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대구 매운탕 / 김혜진 (해림)
엄마와 아들의 생일 간격은 고작 이틀이다.
매년 엄마의 생일 미역국은 종종 아들의 생일날, 재탕으로 먹게 된다.
그게 늘 미안해서 남편에게 제안했다.
" 올해는 내 생일에 미역국 끓이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생선 매운탕 해줘~ "
마침 한인타운의 마트에 같이 간 날, 은대구 생선 팩이 싱싱하니 눈에 들어왔다. 실한 놈으로 한 팩을 장바구니에 담고, 쑥갓이며 청경채, 깻잎 등을 샀다.
남편이 요리사라 결혼할 때 내심 '밥은 안 굶기겠구나.' 안심했다. 하지만 식당을 하는 요즘도 날 빤히 보며 "오늘 뭐 먹어?" 한다.
그런 남편을 돕는 의미에서 오늘은 이걸로 뭘 해 먹자, 제안하는 건 언제나 내 몫이다.
우리 집은 예전에 겨울이면 생선 매운탕을 자주 해 먹었다. 돌이켜보니 엄마의 최애음식이었던 것 같다.
그 당시에는 초딩 입맛이라 가리고 안 먹는 게 많았다. 파도 안 좋아하고 무는 아예 건져내고 안 먹곤 했으니 무슨 생선 매운탕의 진하고 시원한 국물맛을 알았으랴...
벌써 두 해 전, 두 남동생 대동하고 친정엄마가 다녀가셨을 때다. 가게에서 장사하느라 바빠서 한다고 했지만 잘 못 해드렸다. 엄마 좋아하시는 생선 매운탕이나 지리탕 한 번 못 해 드린 게 불효이다. 늘 목에 걸려 넘어가지 않는 생선 가시처럼 지금도 그렇게 아프다...
남편이 생일에 끓여준 '은대구 매운탕'이 기가 막히게 맛있어서 눈물이 났다. 남편은 자기가 만들어 놓고선
"아, 참 맛있다!!"를 연발한다. 간을 볼 땐 청경채 향이 좀 강하다 싶더니만 국물이 시원하니 너무 맛있었다.
엄마 생각이 왈칵 났다.
나를 낳을 때 오랜 진통으로 "죽다 살았다"시던 친정엄마. 매년 내 생일 즈음엔 어김없이 독한 몸살을 앓으신다. 올해는 좀 어떠신지, 너무 보고 싶다. 엄마...
기약할 순 없지만 언젠가 이 가게를 팔면, 한국에 다녀오려 한다. 좀 오랫동안. 6개월이 될지, 일 년이 될지, 상황이 허락하는 데로 있을 생각이다.
진득이 있으면서 엄마랑 시간도 많이 보내고, 가족여행이나 때론 홀로 여행을 훌쩍 떠나고 싶다.
쓰고 싶은 글도 맘껏 쓰면서 후회를 남기지 않을 작정이다.
첫댓글 해림님은 효녀이신 것 같아요
은대구 매운탕 먹으면서도 엄마 생각에 목이 메이는 걸 보니
엄마와의 여행의 꿈 꼭 이루시길......
효녀는 무슨, 근처도 못 가는 불효녀이지요.
엄마 살아 생전에 더 많은 추억을 쌓고 싶어서요......
소담님, 감사합니다.
소담님의 시와 시낭송하시는 낭랑한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건강하시고, 건필하세요!
사랑하는 딸과 멋진 화가이신 엄마의 만남을 기대하며 ...
매운탕을 대접받는 혜진씨는 복도 많으셔.
옆지기님에게 안부 전해 주시고, 가족 모두 행복하셔요.
“글쓰기”에 참여해 주어 고맙답니다.
엄마와의 해후를 꿈꾸며 버텨나가고 있습니다.
제가 복이 많은 건가요?!
아무튼 감사합니다. ㅎㅎ
항상 옆지기를 챙기시는 소교님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 잘 전하겠습니다.
소교님과 이사장님도 늘 건강하시고, 하루속히 대면할 날을 고대하겠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가게에서 일하면서 짬을 내어 올려봤습니다. 동참에 의미를 두고...
매운탕에.눈물이나셨군요 ㅠㅠ
저는.미역국에.눈물을.얹었습니다 ㅠㅠ
후회의 여지를 남겨두지 말아야겠어요.
"있을 때 잘 해, 옆에 있을 때" 라는 노랫말 처럼...
복이 넘치는 분이시네요.
어머님 살아 계실 때는 복 인 줄 몰라요.
힘들여 쓰신 글들을 활자 크게해서 프린트해서 드리시면
TV도 안 보시고 백번 천번 읽으실 겁니다.
주위 분들에게 자랑하며 행복해 하시고...
돌아가신 뒤엔 사모곡을 써봐도 눈물 밖에 안 나더군요.
어른들 돌아 가셔도 죄인이라 눈물 안 흘린 저도 울린
좋은 글 잘 읽었읍니다. 감사합니다.
종종 제가 쓴 글들을 카톡으로 가족, 친구와 공유합니다.
피드백도 겸허히 받아들이고, 안부 차 소식드리면 서로에게 좋은 유대감이 생기더라구요. ㅎㅎ
혜진씨의 소박한 효심 잘공유합니다 나이가 들으면 들을수록 애잔한 정이 진국으로 깊어지죠 혜진씨가 원하는시간이 꼭 올꺼예요
저의 소박한? 꿈이 하루속히 이루어지길...
항상 따뜻한 댓글, 감사합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