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로보암의 요구에 대한 르호보암의 정책적 판단
(열왕기상 12장 1-9절)
1-5.르호보암이 세겜으로 갔으니 이는 온 이스라엘이 그를 왕으로 삼고자 하여 세겜에 이르렀음이더라 느밧의 아들 여로보암이 전에 솔로몬 왕의 얼굴을 피하여 애굽으로 도망하여 있었더니 이제 그 소문을 듣고 여전히 애굽에 있는 중에 무리가 사람을 보내 그를 불렀더라 여로보암과 이스라엘의 온 회중이 와서 르호보암에게 말하여 이르되 왕의 아버지가 우리의 멍에를 무겁게 하였으나 왕은 이제 왕의 아버지가 우리에게 시킨 고역과 메운 무거운 멍에를 가볍게 하소서 그리하시면 우리가 왕을 섬기겠나이다 르호보암이 대답하되 갔다가 삼 일 후에 다시 내게로 오라 하매 백성이 가니라
르호보암은 암몬 여인 나아마의 소생으로 솔로몬의 독자였다. 따라서 솔로몬 사후 솔로몬의 뒤를 이어 이스라엘의 왕위에 올랐다. 르호보암이 즉위할 때 그의 나이는 41세였는데 그때로부터 그는 17년간 통치하였다.
세겜은 예로부터 이스라엘 종교, 정치의 중심지였으며, 에브라임에 속한 지역이기도 하다.
“온 이스라엘이 저로 왕을 삼고자 하여”
북쪽의 열지파는 여로보암을 지지한바, 르호보암은 모든 이스라엘의 왕이 되고자 하였다. 백성들의 승인이 이스라엘 왕의 즉위에 있어 필수 요건이였다. 그 동안 소외되었던 북쪽 지파의 권리를 호소하려는 것이다.
“느밧의 아들 여로보암이 전에 솔로몬 왕의 얼굴을 피하여 애굽으로 도망하여 있었더니”
얼굴을 피하여(바라흐 파님)는 어떤 불쾌한 이유로 서로 마주 대하는 것을 피함을 말한다.
“그 소문을 듣고 여전히 애굽에 있는 중에 무리가 사람을 보내 그를 불렀더라”
북쪽 지파들의 반란이 표면화되기 이전부터 여로보암은 저들의 지도자격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여로보암이 북쪽 지파 중 유력한 지파인 에브라임의 지도자 가문 출신인 점에서 설명될 수 있다. 이스라엘의 역대 왕들은 모두 남쪽 지파에서만 배출되었다(사울은 베냐민, 다윗과 솔로몬은 유다). 그런데 이들이 왕위에 오를 때에는 남쪽 지파는 물론 북쪽 지파들의 승인을 얻는 과정이 필요했다. 이제 북쪽지파들이 르호보암에게도 마찬가지 절차를 밟게 했음을 알려준다.
“여로보암과 이스라엘의 온 회중이 와서 르호보암에게 말하여 이르되”
회중은 총회로 번역될 때도 있다. 이스라엘의 종교적 집회를 의미한다.
“왕의 아버지가 우리의 멍에를 무겁게 하였으나 왕은 이제 왕의 아버지가 우리에게 시킨 고역과 메운 무거운 멍에를 가볍게 하소서”
무거운 멍에는 많은 세금을 부과하여 백성들의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의미한다.
“르호보암이 대답하되 갔다가 삼 일 후에 다시 내게로 오라 하매 백성이 가니라”
르호보암이 백성들의 요구에 즉각 승락하지 아니하고 대답을 삼 일 뒤로 미룬 이유는 역대 왕들과 달리 선뜻 왕위 승인을 얻지 못하고 난관이 있자 이를 숙고할 기한을 가지려 하기 위함이다. 르호보암의 요청에 순순히 말을 듣는 백성에게서 그들에겐 반역의 의도가 없었음을 알 수 있다.
6-9.르호보암 왕이 그의 아버지 솔로몬의 생전에 그 앞에 모셨던 노인들과 의논하여 이르되 너희는 어떻게 충고하여 이 백성에게 대답하게 하겠느냐 대답하여 이르되 왕이 만일 오늘 이 백성을 섬기는 자가 되어 그들을 섬기고 좋은 말로 대답하여 이르시면 그들이 영원히 왕의 종이 되리이다 하나 왕이 노인들이 자문하는 것을 버리고 자기 앞에 모셔 있는 자기와 함께 자라난 어린 사람들과 의논하여 이르되 너희는 어떻게 자문하여 이 백성에게 대답하게 하겠느냐 백성이 내게 말하기를 왕의 아버지가 우리에게 메운 멍에를 가볍게 하라 하였느니라
“솔로몬의 생전에 그 앞에 모셨던 노인(자켄)들”
자켄은 단순히 연로한 자를 지칭하기보다 국가 행정에 영향을 끼치던 장로들을 의미한다. 이들 중에는 솔로몬의 행정 구역을 담당했던 원로대신들도 있었을 것이다. 이스라엘 지역 사회의 문제를 근접한 데서 가장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인물들이었다.
“너희는 어떻게 충고하여(야아츠) 이 백성에게 대답하게 하겠느냐”
야아츠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겸손히 제시하는 의견을 말한다. 즉 여기서 이는 왕인 르호보암에게 원로들이 진언하는 것을 가리킨다.
“왕이 만일 오늘 이 백성을 섬기는(아바드) 자가 되어 그들을 섬기고 좋은(토브) 말(다바르)로 대답하여 이르시면 그들이 영원히 왕의 종이 되리이다 하나”
장로들의 이 직언은 여호와 신앙에 입각한 이스라엘의 전통적이고도 이상적인 군주관이 반영된 말이다. 즉 왕은 백성들에게 봉사할 종으로서 하나님께서 선택한 자라는 것이다. 그러나 권력욕에 사로잡힌 왕은 율법의 정신과 규정에 제한당하는 것을 싫어하였다.
아바드는 봉사하다, 일하다는 뜻으로 사람이 자연을 경작한다든지 종이 주인에게 봉사한다든지 또는 성도가 하나님을 섬긴다든지 하는 모든 경우에 사용되고 있다. 왕으로서의 백성에 대한 행동의 본질적 성격이 곧 섬김임을 강조해 주고 있다.
다바르 토브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기쁨과 행복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말을 가리킨다. 그런데 여기서는 백성들의 요구에 대하여 승낙하는 것을 가리킨다. 즉 장로들은 르호보암에게 백성들의 요구를 들어주도록 충고하고 있는 것이다.
“왕이 노인들이 자문하는 것을 버리고(아자브) 자기 앞에 모셔 있는 자기와 함께 자라난 어린 사람들과 의논하여 이르되”
아자브는 버리다, 무시하다 라는 의미가 있다. 주로 선한 것, 마땅한 것을 저버리는 경우에 사용되는 말이다. 르호보암은 율법의 정신으로 뒷받침된 장로들의 진언을 저버리고 있는 것이다. 그 배후에는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고 싶은 오만한 욕구가 잠재해 있다.
르호보암 내각 내부에 존재하던 장로그룹과 신진세력 간의 대립이 은연중 표출되고 있으며, 그 같은 대립과 갈등은 곧 이어 완연히 드러나고 만다. 이들 소년들은 신진세력으로서, 르호보암과 같은 관점, 경향을 갖게 된 부류라 하겠다.
르호보암이 41세 때 왕위에 오른 것으로 보아 여기서는 40대의 동년배들을 가리킬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르호보암과 함께 자랐다. 소년은 젊음을 내포한 긍정적인 말이 아니다. 노인과 대비되어, 경험이 불충분하고 사려깊지 못한 부정적 면이 강조되는 젊음으로서 소년을 말하는 것이다. 이들은 르호보암과 마찬가지로 권력과 힘을 추종하되 책임의 면을 고려하지 않는 힘 지향적 인물들이다.
“백성이 내게 말하기를 왕의 아버지가 우리에게 메운 멍에를 가볍게 하라 하였느니라”
장로들이 충고를 무시해 버린 르호보암의 오만으로 미루어 볼때, 백성들의 간청에 대해 권력 지향적인 르호보암에게 있어서는 자신의 무제한한 욕구 충족을 위해서 백성들의 굴종이 필요했을 것이다. 따라서 그런 그에게 들이닥친 백성들의 요구는 그의 야심에 타격을 주는 내용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르호보암의 심사를 함께 자라난 소년들이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을 것이다.
(요약 정리)
열왕기상 12장 1-9절에서, 열두지파로 연결된 이스라엘의 분열 조짐이 드러난다, 왕이 되기 위해서는 모든 열두 지파의 지지를 받아야 하므로, 르호보암은 북쪽의 열지파의 대표들의 의견을 듣는다. 멍에를 낮추어 달라는 것이다. 여기에 르호보암은 정책적 의견을 수렴하는데, 노인그룹과 소년 그룹으로 의견이 나누어지는 것을 본다. 잘못된 의견을 수렴하면 나라가 분열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르호보암은 잘못된 의견을 수렴한다. 그러나 이는 하나님이 계획하신 결과이기도 하였다.
무엇이 이렇게 분열을 초래하는 결정에 영향을 끼치는가? 바로 탐욕이라는 것이다. 왕은 젊은 소년 그룹의 의견을 수용하므로, 권력의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노인 그룹은 국가적인 통합을 위해서는 왕으로서, 화합과 단결이 더 중요함을 말하지만, 받아드려지지 않는 것이다.
신도들도 탐욕으로 인해서 패가망신 당하는 것을 볼 수 있지만, 이것은 결국 하나님이 지시한 사탄의 가시였다. 사탄의 가시는 신도에게 고통을 주지만, 결국 하나님의 사랑의 표현이기도 하다. 사랑의 교훈이 받아드려지지 않으면, 사랑의 매를 든다는 것은 신도를 바른 길로 인도하시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이스라엘이 바른 길로 가지 않고, 우상을 계속 섬기므로 하나님이 나라를 분열시켜, 고통을 주시고, 결국은 나라가 멸망당해 백성들이 노예로 끌려가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 신도들에게서도 고난이 오는 이유는 이와 같은 것임을 깨달아야만 한다. 그래서 그들은 빨리 돌이켜 회개하고, 하나님의 말씀 속으로 들어와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