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룡 매니아인 박 과장은쌍절곤으로 쒹쒹 바람을 썰곤 한다. 인정사정없는 쌍절곤 소리에 세상은 갈라지고, 그의등 뒤로 날아가던 새들은 떨어져 내린다. 무법천지가 될 퇴직 후의 세상을 준비하느라퇴근 후 뉴스를 본 지 오래되었다. 희망이 팝콘처럼 튀겨지는정치인의 도시에 먹기 좋게 다듬어진뉴스는 시시하다. 그보다는 사직서를 보아뱀처럼 삼켜 밤이면 배가 불룩해진사람들은 저마다의 소화제를 찾아 눈알을 굴리며 동네공원으로 향한다. 그는 저녁이면 파란 얼굴의 크리슈나처럼 전깃줄로 얼굴을 지지는 동화빌라를 나와 허적허적 걸어간다. 뒷골목은 이웃집 아이가 부는 리코더 소리 때문인지 시험 문제 같은 가로등 불이 깜빡거린다. 몽롱한 저녁 공원에는 잠이 덜 깬 매화나무와 밤새테니스를 치는 사람들이 고요를 주고받는다. 동네에서 제일 빠른손을 가진 헤어 리는 벤치에 앉아 탈모 위에 몰래 가발을 재 부착하고, 어제의 아슬아슬한 선을 넘기 위해 공원 주위를 조깅하는 김 대리가 그 옆을 뛰어간다. 그 사이로 뒷다리를 쳐든 개들이 오줌을 갈긴다. 한때 스나이퍼를 꿈꿨던 취준생은 철봉 위로 올라가 어둠을 턱 밑으로 당기고 말없이 노려본다. 누군가 자정을 막 지난 라디오를 켠다. 그 위로 수리가 끝난벚꽃들이 불법전단지처럼 떨어져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