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중년의 슬픈 사랑 그리고-14
"Do you have copies of vaccine QR-mark? 어머, 한국 분이세요?"
"예. 맞습니다. 저희는 더블 샷을 마쳤습니다."
"예. 잘 하셨어요. 저쪽 창가에 앉으세요. 날씨가 춥지요? 어디서 오셨어요? 코비드 상황에서 한국 분들 만나는 일이 거의 없어요. 네. 다 치웠어요. 그냥 앉으시면 돼요 ㅎㅎㅎ. 참 반가워요. 뭘 드시겠어요."
반가워서 그런지 한국말 잊어버릴까 봐서인지 말이 많았다. 그래도 아주머니 얼굴이 호감 가는 모습이어서 밉지 않았다.
"예. 저희도 반가워요. 이런 곳에서 한국 동포를 만나다니요. 저희는 일부러 인터넷을 통해 발견하고 찾아왔어요. Delta Hotels by Marriott에 묵고 있어요."
"어머, 그러셨어요. 여기서 차로 한 15분 거리인데, 너무 고마워요."
"여보~ 뭘 드시겠어요? 저는 한국 음식으로 하고 파요."
"나도 그쪽이 좋겠어. 뭘 먹지..."
두 사람을 지켜보던 그 여인이 거들었다.
"저희는 돼지고기 갈비구이가 전문이에요. 한번 드셔 보세요. 샤스캬츈의 야생 돼지를 잡은 싱싱하고 부드러운 맛이 최고예요."
"여보~ 그걸로 해요."
주문은 끝났다. 창밖은 이미 어둠이 짙게 깔려서 눈빛과 가로등 빛 만이 분주한 거리를 비추고 있었다. 눈 때문에 서서히 지나다니는 차량도 많았다.
"여보~ 시장하시죠? 지금 생각하니 당신, 음식 제대로 잡수신 것이 없어요. 어떡하지요."
"괜찮아. 습관이 되어 있고 긴장을 한 상태여서 그렇게 배고픈 줄 몰랐고... 당신, 초희가 옆에 있어서 그쪽 생각은 잊어버렸어."
"아하하하~ 여보~ 말씀도 잘 하셔요. 저 때문에 으, 흐, 흐, 흐~ 여보, 사랑해요~"
"젊은 부부 같으세요. 너무 다정해 보여 참 좋아요. 저는 이 식당 주인인 헬레나 박이에요. 남편 주인은 주방에서 요리를 담당하고 있죠. 한 번에 셋팅을 다 하였으니 어서 드셔 보세요."
그녀, 레스토랑 주인인 헬레나 박이 츄레이에 가득 실은 음식들을 테이블 위에 셋팅하며 말하였다. 말에 진심이 담겨있어 듣기 좋았다.
그들은 그 레스토랑에서 한식 겸 돼지갈비구이를 충분히 맛있게 먹고 정상 요금에 20불 팁을 추가해 현금으로 지불하였다. 코비드-19 상황에서는 대부분 현금 지불을 하지 않고 카드로 한다. 그러나 현금이 더 좋을걸.
그들은 그 레스토랑을 나와 호텔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잠시 걷기로 하였다. 초희는 제임스의 왼쪽 팔을 꼭 잡고 보조를 맞춰 걸었다. 도보에는 젊은이들도 그들과 비슷한 중 노년들도 걸어가고 오고 있었다. 마주치는 그들은 하나같이 두 사람을 보고 인사를 하였다. 눈이 오고 있었고 바람도 불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전의 분위기를 망치지는 못하였다. 모두들 마스크를 썼기에 감기는 걱정하지 않았다.
"여보~ 우리가 한국의 서울에서 이렇게 걸어가고 있다면, 어떨까요?"
"응. 나는 잘 몰라. 짐작도 안돼. 내가 기억하는 서울의 겨울 밤거리는 여기보다 더 흥청거릴껄."
"아니어요. 지금은 그렇게 흥청 되지도 않을 거고, 노부부들은 밤에 이렇게 팔짱하고 걷지도 않아요. 다들 이상한 눈으로 보고 야릇한 생각들을 할 거예요. 그만큼 노 중년들의 연애가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어요. 부부들은 또 이렇게 팔짱을 하며 걷지도 않아요. 낭만이 없어졌어요. 우리가 이렇게 걸어가면 티비가 생방송하자고 난리 칠 걸요 ㅎㅎㅎ. 문화유산에 가까운 작태로 생각할 거예요."
"하하하~ 작태? 한국은 너무 빠르고 바쁘게 변화하고 있어. 다이나믹한 도시인 것 같군. 인구가 많다 보니 노년의 연애와 사랑에 대한 문화가 잘 시스템화되지 않았을 거야. 이곳은 커뮤니티마다 시니어들의 건강과 사랑 등을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이 많아. 어떤 방식이 좋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은, 그것 역시 운명이야. 우리 같이."
"네. 맞아요. 여보~ 우리 같은 절묘한 운명 ㅎㅎㅎ."
"그런데 이제부터 중요한 건, 건강이고 마음 씀씀이야. 다 버리고 마음도 비우고 당신을 위해서 건강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해. 초희야~"
초희는 제임스의 말에 동조하고 감격하며 그의 어깨 안으로 파묻혀 걷는데 그의 부름에 놀라 서서 고개를 들어 대답했다.
"지금부터 몸과 마음 어디가 조금이라도 평상시와 다르다고 느껴지면 얼른 말해야 돼. 알았지? 당신 몸과 마음이 내 몸과 마음이거든. 오케바리!"
"여보~"
초희는 감격하고 말았다. 그 자리에서 제임스의 가슴으로 파고들며 울었다.
"으, 흐, 흑~ 아, 아, 앙~~~ 여보~ 너무 고맙고 사랑해요. 저 어쩌면 좋아요. 당신이 너무 좋아서..."
제임스는 가슴에 안긴 초희를 더욱 꼭 안았다.
"어서 대답해~"
"네. 그러겠어요. 약속해요. 여보~ 당신을 만난 것이 꿈만 같아요. 깨우지 마요."
"ㅎㅎㅎ. 이 할매야. 꿈이 아니고 현실이야. 초희야~ 사랑한다."
"여보~ 으, 아, 앙~ 여보, 사랑해요."
두 사람이 안고 깊은 허그를 하는데도 지나가는 사람들은 따뜻한 미소만 보내고 방해되지 않게 피해서 지나곤 하였다. 눈 오는 밤인데 도.
"여보~ 저어기 선물가게가 있어요. 한번 들어가 봐요."
"응. 그래. 구경하는 데는 돈 안 받아."
손님들로 분주한 gift shop에 순서를 기다려 들어갔다. 늘 보던 그런 가게였다.
"여보! 저 이거 살 거예요."
한 켠에서 살피던 초희가 소리쳤다. 제임스는 가까이 가서 뭔가 손에 쥔 것을 보았다. 초희가 보라고 내밀었다.
그것은 10kgold로 만든 Zippo 라이터였다. 금액은 CD400-이었다. 상자에는 라이터 기름과 돌이 20개쯤 들어 있었다.
"초희야, 그거 비싸~ 10k gold잖아. 나는 그런 것 필요치 않아. 그냥 일회용 라이터 bic 이면 되는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열대에서 꺼내 손에 들었다. 그리고 제임스 눈앞에 내밀었다.
"이거, 진품 맞죠? 이것도 풀 셋트로 포장되어 있어요. 더 좋은 것 사드리고 싶었는데, 잘 되었어요. 제가 당신을 위해 뭘 못하겠어요. 말리지 마세요. 아셨죠?"
"그래. 그럼 나도 우리 여왕님, 뭘 사줄까요?"
"여보~ 저는 됐어요."
"알았다. 오케이."
"왜요? 뭘 생각한 거예요?"
"아니야. 실은 캐나다 구스 점퍼를 생각했는데, 실은 벤쿠버에서는 그런 중장비 같은 방한복을 잘 입을 수 없거든. 그렇게 이곳같이 춥지가 않아서... 내일 백화점에 가면 그때 우리 찾아보자."
"에고~ 안 해도 돼요. 알았어요."
그 라이터는 역시 비싼 가격이었다. 말릴 틈도 없이 초희가 얼른 카운터에 가서 카드로 지불해 버렸다.
"여보~ 여기. 결혼 선물이에요. 기쁘게 받아 주세요."
"고맙다. 영원히 잃어버리지 않고 잘 사용하겠다. 그리고 내일 백화점에 가면 초희에게 금반지 사줄 거다."
"아하~ 그것, 굿 아이디어예요. 왜 그 생각을 이제야 했지. 우리 커플 반지를 결혼 기념으로 해요. 여보~ 꼭 그렇게 해요. 제발요~"
십 대 여자아이같이 조르는 모습이 귀여웠다.
"그래. 꼭 그렇게 하자. 잊지 말고..."
말이 끝나기 전에 초희가 발을 들어 제임스에게 키스했다. 아직 가게 안이었다.
호텔 메리엇은 최고급 호텔답게 분위기 화려하지만 차분하였다. 그들이 5층 창가 방에 들어가니 온도도 적당하였고 특히 베란다가 있었다.
"여보, 저녁식사와 분위기 어땠어요? 저는 무지하게 좋았어요. 이제 베란다에서 담배 피셔도 좋아요. 참느라 애먹었죠?"
"으응, 그 정도는 아니야. 초희가 선물한 라이터로 불을 붙여 담배를 피우고 싶은데."
그는 말을 마치자 케이스를 열고 오일을 꺼냈다.
"여보~ 이런 것, 앞으로는 제가 할게요. 저에게 가르쳐 주세요."
"아니야. 이건 내가 담배를 피우니 내가 하면 돼, 그래도 배우고 싶으면 와서 잘 봐. 뭐든 배우는 것은 좋으니까. 우선 라이터 본체를 잡고 내부와 분리한 후 내부 체의 뒤를 보면 작은 일자형 나사가 있어. 손톱 끝이나 칼끝으로 이렇게 돌리고 당기면 스프링이 달린 바가 딸려와. 이 끝에 라이터돌이 붙어 있지. 보면 닳아서 가라야 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어. 이건 새것이니 그냥 이렇게 뽑았던 반대로 밀어 넣으면 되고, 여기 무명 솜으로 채워진 곳에 라이터 기름을 붓고 뒷 뚜껑을 닫고 다시 본체와 합체하면 되고, 그리고 부드러운 티슈로 본체의 혹시 묻었을지 모르는 기름들을 닦아내고 이렇게 바퀴를 엄지손가락으로 한 번에 힘주어 돌리면, 자 불이 붙었지? 불 모양도 좋고 크기도 적당하고 소리도 아주 좋고, 사실 이런 고급 지포 라이터는 손바닥으로 잡고 엄지로 뚜껑을 열었을 때 '팅!'하고 맑고 경쾌한 소리가 나야 아주 좋은 거야. 이건 가격 이상의 가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 아주 좋아. 고마워. 초희야~"
"여보~ 당신은 그런 작은 것에도 세세하게 정성을 다하는군요. 참 좋아요. 당신 같은 사람 못 봤어요. 이래서 당신은 내 사랑~"
초희는 제임스가 라이터의 불을 꺼자 말을 마침과 동시에 앉아 있는 제임스의 목을 끌어안고 얼굴을 부볐다.
"여보~ 사랑해요~"
"사랑한다. 초희야~"
"여보~ 당신 마음속에 있는 생각들과 사상까지도 다 듣고 싶어요. 저는 지금까지 산다는 것이 이렇게 재미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그러나 당신을 만나 이렇게 결혼을 하고 여행을 하면서 당신과 대화를 하니 잔잔한 행복을 느껴요. 이런 것이 삶의 행복이구나 하고 느끼고 있어요."
"그런 느낌과 마음으로 사는 것이 아주 중요해. 앞으로 더 많은 당신의 삶의 내공을 시전하면서 살 수 있도록 내가 도울 테니. 그래서 지금 당신 빨아야 될 옷들 나에게 줘. 내가 내 옷들과 함께 비누로 빨 테니. 오케이?"
그는 미소 지으며 빽색에서 비닐봉지를 꺼내 팬티며 양말을 챙겼다. 그것을 본 초희가 자지러지듯 놀라며 달려와 빨래 거리를 뺏으려 했다.
"안되지요. 여왕님, 어서 빨 것들 하나도 미안해하지 말고 꺼내 주십시오. 내가 힘이 세니 제대로는 못 하드라도 빨리 끝낼 수 있어. 그러니 그동안 티비나 보고 있어요. 오케이?"
"여보~ 그건 제가 할 일이에요. 그걸 뺏으면 어떡해요."
"걱정이나 염려 한 개도 하지 말고 실행한다. 알았나!"
"에구~ 겁나요. 알았어요."
그는 초희의 양말과 팬티 등을 받아 자기 것과 함께 챙겨 샤워룸으로 들어갔다. 곧 샤워 소리가 나고 호텔에서 비치해 놓은 비누를 가지고 쳐 대는 소리가 났다. 초희는 미소 지으며 테이블에 앉아 티비를 켤려고 하다 이내 그만두고 제임스의 스마트폰을 들었다. 전화 거는 방법은 이미 미나가 알려 주었으므로 문제는 없었다.
"헬로우~ 제임스 아저씨~"
A middle-aged sad love and-14
첫댓글
달콤한 휴식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월요일이 또 왔습니다 오지 말라
해도 오는 월요일 즐겁게 보내요 감사합니다.♡
https://cafe.daum.net/rhkdtpck
https://youtu.be/PUD3J8y02X0
PL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