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에서의 첫 잠자리가 영 불편하다.
짐을 줄인다고 대충 챙긴 게 배개도 넣지 않았다.
책을 요 아래 깔고 배개를 삼으니 딱딱해서 여러번 뒤척인다.
나 같은 놈에게 돌배개는 꿈도 못 꾸겠다.
몸이 가뿐하지 않은데 6시에 문을 열고 나온다.
하늘이 깨끗하다. 기온도 차갑지 않다.
서서히 큰 찻길로 나가 중평마을로 걷는다. 아스팔트가 지루하다.
다음엔 차를 끌고 나와야 할까?
20분 가까이 걸어 높은 다리를 건너 계족산 쪽으로 들어간다.
농막에서 닭이 울더니 가까이 가니 개들이 짖어댄다.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밭가로 돌을 쌓고 있는 고랑 아래를 지나 산길로 들어서니 삼현여자고등학교 산악회 리본이 보인다.
길을 잘 찾았나보다.
사람 다닌 흔적이 없는 산길을 오르니 진달래 한송이가 피어 있고 곧 서어나무가 썩어 넘어진 사이에
고목나무갈림길이라고 글귀가 보인다.
작은 능선을 따라 오른다. 길은 험하다.
짐승길인지 사람길인지 모르겠다.
작은 서어나무 가지들이 얼굴을 때린다.
참나무 낙엽 수북한 사이에 춘란이 꽃을 피웠다.
숨이 거칠어 초점잡기가 어렵다. 땀이 난다.
임도가 있는 것도 같은데 길은 사라지고 없다.
어느 바위 아래에서는 새끼줄보다 약간 굵은 밧줄을 매 두었다.
잡고 오르니 옷에 하얗게 붙는다.
40분도 오르지 않았을텐데 땀에 젖는다.
조망이 약간 열리는 낙엽 위 바위에 서서 지리산 주능선을 찾는다.
왕시루봉의 큰 덩치 뒤로 천왕봉이 조그맣게 보인다.
그 앞에 능선이 긴 삼각의 산은 아마 제석봉 같다.
삼신봉 능선의 봉우리가 더 높게 보인다.
7시가 되어간다. 다음에 이 길?을 다시 오를 수 있을까?
난 사람들이 다닌 길만을 찾겠지.
내려오다 옆으로 난 임도길 흔적으로 들어선다.
낙엽은 발등을 덮고 오른쪽은 낭떠러지처럼 급경사다.
동쪽 높은 산덩치 위로 떠오르는 해를 두고 진달래 꽃잎을 찍어본다.
초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희미한 길의 흔적을 찾다잃다 내려오니 물없는 계곡을 만난다.
차라리 암반의 계곡이 좋겠다.
밤나무 밭 사이 시멘트 길이 지그재그로 벋어있다.
트럭 한 대가 밤밭 앞에 서 있고 그 옆에 머리 하얀 남자가 일을 하고 있다.
간문천 둑으로 들어서 숙소로 돌아오는데 논 건너 집에서 한남자가 날 여러번 쳐다본다.
닭장 옆으로 돌아 숙소로 오니 윤현철이 닭모이를 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