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밤마다 묵호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별을 많이 본다. 무심코 쳐다보면서 지지개를 켜기도 한다. 시간이 남아도는 인간이 가장 돈 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글을 매일 쓰지만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좋아서 쓴다. 책을 낼 생각도 없다. 책을 낼 수 있으면 물론 내겠지만 번거로운 일들이 생기면 그만 둘 생각이다.
20년 전 책을 냈다가, 너무 성가셔서 힘들었다.
나는 평범하지만 부유한 집 안에서 태어나, 괜찮게 살아 온 편이다.
좋은 유전자를 타고나서 몸이 건강하고 머리도 좋은 편이었다.
명문고에 입학을 하고, 대학도 다니고, 일본 유학도 가서, 동경대를 졸업했다.
어쩌다가 장사를 하게 되었지만 힘든 일 없이 돈을 많이 벌었다.
착한 아내를 만나 이쁜 딸 둘을 만나서 훌륭하게 성장을 시켰다.
아내가 죽고, 남은 돈 아이들에게 나누어주고 술 먹고 탕진도 하고 마음 고생을 하여 병원도 들락거리다가, 비로서 지금 원룸에서 혼자 살고 있다.
이제 내가 살아야 할 이유를 깨달았다.
별 볼 일 없이 살기로 했다. 비록 매일 밤하늘을 보면서 별을 원 없이 볼 수 있지만 말이다.
지금 소설을 쓰는 중이지만, 열심히 쓰지 않는다. 쓰기 싫으면 그만 두고, 쓰고 싶으면 열심히 쓰고, 프롯과 주제와는 무관 하게, 마치 노래를 흥얼거리듯 쓰고 있을 뿐이다.
이런 삶이 나와 딱 어울리는 길이다.
목적도 없이 산을 내려 오는 짜라투스트라처럼 그냥 살아 간다.
어쩌다가 글쓰기가 취미가 되어서 다행이다.
별 볼 일 없이 사는 인간에게는 꽤 괜찮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