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쿠스], 1597~1598년경
캔버스에 유채, 95×85cm, 우피치 미술관, 피렌체
1597~8년경에 제작된 [바쿠스 Bacchus]는 로마의 메디치 대변인이라고 할 수 있는 추기경 델 몬테(Francesco Maria del Monte)의 저택에 기거하며 젊은 청년들을 주제로 한 작품을 주로 제작했던 시기의 대표작이다. 인체의 처리, 화면 속 공간 배치, 정물 묘사 등에서 기량이 원숙해진 것을 알 수 있다. 화면에는 다시 한번 관람자를 초대하는 바쿠스가 등장한다. 탁자 위의 포도주병에 거품이 아직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지금 막 잔을 채운 바쿠스가 관람자 쪽을 보며 술을 권한다. 바쿠스 자신은 이미 많이 마신 듯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바쿠스는 옷을 여민 끈을 풀 준비가 되어 있고, 과일은 너무 익어 기다릴 시간이 없다. 그는 ‘더 늦기 전에 마시고 사랑을 나누자’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지상에서 쾌락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을 서글퍼하는 것 같다.
이후에 그려진 그의 모든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는 자연주의적인(naturalistic) 세부 묘사도 두드러지는데 술잔을 든 바쿠스 손의 손톱에 낀 때나, 팔과 가슴에 비해 햇빛에 많이 그을린 얼굴과 손의 색깔이 그 예이다. 이렇게 그는 모델을 이상화하지는 않았지만, 이 경우의 모델은 그냥 자연스러운 모습은 아니다. 그가 그린 많은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이 바쿠스도 남성적인 육체의 특징과 여성을 연상시키는 자세 및 시선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카라바지오가 그린 청년, 소년들의 관능적인 모습에서는 동성애적인 취향이 명백히 발견된다. 화가의 실제 성적 취향에 대해서는 그가 동성애 특히 소아성애적 취향이 있다는 설과 이를 반박하는 주장이 모두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