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회 오마이뉴스배 족구대회>가 14일 망원유수지체육공원에서 600여명의 선수들과 응원단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대회에 출전한 한 선수가 오버헤드킥을 선보이고 있다.
ⓒ2005 오마이뉴스 남소연
"오늘 족구대회 신청하신 분들이면 모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이신 거죠?"
사회를 맡은 최경준 기자의 물음에 이곳 저곳에서 "예"하는 대답이 들려 왔다. 지난 14일 오전 9시, 한강시민공원 망원유수지에는 '제3회 오마이뉴스배 족구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600여 명의 선수와 응원단이 몰려들었다.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는 "오마이뉴스는 전국의 3만8000여 시민기자와 함께 만드는 인터넷 신문입니다. 즐겁게 게임하시고 시민기자로 가입하셔서 새 소식, 새 세상을 만드는 일에 동참해 주십시오"라고 인사말을 남겼다.
이날 대회에 참가한 팀은 총 48개. 최근 생활 체육에 대한 관심 때문인지 일찌감치 마감됐다고 한다. '클럽 유니온스'의 조국현씨는 작년 2회 대회에도 참가했다며 "사실 4강에도 오를 수 있는 전력이었지만(이전 대회 4강 이상의 팀은 출전 불가) 그러면 이 대회에 출전을 못하기 때문에 올해도 8강만을 목표로 한다"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8개 코트에서 동시에 진행된 이날의 경기는 1코트 산성B와 한틀 시스템의 경기로 시작됐다. 경기는 11점 3세트, 3개 팀으로 이루어진 조에서 수위만이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 경기가 시작되자 순수 아마추어지만 그 이상의 실력을 보여준 플레이에 이곳 저곳에서 감탄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 족구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이 묘기를 보일때마다 응원단의 탄식이 절로 나온다.
ⓒ2005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름도 각각, 사연도 각각
참가팀 중에는 '피닉스 즐겁게', '물동이', '그까이꺼', '유아독존' 등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팀들이 있었다. 숭실 고등학교 교사인 '그까이꺼'의 한성우씨는 "그까이꺼, 대~충 하면 되지 않겠냐"며 "그래도 경기 자체는 대충이 아니라 진지하게 임할 계획"이라며 웃음을 보였다. 광명시에서 왔다는 '파워 족구회'의 감독 임영훈씨는 "경험도 쌓을 겸 처녀 출전하게 됐다, 목표는 8강"이라고 말했다.
건국대학교 정치대학 풍물패 동아리인 '한백'의 최진훈(정외과 4학년)씨는 "직장인 대회지만 대학 생활의 추억을 만들기 위해 참가했다, 비록 2패를 기록해 떨어졌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직장인으로써 다시 한 번 참여 하겠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반대로 '중년 이상'의 선수들로 이루어진 팀도 있었다. 'GM 아우토반족구클럽'의 경우, 선수 전원이 '아버지 뻘'의 연령대를 이루고 있었지만 가뿐하게 4강까지 진출하며 '중년의 힘'을 보여주기도.
치열한 접전 양보는 없다
▲ 뙤약볕이 내리쬐자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코트 주변을 계속 지키는 선수들도 있다. 고수팀의 경기를 관전하는 것도 다 '약'이 되는 법.
ⓒ2005 오마이뉴스 남소연
"팡, 팡!"
8개 코트에서 울리는 강 스파이크 소리가 넓은 공원을 울렸다. 오전 내내 치열한 예선전을 거쳐 산성B와 리더스 캠 등 16개 팀이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즐거운 점심 시간, 주최 측에서 마련한 도시락을 타기 위해 긴 줄이 이어졌고 일찌감치 탈락한 팀들은 가벼운(?) 반주를 곁들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오후가 되자 구름 속에 숨어 있던 태양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6강부터는 한 번의 경기로 승패가 엇갈리는 벼랑 끝 승부. 그야말로 진기명기가 속출했다. 몸을 날리는 오버헤드킥과 힘없는 볼을 찍어눌러 살려내는 '찍기' 등 구경꾼들의 입에서 "와!" 소리가 절로 터져 나왔다.
강한 공격이 아슬아슬하게 라인을 벗어나는 장면도 곳곳에서 연출됐다. "아!"하는 탄식이 터져나왔지만 심판에게 강하게 항의하는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공정한 판정을 위해 심판들도 많은 땀을 흘렸다.
이어 '리더스 캠', '부천 덕유A(이하 덕유)', 'GM 아우토반족구클럽(이하 아우토반)', '구리 백호(이하 백호)' 등 총 4팀이 결승행 티켓을 두고 자리에 모였다. 오후 2시50분에 시작된 4강 첫 경기는 아우토반과 백호의 대결.
긴 랠리가 이어지며 한 점씩 주고받는 접전이 이어졌지만 백호의 끈끈한 팀 전술이 한수 위의 전력을 보였다. 첫 세트는 간발의 접전이었지만 2세트 들어서는 탄탄한 수비와 타점 높은 공격을 선보이며 11 : 3으로 간단히 상대를 따돌리며 결승에 첫 발을 디뎠다.
4강 두번째 경기는 덕유와 리더스 캠의 대결. 신구 조화가 잘 이루어진 덕유가 첫 세트를 11대 5로 가볍게 따냈다. 그러나 리더스 캠이 2세트를 11대 9로 따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마지막 세트 리더스 캠이 6대 5로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그때 덕유에서 멋진 오버헤드 킥이 터져나오며 분위기를 반전 시켰다. 결국 11대 8로 덕유의 결승 진출.
대역전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거다
▲ <제3회 오마이뉴스배 족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구리 백호'팀 선수들이 경기를 마친 뒤 밝은 표정으로 상대팀 선수들과 악수하고 있다.
ⓒ2005 오마이뉴스 남소연
▲ <제3회 오마이뉴스배 족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구리 백호'팀 선수들이 서로 부둥켜안으며 자축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05 오마이뉴스 남소연
결승전은 15점 3세트로 열렸다. 첫 세트는 한 점씩을 주고받았다. 덕유가 14대 11까지 앞서 나가자 백호에서 작전 타임을 불렀고 이후 13점까지 따라붙었지만 결국 덕유가 한 점을 추가, 첫 세트를 따냈다.
이렇게 승기를 잡은 덕유가 우승을 차지할 것 같았지만 2세트 들어 분위기가 반전됐다. 같은 아파트의 지역 주민들로 평소 야간에 연습해왔다는 백호의 촘촘한 수비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공격에서도 페인트 모션과 연타 공격이 이어지며 단숨에 9대 1까지 앞서 나갔다.
덕유의 페이스가 급격하게 흔들리며 실책이 이어졌고, 경기 후반 몇 점을 따라갔지만 이미 분위기는 백호에게 넘어갔다. 15대 6으로 백호의 완벽한 승리. 3세트를 앞둔 양 팀 선수들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었다.
드디어 대회의 최종 세트, 초반은 2대 2로 호각세를 이루며 출발했다. 그러나 세트 이동을 위해 필요한 8점에 먼저 도달한 팀은 백호였다. 이후 덕유는 별다른 힘을 써보지 못했다. 수비와 공격 모두 백호가 상대를 압도하기 시작 한 것.
결국 12대 8, 마무리 3점을 앞둔 상태에서 백호의 류효선 선수의 스핀 서브가 상대의 넋을 빼놓기 시작했다. 연속 3개의 멋진 서브를 상대의 코트에 쏟아 넣으며 팀에 우승을 안긴 것. 환호가 이어졌고 류호선 선수는 대회 최우수 선수상의 기쁨도 누리는 겹경사를 누렸다.
학교에만 졸업이 있냐고요?
"작년, 재작년 모두 참가했지만 성적이 좋지 않아 안타까웠다."
백호의 서종남 감독은 "팀 선수들에게 공을 돌린다"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후 시상식이 이어졌고 순위에 상관 없이 밝은 표정과 힘찬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어진 '추억의' 행운권 추첨. 번호를 부를 때마다 "없어, 갔어!"라는 고함이 나와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다. 문화 상품권에서 양복 상품권, MP3 플레이어의 선물이 주인을 찾아갈 때마다 박수와 부러움이 이어졌다.
선수뿐 아니라 응원단. 지켜보는 지역 주민까지 모두 흥겨웠던 축제는 그렇게 저물고 있었다. 예선 탈락한 팀들은 "내년에 두고보자"며 파이팅을 다졌고, 우승팀에서는 "이제 이 대회를 졸업하게 됐다. 앞으로 참가할 수 없으니 시원섭섭하다"는 아쉬움을 전했다.
▲ 아빠 손 잡고 이날 족구대회에 참가한 어린이들끼리 또 하나의 비공식 축구시합을 벌였다.
첫댓글 백호가 먹었군요~~ 축하해 드립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