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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몸종과 다를 바 없었던 엄상궁이 남편인 고종과 하룻밤을 보냈단 사실을 알게 된 명성황후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당장… 잡아 와."
"마…마마…"
"내 입에서 두 말 나오게 하지 마라."
"예…예…"
명성황후의 명을 받은 상궁들과 나인들은 그 즉시 엄상궁 체포 작전에 돌입! 엄상궁의 처소를 급습하게 된다.
"어쭈? 아주 팔자가 늘어지셨어. 야, 너 때문에 지금 궁궐이 발칵 뒤집혀 졌어!"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오른다고…. 야, 네 얼굴에 전하랑 하고 싶디?"
"그…그게, 전하가 먼저 가까이 오라고 해서…"
"야, 그런다고 가까이 가면… 그게 말이 되냐? 너 솔직히 말해. 신문지 덮고 했지? 아니면… 그래 불 끄고? 불 끈다고 가려질 얼굴이 아닌데… 그래! 너 전하한테 술 실컷 먹인 다음에 한 거 맞지?"
"아니라니까! 난 쌩얼로 전하랑 만난 거라니까!"
"쌩얼 좋아하시네, 어쨌든 너 지금 당장 우리 따라와야겠다."
"어…어딜?"
"어디긴 어디야? 중전마마한테 가야지."
"중…전 마마?"
"그래, 지금 완전 뿔났어. 운 좋으면 어디 한두 군데 부러지는 선에서 끝나겠지만, 재수 없으면…"
"재수 없으면?"
"그냥 가는 거지…. 천당으로"
"……"
"그러게 사고는 왜 쳐? 전하가 너 다시 볼 거 같아? 어제는… 그래, 잠깐 정신 줄을 놓으신 상황에서 얼떨결에 너랑 같이 잔거야. 다신 너 같은 애 볼 생각 없을 거야. 아니, 오늘 아침에 너 나가는 거 보면서 엄청 후회하고 있을 거야. '내가 왜 저런 애랑 잤을까?' 뭐 그런 말씀 하시면서 말이야. 어쨌든 넌 완전 X 된 거야."
"……"
궁인들의 비아냥을 들으며, 명성황후 앞으로 끌려가게 된 엄상궁! 그녀의 운명은 명성황후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 중 하나에 걸려 있었으니…
"야, 일단 형틀에 묶어."
"예!"
"마…마마! 살려 주십시오…. 저…전 그냥 전하가…"
"알았으니까, 일단 묶어."
"마마! 제가 마마를 보필 한 지 몇 년 쨉니까? 옛정을 생각하셔서…"
"옛 정? 정을 아는 애가 그럼, 상전의 남편을 꼬드겨서 같이 자? 이런 부르투스 같은 년을 봤나. 야! 칼 꽂은 다음에 미안해라고 백날 말해 봐라. 꽂힌 칼이 뽑혀지냐?"
"전…전 안 하려고 했는데, 계속 전하가…"
"그래, 알았으니까 일단 죽어. 죽은 다음에… 그래 천당 가서 하고 싶은 이야기마저 해라. 나중에 나 죽으면, 그때 네 이야기 들어 줄 테니까."
"마마!"
"야야, 후딱 안 묶어? 빨리 처리하고, 점심 먹으러 가자!"
"예, 마마!"
명성황후는 진짜 엄상궁을 죽일 생각이었다. 하긴 그렇게 믿고 귀여워했던 엄상궁이 아니었던가? 다른 이도 아니고, 자신의 지밀상궁을 했던 이가 배신을 했으니, 그 배신감과 충격은 이루 형언할 수 없었을 것이다. 측근 중의 최측근인 이가 자신의 남편과 같이 밤을 보냈다니…
"멈춰라! 어이 멈추라니까! 스토프! 스톱!"
막 엄상궁의 목을 따려는 순간!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난 한 남자! 바로… 고종이었다.
"어이 중전, 이게 뭐하자는 플레입니까? 일반 사가에서도 남편과 원나잇을 한 여자에 대해서는 나름 배려를 하는 판에, 왕이랑 같이 원나잇을 한 궁인을 이렇게 때려죽이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이건 내명부의 일이에요. 남자는 일단 조용히 해 주세요."
"내가 지금 가만있을 상황이야?"
"전하, 말이 상당히 짧아지는데…요?"
"야야, 툭 까놓고 말해서 쟤가 뭔 잘못이냐? 그냥 내가 좋아서 데리고 잔 건데…. 너도 알잖아. 투기(질투를 말한다)는 칠거지악에 해당된다는 걸!"
"투기는 뉴타운 가서 찾으시구요. 그리고, 칠거지악 말하는데 그럼 저 쫓아내려구요?"
"아니 그건 아니지만…"
"그럼 가만히 목 따는 거나 보시죠."
"야, 남편 체면이 있지…. 내가 그래도 왕이잖아. 바깥일 하다보면, 영업도 해야 하고, 접대도 해야 하고…"
"바깥일은 제가 하잖아요."
"중전아, 내가 이렇게 빌게 응? 나랑 잔 애가 목 떨어져봐라 불쌍하잖아. 내 체면은 뭐가 되냐? 내가 그래도 조선의 왕인데…. 이러면 내가 좀 쪽팔리지 않겠냐?"
"……"
"그리고 쟤 네가 데리고 있던 애라며? 그래 내가 네가 데리고 있던 애 건드린 건 잘못했지만, 그래도 옛 정을 생각해서 좀 봐주면 안 되겠냐? 응?"
"……"
"중전아, 나 체면 좀 살려줘라 응? 중전아!"
고종의 애걸! 과연 명성황후는 엄상궁을 살려줄 것인가? 이야기는 다음회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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