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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의정부시청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시장실을 점거하고 농성한 활동가 7명이 경찰에 연행되는 일이 있었다. 연행자 가운데는 휠체어를 타는 중증장애인 활동가들이 포함돼 있었고, 이들을 의정부경찰과 의정부시청 공무원들이 강제 해산하고 연행하는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했다며 의정부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아래 의정부420공투단)이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의정부420공투단에 의하면 의정부시는 장애인콜택시 22대 확충, 장애인 활동지원 수가 인상 등을 약속해놓고,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 2일 의정부420공투단은 안병용 의정부시장과 면담을 진행했으나 결렬됐고, 이후 재차 면담을 요구하며 의정부시장실에서 점거농성을 진행했다.
면담과 협상은 이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급기야 4일 오전 9시 30분경 안 시장으로부터 직접 퇴거 통보를 받기에 이르자 의정부420공투단은 더는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자진 퇴장하기로 결정한 상태였다. 그러나 경찰 150여 명, 공무원 100여 명이 집결해 퇴로도 없이 농성자들을 에워싼 뒤, 이들을 강제로 시청 밖으로 끌어내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
의정부420공투단은 “휠체어와 장애인을 분리하고 장애인의 신체적 특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폭력 연행했다”면서 “경찰병력에 의하여 넘어진 여성장애인을 질질 끌어내는가 하면, 담요에 싸 몸을 짓누르며 “자, 이렇게 하면 성추행 아니지?” 하는 등의 수치심을 안기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밖으로 끌려나온 활동가들은 시청에서 대기해놓은 시의 장애인콜택시에 태워져 경찰서로 호송됐다. 이 장애인콜택시는 의정부 지역 장애인 대중을 위한 특별교통수단으로, 전화로 예약하고 대기한 뒤에야 이용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이날 경찰은 시장실에 있던 활동가에게 아침을 제공하려던 활동보조인을 연행하기도 했으며, 전날인 3일에는 시청 공무원과 대치하던 장애여성이 팔을 다쳐 응급실에 실려가는 일도 있었다.
이에 의정부420공투단은 11일 안병용 의정부시장, 이원정 의정부경찰서장을 장애인 인권침해 사건의 피진정인으로 인권위에 진정서를 냈다. 의정부420공투단은 피진정인에게 폭력적인 대응과 강제연행에 대한 공식 사과, 관련자 처벌과 더불어 인권교육을 통해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 달라고 인권위에 요청했다.
이날 진정서 제출에 앞서 인권위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행 당사자를 비롯한 장애인단체 활동가들은 의정부시와 경찰의 폭력적인 행태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권달주 경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최근 기승을 부리는 메르스보다 정부의 공권력이 더 무섭다. 장애인 10명을 끌어내는 데 200명, 300명이 동원됐고, 우리가 아무리 요구를 전달하려 해도 안병용 시장은 안하무인 격으로 일관했다.”라고 성토했다.
당시 현장에서 연행됐던 천정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활동가는 “인권을 지켜야 할 경찰은 우리를 압박했고, 시민을 위해 일해야 할 공무원은 용역처럼 활동가의 팔을 꺾고 폭력을 저질렀다. (경찰과 공무원은)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라고 토로했다.
활동보조 중에 연행됐던 김영이 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의정부지회(준) 대표는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살려고 시장실에 들어갔는데 의정부시에서는 대화조차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활동보조인인 내가 밥을 배달하려 했는데 밥도 뺏고 활동보조도 못하도록 길을 막았다.”라고 폭로했다.
이형숙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는 “안병용 시장은 (시장실 점거로) 직무 수행에 지장 있다고 했지만, 그가 진정한 시장이라면 장애인들의 요구에 빨리 응해 사건을 마무리 짓는 게 먼저였다”라며 “그럼에도 오히려 직무 방해를 이유로 말단 경찰과 공무원을 동원해 (활동가들을) 끌어내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인권위는 의정부시에서 이렇게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도록 정확하게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