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자라는 모든 것은 효소 재료입니다"
비가 오는 오후, 전남 담양군 용대리로 잦아드는 길은 아름다웠다.
안개 낀 산과 들의 풍경은 한마디로 동양화였다.
감상에 겨워 세설원(洗舌園) 입구를 놓칠 뻔 했다.
다행스럽게 입간판을 발견하고 농로를 따라 300m 가니
각종 산야초 식초가 담긴 옹기 항아리들이 보였다.
제대로 찾은 것이다. 백구가 입구에서 꼬리를 흔들며 먼저 반겼다.
응접실에서 들어서자 자연스러움이 물씬 풍긴다.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눈인사를 나눈 김선숙(56) 대표의 표정 또한 자연을 닮아 있었다. 편안했다.
그의 말에서 자연을 가까이 한 내공이 묻어났다.
"청정지역인 이곳에 터를 잡은 이유는
원 성분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면서 건강에 유익을 주는 효소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미래 식품으로 각광받는 효소 연구를 계속해 보고 싶다는 욕심을 내게 된 거죠.
사방 500m 안에 민가가 없는 곳을 찾기 위해
100여 군데 발품을 팔아 정한 곳이니 만큼 효소 만드는데 만전을 다할 것입니다."
광주에서 효소가 가미된 체질식 홍삼을 만들어 판매했던 그가
본격적으로 효소 작업에 들어간 것은 2008년 초여름,
그가 남편 김규성(62)시인과 함께 시골에 정착한 해였다.
이후 그는 봄, 여름, 가을이 따로 없었다.
철따라 산과 들, 바다에서 자생하고 있는
200여 가지 산야초를 직접 손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 산야초 채취는 남편의 몫이다. 아내의 일에 일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영광 구수리 깊은 산골 출생인 남편이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산야초 자생지 지도를 그릴 만큼 지형을 잘 알고 있습니다.
남편이 산과 들, 바다에서 채취한 자연산 재료는 약성은 물론 향도 좋습니다.
부득이 채취할 수 없는 것은 오가피 열매와 교환하기도 하고 구입하기도 합니다.
올해는 3톤을 담았습니다."
2차 숙성실
그는 채취한 재료들을 소나무 숲 지하 148m에서 뽑은 석간수로 세척한다.
세세한 손길이 필요한 세척작업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재료와 황백당을 섞는 과정에서 몸살이 나기도 했다.
힘든 작업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옹기 항아리에 자연 숙성되고 있는 산야초들을 보면 용기를 낸다.
"효소 담는 것은 생각보다 중노동입니다.
효소를 담으면 1∼2달 정도는 매일 저어 주어야 합니다.
거의 3∼4시간 밖에 잠을 못 청합니다. 3∼6개월 이상 되면
당도가 66브릭스에서 55브릭스로 떨어집니다.
이 때 걸러서 1년 정도 2차 숙성을 시켜주면 약 50브릭스 정도로 당도가 떨어집니다.
이 과정을 거쳐 자연 숙성시킨 효소액을 통해 남녀노소 누구나
자연의 산뜻하고 깊은 맛을 느낄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그가 효소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던 것은
외가의 영향이 컸다. 대대로 한방에 조예가 깊었다.
어렸을 때부터 저 체온증에 시달렸던 그는 그 효과를 톡톡히 봤다.
쑥 즙과 구절초, 육모초즙의 효능을 체험했던 것이다.
그와 체질이 같은 딸에게도 너무 쓴 즙 대신에 효소를 빚어 먹여 효과를 봤다.
그의 쑥 복합효소는 이렇게 탄생됐다.
"쑥과 구절초는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몸 안의 냉기와 습기를 내보내는 작용을 합니다.
이외에도 혈액순환과 장의 기능을 돕는 역할을 합니다.
여기에다 몸에 좋은 26가지 약재들을 발효시켜 건강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바위손
이처럼 쑥 복합효소에는 쑥 20%외 구절초, 당귀,
수삼, 생강, 복분자, 오가피 열매, 솔잎, 고추, 익모초,
야생갓, 대추, 달맞이꽃, 무, 늙은 호박, 야생사과, 양하,
우슬뿌리, 모과, 부추, 황기, 양파, 마늘, 표고버섯, 삽주 뿌리가 들어간다.
그는 숙성되고 있는 과정을 보여 주겠다면서
황토로 지어진 2차 숙성실로 안내했다.
내부는 서늘했다. 항상 20∼25도가 유지되는 까닭이다.
옹기 항아리마다 그가 직접 쓴 약초 이름과 날짜가 쓰진 라벨이 붙어져 있었다.
함초, 예덕나무, 톳, 갯고들배기, 갯방풍, 번행초, 해국, 석창포, 수영,
복분자, 줄풀, 조릿대, 칡, 까마중, 초석잠, 오가피 열매, 꾸지뽕 열매,
겨우살이, 유자, 쇠비름, 한련초, 엄나무, 느릅나무, 두릅나무, 으름, 다래,
정금, 돌복숭아, 산초, 노박열매, 음정목, 화살나무, 개머루덩굴,
금은화, 호장근, 소루쟁이, 돌나물, 선학초, 사매, 질경이, 민들레, 하고초,
엉겅퀴, 마가목열매, 청미래, 싸리나무, 야관문, 작두콩, 아카시꽃, 도꼬마리,
어성초, 삼백초, 진득찰, 오이풀, 머위, 천문동, 맥문동, 하수오, 마,
오미자, 산수유, 돼지감자, 원추리, 감국, 비단풀, 쑥부쟁이, 찔레,
충령, 잔대, 새삼 등 숫자 세기에도 힘이 부쳤다.
이 효소들은 6개월에서 1년 정도 숙성시켜 쑥 복합효소와 백초 효소로 탄생된다.
구지뽕 열매
"자연에서 자라는 거의 모든 것은 효소 재료가 됩니다.
집 옆에 있는 텃밭에서도 500㎏이상 거둬들여 효소를 담습니다.
일반 사람들은 풀밭으로 보이지만 보물이 있는 곳입니다.
모든 재료들은 단방으로 담아 놓았다가 체질에 맞게 섞어서 사용합니다."
이를 통해 제품화 되고 있는 쑥 복합효소와 백초효소는
지난해 1월부터 전남도청 오픈마켓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쑥 복합효소와 백초효소는 지난 11월 전남 오픈 마켓 선정 우수제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곰보배추 효소는 단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번데기와 닮은 초석잠
"아직까지 많은 판매를 하지 않습니다.
충분히 숙성시킨 다음 판매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전남도청과 전라남도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에서 공동으로 수행중인
오픈마켓을 통해 온라인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에는 카페를 개설하여 효소와 장류, 몸 건강 마음건강 ,
나의 체질 알기 코너들을 개설해 건강한 사회 만들기에 일조를 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그는 조청으로 발효시키고 있는
백화사설초, 초석잠, 부처손, 삽주를 보여 준 뒤
발아된 쥐눈이 콩을 재 발효시킨 제품을 맛보게 했다.
아마도 효소 제품의 발전 가능성을 예견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이들 부부의 배웅을 받고 나오다 도로 초입에 있는
삽주뿌리
세설원 간판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김 시인의 설명이 상기 되어졌다.
"세설원의 설(舌)은 언어와 입맛을 상징합니다.
저는 글을 통한 영혼의 치유를,
집 사람은 효소를 통해 공해에 찌든
현대인들의 입맛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여기에는 자연과 함께 생활하며 사람들의 건강을 생각하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부안을 벗어나자 날이 어두워졌다.
점심시간, 효소로 밥맛을 낸 시골밥상과
효소차 향기가 아련히 그리워진다.
첫댓글 에잉... 제가 원래 하려고 했던 효소 작품들이 벌써 저분이 다 하고 계시는군요?
저는 그냥저냥 집에서 만들어 먹는 일에나 매진 해야겠습니다. ㅎㅎ
노루발님도 나도 구상중 이엿는데...........ㅎㅎㅎㅎㅎㅎㅎㅎ
기회가 되면 들려보고 싶은곳이네요...
기회가 되면 방문하여 좋은음식 같이하고 싶습니다.
자연의 선물에 인간의 정성이 깃들어 묘약이 되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