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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만큼 살아왔음에도
아직 하지 못한 말이 남아 있습니다
고마운 건 고마운 거니까, 고마운 건 참 좋은 거니까요
고맙습니다
사랑과 이별에 관한 우리의 보통 이야기를 시인만의 특별한 감성과 색채로 그려낸 원태연의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작사가로도 활발히 활동한 그는 태연, 백지영, 성시경, 장나라, 허각 등 당대 최고 발라드 가수들의 노랫말을 쓰며 누군가의 삶에 한 페이지로 기록될 특별한 순간들을 만들어왔다. 어린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마음 깊숙한 곳에 겹겹이 쌓아두었던 고민과 슬픔, 관계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담아낸 이번 에세이에서는 평범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위로의 한마디를 우리에게 건네고 있다. “고맙습니다, 그래서 나도 고마운 사람이고 싶습니다.”
원태연은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를 시작으로, 『손끝으로 원을 그려봐 네가 그릴 수 있는 한 크게 그걸 뺀 만큼 널 사랑해』 『사용설명서』 『사랑해요 당신이 나를 생각하지 않는 시간에도』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다가 시집 『안녕』을 끝으로 오랜 공백기를 가졌다. 이 책은 그의 마지막 산문 이후 24년 만에 나온 신작 에세이다.
『고맙습니다, 그래서 나도 고마운 사람이고 싶습니다』는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보았을 자기 자신에 대한 오해와 이해 그리고 위로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특유의 솔직한 화법으로 풀어놓는다. 군더더기 없이 솔직하게 내보이는 작가로서의 속마음부터, 부모?친구?선생님처럼 어린 시절 나의 세상의 중심이 되었던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얻게 된 크고 작은 상처와 응어리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과 그리움, 인생을 살면서 하나 둘 얻게 된 성찰까지. 그가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여러 이야기는 풍부한 감성에 세심히 골라낸 기억이 더해져 경쾌하지만 가볍지 않은, 울림이 있는 문장이 되어 다시 한 권의 책이 되었다.
목차
ㆍ 이제 막, 첫 장을 펼친 당신에게…
1. 당신의 비밀을 말해주세요
자기… 자비?
나에게 제출하는 나의 하드코어 반성문
자비
마음의 무게
나는
그리고 나는
그래서 나는
멋있는 남자
눈물 버튼
오십 원
귤껍질
첫 이사
십 원짜리 다섯 개
그게 나였다
나는 나한테 사과해야 된다
두 번째 장래 희망
나에게 보내는 편지
원태연이
곰팡이 냄새
2. 움직이는 거짓말 탐지기
비가 오길 기도했지
내일이 오지 않을까 봐
낙오자
투명인간
알고 싶어요…
힘든 하루를 보낸 날 술친구에게
그리고 친구야
그러니까 친구야
만약에 친구야
일과
어깨 좀 빌려줘
사랑이라 쓰면 외로움이라 읽는 사람들
목소리의 형태
나에게 도착한 편지
마음을 여는 열쇠
움직이는 거짓말 탐지기
나를 찾아줘
나는 내가 하나 더 있었으면 좋겠어
Father, let’s go to the Songnisan this fall
그날, 그, 순간, 순간들
소금쟁이
내 머릿속에 지우개
고맙습니다
3. 걸어다니는 쓰레기
위로하지 마
있잖아요
자소서
조연
못난이 손가락
질량보존의 법칙
패착
걸어다니는 쓰레기
자승자박
혹시
과자 깨무는 소리
골초들의 간접흡연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눈물의 온도
프라이버시
비밀
프라이버시와 비밀의 중간쯤
가면의 얼굴
하루를 마치고
결국
4. 커피는 쓰고, 너는 달고, 나는 영원히 살고 싶었다
이미
드라마처럼 아니, 영화처럼
친구가 화장실에 갔을 때
마치
너의 이름은
사랑의 조건
미친 하루하루, 하루
겨울 여행
눈이 되지 못한 비
피천득의 인연
인연
외로움의 집
편의점 커피
너무 멀리 왔다
기다리는 방법
5. 잔
초콜릿에 소주?
잔
유리잔
깨진 잔
작은 잔
커다란 잔
일회용 잔
버려진 잔
샴페인 잔
남의 잔
눈물의 잔
막잔
자작
물 한잔
가득 차 있는 잔
첫 잔
식어가는 커피 잔
딱, 한 잔
그때 그 잔
빈 잔
6. 내 마음은 어떻게 생겼을까
운전대 좀 잡아줄래
야간비행
손톱 깎을 때
난 왼손 먼저 깎아요
감춰진 나를 스스로 본다는 건
마음이 하는 소리
유천면옥 화장실 오늘의 명언
소리
감정은 0.3초, 감동은 하늘까지
나는 겁이 납니다
배려
겉표지로 책을 판단하지 마
나의 취향과 성향
나의 취향과 성향과 갈망
나의 취향과 성향과 갈망과 희망
토끼와 거북이와 나
첫 단추
반성하지 마란 말이야
다음 주부터 열심히 살겠습니다
작은 차이와 큰 차이의 커다란 차이
난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뼈를 때리는 정답
나
영장류
내 마음은 어떻게 생겼을까?
사람을 찾습니다
ㆍ 이제 곧, 마지막 장을 덮을 당신에게…
상세 이미지
저자 소개
저 : 원태연 (원시인)
서울 종로에서 1남 2녀의 막내로 태어 났다. 문창초등학교, 미성 중학교, 한영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재학 중이던 학교를 그만두고 92년 경희대 체육학과에 입학했다. 그는 자신의 사랑과 이별의 기억을 글로 묶어두고 싶다는 욕심하나로 출판사로 직접 원고를 들고 갔다고 한다. 읽어주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려도 보았지만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을 손에 들기란 쉬운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92년, 크지 않은 출판사 이름으로 그의 글들은 책이 되었고, 그것이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였다. 그리고 이 시집이 80만부나 팔리면서 그는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시집 『안녕』 이후의 오랜 공백기를 딛고 최근, 다시 글을 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사용설명서』, 『사랑해요 당신이 나를 생각하지 않는 시간에도』,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눈물에 얼굴을 묻는다』, 『원태연 알레르기』, 『고양이와 선인장』, 『안녕』,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등이 있다.
원태연의 인터넷 닉네임은 ‘원시인’이다. 그의 성 ‘원’에 시인을 부친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알고 있는 석시시대 ‘원시인’인지 알 수는 없지만 전자든 후자든 원태연을 잘 설명하고 있다. 내는 시집마다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시인이기도 하고 또 그의 시는 날것 그대로의 생명력을 지닌 채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표현으로, 그리고 언젠가 내가 겪은 일인 양 다가오기 때문이다. 마치 실연을 하고 난 뒤 모든 사랑 노래의 가사가 구구절절이 내 마음을 파고들 듯이 말이다.
시집 『안녕』 이후의 오랜 공백기를 딛고 최근, 다시 글을 쓰고 있다.
책 속으로
그림자 같은 하루를 마치고. 내 그림자를 밟으며 걷다가.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분주한 거리에 서서. 내가 밟고 서 있는 내 그림자의 그림자에 그림자처럼. 이 삶도 잠시 정지시키고 싶은, 내 그림자의 그림자에 그림자.
--- p.67, 「어깨 좀 빌려줘」 중에서
외로움이란
하루에 열다섯 개의 담배를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위험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그리고 감정은 날씨와 같다고 한다.
바람이 규칙이나 시간에 맞춰 불어오지 않는 것처럼.
--- p.100, 「골초들의 간접흡연」 중에서
나는 내가 아니라 원태연이 되고 싶었다. 더 유명하고 더 대접을 받고 더 잘나가고 더 많은 일들을 해치워 나가면서도 마치, 그게 뭐 별일이냐는 듯이 뒤도 한 번 안 돌아보고 사는 척,
하면서.
--- p.107, 「프라이버시와 비밀의 중간쯤」 중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거리, 거리마다 표정도 신발도 옷차림도 걸어가는 방향조차도 미리 다 짜 맞춰놓은 듯이 나와는 정반대였던 사람들. 같이 걷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간절해 차라리 외면해버렸던 풍경들. 나는 그 풍경 속에 끼어들어 같이 걷고 싶었다. 그래서 그랬다.
--- p.110, 「하루를 마치고」 중에서
어쩌면 첫사랑. 어쩌면 내 신발. 어쩌면 잘못 끼운 첫 단추. 어쩌면 내 거울. 어쩌면 아무도 밟은 적 없는 눈밭 위의 맨발. 어쩌면 벼랑 끝에서 바라본 나의 노을. 어쩌면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 1악장. 어쩌면 버리지 못한 영원한 나의 꿈. 어쩌면 내가 마지막에 마주치고 싶은 눈동자.
--- p.120 , 「너의 이름은」 중에서
그림처럼 펼쳐진 해안도로를 지나서 그림처럼 눈이 날리던 폐점한 놀이동산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인형 뽑는 기계에서 뜬금없이 들려왔던 로망스… 난 아직까지도 그렇게 쓸쓸했던 로망
스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립다. 정체 모를 감정과 그 공기들.
--- p.123, 「겨울 여행」 중에서
나는 너랑 같이 있을 때 행복해 보였고 나는 너랑 있을 때 반짝반짝 빛이 났다. 나는 너를 보고 있으면 너는 나와 너무나 달라서 나는 너를 외우고 너를 따라 해봤었지만 나는 네가 될 수는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나는 너에게 하고 싶은 말들이 점점 쌓이게 됐고 매번 너의 눈을 쳐다보면서 매번 처음 쓰는 편지인 것처럼 매번 마음속으로만 했던 나의 고백은 결국 나의 시가 되었다.
--- p.125, 「눈이 되지 못한 비」 중에서
난 외로움이 내 마음속에서 사는 줄 알았다. 하지만 너를 만나고 너를 사랑하고 너와 헤어진 다음 날부터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거나 눈이 내릴 때마다 내 마음은 이미 내 것이 아니었고 나는 껍데기밖에 남지 않았다는 걸 알 수가 있었다.
외로움은 피부 속에 산다.
--- p.129, 「외로움의 집」 중에서
그래서 여기가 어딘지를 모르겠다. 그래서 너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우리가 어디까지 함께였고 내가 어디서부터 혼자였는지. 근데 네가 없다. 그래서 너에게 물어보고 싶다. 우리가 어디까지 함께였고 내가 어디서부터 혼자였는지.
--- p.131, 「너무 멀리 왔다」 중에서
사랑. 부르는 순간 스스로 녹아내리는 얼음 조각
조심조심, 그 전에 깨뜨릴 수도 있어
--- p.139, 「유리 잔」 중에서
나를 잊지 말아요. 그대가 행복했던 나 말고 그대랑 아파했던 나 말이에요. 그대가 여기 없으면 그대랑 아파했던 날 누가 기억해주겠어요? 내가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은 그대가 나를 기억하는 지금 이 순간뿐이랍니다. 난 그 크기만큼 내 몸을 은박지처럼 구겨 넣거나 채소처럼 갈아서라도 맞춰 넣어야 하구요. 그래서 그대가 아픈 거예요, 그때마다 내가 아파하는 만큼.
--- p.168, 「마음이 하는 소리」 중에서
출판사 리뷰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인생의 여러 순간과
언제나 함께였지만 혼자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미처 말하지 못했던 내 안의 오래된 문장들
‘당신’의 비밀을 알고 싶다고 넌지시 말을 건네는 1장에서는, 마음 한구석에 오래 두고 꺼내지 않았던 유년 시절의 작은 이야기들을 모아 두었다. 어른이 된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그날의 대화, 분위기, 감정들이 그려진다. 2, 3장에서는 외로움, 마음의 무게, 어떤 위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일들, 내가 싫어지는 순간 등 누구나 한 번쯤 마주할 수밖에 없는 인생의 서툴고 아프고 힘든 순간에 대한 공감할 만한 내용이 이어진다. 4장에서는 쓰디쓴 인생의 달콤한 기억이었던 ‘너’에 대한 이야기가 작가 특유의 감성을 입어 아련히 그려진다. 5장에 등장하는 평범한 잔들은 그의 시선이 투과되어 삶의 다양한 주제를 함축한 특별한 상징물이 된다. 사랑, 외로움, 고독, 그리움, 인생, 상처, 결혼, 탐욕, 추억, 거짓말, 후회, 숙취, 교만이라는 묵직한 주제들이 각각의 잔에 담겨 넘실댄다. 마지막 장은 나의 작고 초라한 모습을 마주한 후에 느끼는 감정과 가장 본연의 마음에 대한 고백과 이해 그리고 위로를 담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신작을 쓰고 있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어느 시점을 정해놓지 않고 생의 전반을 통틀어 자유롭게 풀어놓는 속 깊은 이야기 사이사이에 등장하는 특유의 감각적인 표현들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마치 야간 비행 조종사의 눈앞에 예고 없이 등장한 첨탑처럼, 종종 낯설게 느껴지는 문장이 불쑥 튀어나올 때마다 변치 않은 그 특유의 감성이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책의 마지막 장에 다다를수록 작가는 진정한 자신에게로 더욱 다가서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음 주부터 열심히 살겠습니다’라는 다짐은, 그 자신과 이 책을 읽는 우리가 마음먹는다면 얼마든지 이번 생을 더 잘 살아갈 수 있다는 용기를 북돋는다. “여기까지 당신이 읽어주신 건, 내 글이 아니라 내 마음이잖아요”라는 작가의 말이 함의하고 있는 대로 이 책은 나도 모르고 있던 내 마음 한가운데로 더 가까이 다가가는 과정을 담았다. 마지막 장을 덮고 잠시 여운을 가져본다면, 오직 그만이 그려낼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이채로운 감성 너머에 있는 우리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이야기를 가슴에 품고 짧지 않은 시간을 굽이굽이 걸어왔음에도 그는 지친 기색이 없다. 반갑기보다는 외면하고 싶었던, 감춰진 자신을 마주하는 일에 오히려 더욱 박차를 가한다. 당신과 나 사이, 세상과 나 사이, 그리고 나와 나 사이 갈등의 지점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간다. 끝내 당신을 떠올리고, 자신에게 사과하고, 언제부터 품고 있었는지조차 몰랐던 내 안의 고마움을 진심으로 꺼내놓을 때까지. 결국 이 책의 긴 제목처럼, 지금의 나를 있게 한 당신에 대한 고마움과 늘 곁에 있어줬던 나 자신에 대한 고마움, 남은 시간 또 함께 살아가야 할 나와 나의 삶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가 곳곳에 담겨 있다.
■ 작가의 말
이제 막, 첫 장을 펼친 당신에게…
거긴 지금 하늘이 어때요?
여긴 지금 어릴 때 바라본 하늘처럼
맑고 파랗고 손을 뻗어보고 싶을 만큼 가까워요.
그리고 난 기분이 아주 많이 좋아요. 아까부터 흔들림 없이…
왜냐하면 이 에세이를 다 쓰고 지금 이 인사말을 쓰는 중이거든요. 그래서 난 지금 기분 좋은 내 뇌파가 당신에게 전달이 됐으면 좋겠어요.
기분 좋으면
기분 좋잖아요…
이제 곧, 마지막 장을 덮을 당신에게…
웃어요. 웃고 싶지 않아도 우리 그냥 웃어요. 슬플 때만 울지 않잖아요. 우리 그렇게 살지 않잖아요. 그러니까 웃어요. 돈 드는 것도 아니잖아요. 이래라저래라 해서 미안해요. 사실은 나도 누가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 너무 싫어해요.
그럼 울어요. 내가 같이 울어줄게요, 나 정말 잘 울거든요. 내기해도 좋아요, 누가 먼저 우는지. 삼만 원 어때요? 더 걸어도 좋지만 그 밑으로는 안 할래요, 내가 분명히 이길 테니까. 갑자기 왜 착한 척이냐고요? 나 원래 착해요, 병신 소리까지 들을 만큼. 그리고 고맙잖아요, 여기까지 읽어주신 거. 사실은 엄청나게 열심히도 써 내려왔지만 여기까지 당신이 읽어주신 건, 내 글이 아니라 내 마음이잖아요.
그리고 또 이 책이 얼마일지 지금은 모르겠지만 김밥천국 소고기김밥보다는 분명히 더 비쌀 텐데 얼마나 고맙겠어요, 내가. 그러니까요. 그러니까 웃어요. 여기까지 읽은 당신도 여기까지 쓴 나도 그냥 한 번 웃어요. 기쁠 때만 웃지 않잖아요. 우리 그렇게 살지 않았잖아요.
- 시인 원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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