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나토 가입 신청은 러시아가 떠민 셈”
사우어 외교차관보 방한 인터뷰
“러, 이웃 침략하고 전쟁범죄 저질러”
“러시아가 핀란드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도록 떠밀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오랫동안 중립국 지위를 고수했던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 가입을 선언해 큰 주목을 받았다. 15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만난 카이 사우어 핀란드 외교안보정책 차관보(사진)는 이와 관련해 “핀란드는 침공 후 러시아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며 이웃 나라를 침략하고 민간인 학살 등 전쟁 범죄를 저지른 러시아의 위협을 차단하려면 반드시 나토에 가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사우어 차관보는 “처음 나토 가입을 논의했을 때만 해도 찬성 여론이 25∼30%대였지만 80%까지 치솟았다”고 공개했다. 지난해 핀란드 의회가 전체 의원 200명 중 188명(94%)의 압도적 찬성으로 나토 가입안을 결의한 것 또한 이런 찬성 여론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나토에 가입하려면 30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현재 튀르키예(터키)와 헝가리가 반대하고 있다. 사우어 차관보는 “우리의 가입을 늦춰서 튀르키예와 헝가리가 얻을 이익이 없다”며 두 나라의 태도 변화를 주문했다.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은 16, 17일 양일간 튀르키예를 찾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이 사안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핀란드가 스웨덴보다 먼저 가입할 가능성을 거론한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식량 및 에너지난 등으로 서방 일각에서는 ‘더이상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무리’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서방의 연대 또한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사우어 차관보는 “침략국은 당연히 고물가, 식량 위기 등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나라가 그 책임을 져선 안 된다고 했다.
핀란드는 산나 마린 총리를 포함해 3명의 여성 총리를 배출했으며 여성 장관 비율 또한 64%에 달하는 대표적인 성평등 국가다. 남성인 안티 카이코넨 국방장관이 올 1월부터 두 자녀를 돌보기 위해 육아휴직에 들어가기도 했다. 사우어 차관보는 “인구의 50%를 제외하거나 배제할 필요가 없다”며 성평등 정책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이청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