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직(金宗直)
자는 효온(孝昷). 호는 점필재(佔畢齋). 선산(善山)사람, 세조 때 기묘과(己卯科)에 급제. 벼슬은 형조판서(刑曹判書). 시호는 문간(文簡)문장이 일세에 뛰어남. 연산군(燕山君)때의 화(禍)가 저승에까지 미치다.
제천정의 운을 따라
次濟川亭韻
강바람이 꽃을 흩고 버들가지 꺾는데
흔들흔들 돛 그림자 저녁 기러기를 업었다.
고향 생각에 부질없이 기둥을 기대나니
날으는 흰 구름이 술통 위를 지나간다.
吹花劈柳牛江風 檔影搖搖背暮鴻 취화벽류우강풍 당영요요배모홍
一片鄉心空倚柱 白雲飛度酒船中 일편향심공의주 백운비도주선중
1) 搖搖(요요)一흔들흔들 흔들리는 모양.2) 酒船(주선)-술을 짜는 통.
보천탄에서
寶泉灘即事
복사꽃 뜬 물결이 몇 자나 높아
은돌에 머리 잠겨 간곳이 없네.
짝 지은 가마우지 정든 돌을 잃고는
고기 물고 도리어 수초 속으로 들어가네,
桃花浪高機尺許 銀石沒頂不知處 도화랑고기척허 은석몰정불지처
兩兩鸕鶿失舊磯 啣魚却入菰蒲去 량량로자실구기 함어각입고포거
(1) 桃花浪(도화랑) 복사꽃이 떠 있는 물결. 2) 銀石(은석) 물결이 깨어지는 돌의 형용. 3) 兩兩(양양)-둘씩, 또는 둘이 모두. 4) 菰蒲(고포)-줄과 , 수초(水草),
서울에 들어가면서
入京
굳이 처자를 살게 하려고
고향의 몸을 헛되이 버렸구나.
내일 아침에는 불을 금한다 하니
먼 나그네 눈물이 흐르려 하네.
꽃의 일은 볼수록 늦어가는데
농사의 공은 곳곳에서 새롭네.
부끄럽다. 호해의 눈을 가지고
저 시가의 티끌에 장님이 되려 하네.
强為妻孥計 虚拋故國春 강위처노계 허포고국춘
明朝將禁火 遠客欲沾巾 명조장금화 원객욕첨건
花事看看晚 農功處處新 화사간간만 농공처처신
羞將湖海眼 還眯市街塵 수장호해안 환미시가진
1) 妻孥(처노)-아내와 자식. 2) 禁火(금화)-한식(寒食)을 뜻함. 3) 湖海(호배)一호수와 바다. 즉 호걸의 기풍이 있는 재야(在野)의 인사(人士). 4) 眯(미)一눈에 무엇이 들어가 잘 못뜸.
청심루의 운을 따라
次清心樓
초막 울타리 끝에 배를 매나니
새와 고기 의연히 내 얼굴 알아본다.
앓고 난 뒤지만 그래도 지팡이와 짚새기는 지녀
귀양가면서 겨우 강산을 구경한다.
십년의 세상 일을 외로이 읊는 시요
팔월의 가을 모습은 어지러운 나무들.
잠깐 난간에 기댄 채로 북을 바라보려 하나
뱃사공이 재촉해 틈이 없구나.
維舟茅舍棘籬端 魚鳥依然識我顏 유주모사극리단 어조의연식아안
病後猶能撰杖履 謫來纔得賞江山 병후유능찬장리 적래재득상강산
十年世事孤吟裏 八月秋容亂樹間 십년세사고음리 팔월추용란수간
一霎倚樓仍北望 篙師催載不教閒 일삽의루잉북망 고사최재불교한
1) 維舟(유주)-배를 잡아맴. 2) 撰(찬)-가짐. 3) 一霎(일삽)-잠깐. 잠시. 4) 篙師(고 사)-뱃사공.
치술령(東都樂府 七首 중에서 三首)
鵄述嶺
치술령 꼭대기에서 일본을 바라보면
하늘에 닿은 큰 바다 그 끝이 없네.
남편은 떠날 때에 손을 흔들었을 뿐
죽었는지 살았는지 소식이 없네.
길이 이별했거니
죽었건 살아 있건 어찌 만날 때 있으랴.
하늘에 호소하다 무창돌로 화했나니
그 열기는 천년 동안 하늘에 사무쳤네.
鵄述嶺頭望日本 粘天鯨海無涯岸 치술령두망일본 점천경해무애안
良人去時但搖手 生歟死歟音耗斷 량인거시단요수 생여사여음모단
長別離 死生寧有相見時 장별리 사생녕유상견시
呼天便化武昌石 烈氣千載干空碧 호천편화무창석 렬기천재간공벽
1) 粘(점) -붙음. 2) 鯨(경)一큼. 3) 良人(양인)-남편, 4) 音耗(음모)一소식을 전하는 편지. 5) 武昌石(무창석) 망부석(望夫石), 박제상(朴堤上)과 그 부인의 이야기를 제재로 삼음.
방아의 노래
碓樂
이 집에서는 기장과 벼를 찧고
저 집에서는 겨울옷의 다듬이질.
이 집 저 집의 절구질과 다듬이질 소리
한 해 지낼 거리가 넉넉하구나.
우리집 움에는 항아리 비었고
우리집 상자에는 한 자 비단도 없네.
군데군데 기운 옷에 명아주국 사발.
기약하는 즐거움은 배부르고 따뜻하기.
고생하는 아내여, 고생하는 아내여. 부질없이 걱정말라.
부귀는 하늘에 있으니 어찌 구하겠는가.
팔을 베고 자더라도 큰 즐거움 있거니
양흥·맹광은 진실로 좋은 짝이었네.
東家砧春黍稻 西家杵搗寒襖 동가침춘서도 서가저도한오
東家西家砧杵聲 卒歲之資贏復贏 동가서가침저성 졸세지자영부영
儂家窖乏甔石 儂家箱無尺帛 농가교핍담석 농가상무척백
懸鶉衣兮藜羹椀 榮期之樂足飽煖 현순의혜려갱완 영기지악족포난
糟妻糟妻莫漫憂 富貴在天那可求 조처조처막만우 부귀재천나가구
曲肱而寢有至味 梁鴻孟光眞好逑 곡굉이침유지미 량홍맹광진호구
1)碓樂(대악)-방아의 음악. 즉 방아노래. 2) 塞襖(한오)-겨울에 입은 웃옷. 긴 것이 포 (抱), 짧은 것이오(澳), 3) 儂家(농가)-내 집. 4) 甔石(담석)-항아리의 쌀. 5) 懸鶉衣 (현순의)-갈가리 찢어진 옷. 6) 糟妻(조처)-조강지처 (糟糠之妻)의 준말, 즉 가난한 때에 고생을 같이 하던 아내. 7) 梁鸿孟光(양홍맹광)-가난하면서 부부간의 단란한 사랑과 풍류 (風流)로 인생을 마친 사람.
[해설] 이 시(詩)는 백결 선생(百結先生)의 이야기를 제재로 삼음.
황창랑
黃昌郎
이 사람은 어린 철을 조금 지나서
몸은 세척 못 되는데 어찌 그리 씩씩할꼬.
왕기를 한평생의 스승으로 섬기어
나라 치욕 씻었거니 마음이 편안하다.
칼 밑으로 목을 겨누어도 다리를 떨지 않고
칼날로 심장을 가리켜도 눈도 깜짝 않는다.
공 이루고 당연히 춤을 추고 떠나라.
산을 끼고 바다를 뛰어 넘을 만하다.
若有人兮纔離髫 身未三尺何雄驍 약유인혜재리초 신미삼척하웅효
平生汪錡我所師 爲國雪耻心無憀 평생왕기아소사 위국설치심무료
劍鐔擬頸股不戰 劍鍔指心目不搖 검심의경고불전 검악지심목불요
功成脫然罷舞去 挾山北海猶可超 공성탈연파무거 협산북해유가초
1) 黃昌郎(황창랑)-신라 화랑도(花郞徒)의 한 사람. 2) 髫(초)-어린아이. 3) 雄驍(웅효)一 씩씩하고 굳셈, 4) 汪錡(왕기)-사람의 성명, 5) 憀 (료, 요)一쓸쓸히. 6) 劍鐔(검심)-칼 밑, 즉 칼날과 자루와의 사이에 끼우는 대. 7) 劍鍔(검악)-칼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