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은 종가나 일반 가정이나 똑같습니다. 조상님 모실 제사 음식 준비, 집안 안팎 청소, 친척들 맞을 준비 모두 똑같죠."
추석연휴를 맞아 대전 김응일 약사의 집은 여느 때보다 분주하다. 매년 오는 추석이지만 올해 추석은 김응일 약사의 부인 최인희 약사가 집안 종부가 되어 맞는 첫 추석이기 때문이다.
"16대 종부이신 저의 모친이 101세 춘추로 지난해 12월 타계하셨습니다. 집사람이 올해 1월, 서울에서 하던 약국을 정리하고 내려와 17대 종부로 '취임'한지 얼마 안 된거죠."
최인희 약사에게 추석 연휴를 사흘 앞둔 23일 인터뷰를 청했지만, 추석 명절을 준비해야 하는 부담 때문인지 극구 사양했다. 김응일 약사는 "준비할 것도 많고 집안 가장 큰 종부로서 피곤하고 정신없어 그럴 것"이라며 종가의 추석 분위기를 대신 전했다.
이미 알려졌듯, 김응일 약사의 집은 대전 동구 신하동에 위치한 경주 김씨 충암공파의 고택이다. 종가인 만큼 추석을 맞아 제사 준비와 손님 맞이 준비 규모가 여느 가정집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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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응일 약사(왼쪽)와 최인희 약사(오른쪽) |
김 약사는 "추석 차례도 일종의 제사인데, 종가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조상님 제사를 모시는 것"이라며 "보통 선비집안은 내 위로 4대 조상까지 제사를 따로 모시고 그 위의 조상은 문중에서 정한 하루에 함께 모시는데, 추석에는 4대 조상과 파시조(충암공파의 첫 조상) 제사를 지냅니다."
김응일 약사 집안에서 지내는 제사만 1년에 스무번이 훌쩍 넘는다. 4대 조상인 부모, 조부모, 증조부모, 고조부모의 기일을 찾아 지내는 기제사에, 설날·추석·한식에 4대 조상을 한꺼번에 모시는 제사(절사, 節祀), 파시조 기일을 모시는 날까지 합해서다.
"추석 당일에는 4대 조상 제사를 지내고, 문중 사람들이 모두 모여 오전 10시 쯤 파시조 묘소를 찾아 제사를 지냅니다."
파시조 절사는 문중 모두에서 같이 준비하지만, 4대 조상 제사와 손님맞이는 모두 종가의 몫이다. 최인희 약사의 부담감이 이해되는 대목이다.
"추석은 제사가 아니라 차사(茶祀)라고 합니다. 밥 대신 송편과 물김치를 만들어 지내지요. 저는 도포와 갓, 손님 맞이를 담당하지만 아내는 온갖 부엌일과 신성해야 하는 제사 음식을 일일이 손봐야 하니 부담이 클 겁니다."
올해 추석은 양력 9월 27일. 나흘간의 연휴를 앞둔 김응일·최인희 약사의 추석 준비에서 한국 전통 종가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