之士。幼年聪慧多才,从诗人李达学习诗文,8岁作《广寒殿玉楼上梁文》,受时人称道。嫁进士金诚立,丈夫死于国难,遂为女道士。许兰雪轩铜像
许兰雪轩的一些诗作往往流露出贵族妇女的情趣;父亲的去世,哥哥的被流放,家庭生活的不愉快,造成她一种抑郁、伤感的气质,在许多写别离、相思、怀旧的诗里,透露着凄苦的心情。社会现实生活中的种种问题,也常使 她有感而发之于诗。在她的笔下,有边防将士练兵习武的形象,有筑城役夫对统治阶级无能抵御外敌的忧虑,有贫苦农民的悲惨遭遇,表现了她对国事的关心和对劳动人民的同情。《贫女吟》写贫苦的少女,寒冬深夜,两手冻得僵直,还在为别人做嫁衣裳,表达了她心中的不平。有的诗用鲜明对比的手法,揭露封建社会的阶级对立。此外,尚有一些吟咏男女爱情和山水景物的诗篇。 许兰雪轩的作品传来中国较早。1598年中国明人吴子鱼随军东援朝鲜,从许筠处得其诗200多篇。又有诗集名《兰雪轩诗集》,由朱之蕃带回中国刊行,附有明使臣梁有年的序文。沈德潜认为她的一些作品“风格意度俱好”。
동 사이트에 소개된 난설헌의 동상(上)과 초상(下)

필자는 중국어는 잘 모르나 내용이 앞장에 소개한 것과 얼추 비슷하기에 우리말 해석은 생략합니다. 다만, 위 중국 사이트에 특별히 소개한 난설헌의 시 '빈녀음(貧女吟)'은 여기에 우리말 새김과 함께 붙입니다.
가난한 여인의 노래(貧女吟) / 허난설헌
手把金剪刀(수파금전도) 가위로 옷을 마르노라면,
夜寒十指直(야한십직지) 추운 밤에 열손가락이 굳어오네.
爲人作嫁衣(위인작가의) 남을 위해 시집갈 옷을 만들건만,
年年還獨宿(연년환독숙) 해마다 이 몸은 독수공방이라오.
일본 사이트에도
일본 사이트에 난설헌의 곡자(哭子)를 소개한 게 있어 붙입니다. 다만 이 시는 앞서 소개한 바 있고, 그녀의 이야기도 별 다른 내용이 없어 우리말 새김은 생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