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게도 야무진 토실댁
목필균
“교감선생님. 정말 오랜만에 찾아뵙고 싶어요.”
“둘째 아기 가졌다며……. 오지 마. 이렇게 전화만 해도 좋아.”
40 년 교직생활을 마무리할 2015년 2월, 갑자기 주례를 부탁했던 부부 이야기다.
2010년 9월부터 2013년 8월까지 3년간 함께했던 동료 교사 중에서 사근사근하고 친절한 보건 선생님과 듬직하고 성실한 총각 선생님이 결혼하겠다는 소식도 놀라운데, 내게 주례를 부탁하다니…….
여러 의미를 담아서 부부 탄생의 축복하는 주례석에 서주었다.
그리고 8년이 지났다. 이들 부부는 그동안 아들을 낳고 알콩달콩 사는 것으로만 알고 지냈다.
퇴직 후 3년 정도 여행도 하고. 사서삼경도 공부하며 재미있게 지내다가 덜컥 응급실 신세를 지고. 자식들 옆으로 옮겨온 내 소식을 나중에야 듣고 무척 놀랐다고 한다.
중간중간 들리는 소식으로는 육아로 전업주부로 살고 있다는 토실댁(보건선생의 별칭)이 찾아뵙겠다는 요청으로 어제 드디어 만났다.
안양 범계까지 부부가 찾아와서, 점심을 사주려다가 그냥 집으로 들어와서 밥을 해서 먹었다. 예정에 없던 일이라 반찬은 없어도 따뜻한 밥을 먹게 해서 마음이 흡족하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에야 토실댁이 출판사 권유로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며 <월급이 얼마든 서른 살 돈 습관>이란 저서를 주고 갔다.
깜짝 놀랄 일이다. 손 편지를 잘 쓰는 선생님이란 기억은 있지만 책을 출간하다니……. 저자명이 실명이 아닌 별칭 토실댁인 것도 특별하다.
너무 궁금해서 부부가 돌아가자마자 책을 펼쳐들었다.
처음부터 흥미가 솟는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잘 모르던 성향과 부부의 경제적 관념, 신혼부부들에게 귀감이 되는 살림살이의 비법들이 들어있었다.
적은 돈이라도 알뜰해지면 저축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고, 자기 경험을 중간중간 수필처럼 넣어주어서 딱딱하지 않고 쉽게 젖어드는 문장도 간결해서 좋았다.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가정의 돈의 흐름을 분석해서 너무 무리하지 않게 푼돈을 목돈으로 마련해가는 과정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요즘 경제관념이 없이 사는 젊은이들에게 꼭 권해주고 싶은 책이었다.
어떻게 젊은 부부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이리도 야무지게 살아갈 수 있을까? 그리고 아내의 주도에 묵묵히 따라준 남편 정 선생도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난 이 부부에게 기립 박수를 보내고 있다
돌이켜보아도 쑥스럽기만 주례석에 나를 서게 해준 부부가 이렇게 바람직하게 열심히 산다고 생각하니 내 어깨가 으쓱해진다. 6월이 되면 둘째가 태어나는 경사를 앞두고, 남편 정 선생도 장학사로 3월부터 교육청 근무를 하게 되었으니 앞날이 더 기대된다.
“토실댁 정말 응원해…….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고, 우리나라 가정이 살찌는 세상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래.”
첫댓글
깜짝 놀랐어요
목시인님이 해킹을 당했나해서요..
느닷없는 '돈' 이들어간 문구가 눈에 확 띄었기 때문이지요
알고보니 훈훈한 사연이 담겨있는 정겨운 시 였는데 주례석에 서는 부담(?)을 주었던 '토실댁'이 저자가 되어 출간된 <월급이 얼마든 서른 살 돈 습관> 이라는 역저가 경제개념 없는 젊은이들에게 읽혀지며 대박나기를 목시인님 곁에서 응원하겠습니다..^^
정말 놀라운 출간 소식입니다. 그것도 꼼꼼한 경제관념에 저는 반성도 많이 했습니다.
요즘 젊은이에겐 귀감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부부 모두 넉넉지 못한 출발점에서 그리 알뜰하게 살림을 하다니.....
정말 좋은 이야기네요...
오랜 시간동안 인연을 기억하고 이어갈 수 있는
마음이 우선 참 좋습니다
주례를 봐 준 동창님에게 감사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고 시간이 지났어도 잊지 않고
찾아준 별칭 토실댁 부부의 아름답고 경제관념
가득함이 좋습니다
그걸 또 책으로 출간해서 동창님을 찾고...
동창님과 토실댁 부부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나이 드니 이런 친구들이 연락이 오면 너무나 고맙습니다. 잊혀질 나이인데..... 하는 생각에 의기소침할 때가 많거든요...
또 잘 았구나 하는 자부심도 생깁니다.
알뜰한 살림살이에 덜렁덜렁 살아온 저는 반성할 기회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