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석 영양(식생활) 24-1.영양사님, 집에서 반찬 가져왔어요.
다온빌은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이면 본가에 가시거나 친척집 방문, 가족들을 만나러 고향에 다녀오시는 분들이 많으신 편이었다. 다른 분들이 고향에 다녀오시는 모습을 보면서 경석 씨가 많이 힘들어 하는 모습이었다. 형편상 명절이 지나고 어제 본가에 다녀오게 되었다.
본가에 가기 전부터 경석 씨는 엄청 설레어 하고 기뻐했다.
“영양사님, 저요~ 저요~ 엄마 만나러 집에 가요.”
“그래요. 잘 되었어요. 경석 씨 좋으시겠어요.”
“네~~명절에 가고 싶었는데 엄마 아빠도 누나도 바쁘데요. 그래서 못 갔어요.”
“그럴 수 있어요. 언제가요~~ ”
“내일이요~~ 영양사님, 나 엄마 선물도 준비했어요.”
“그랬어요. 경석 씨! 내일 잘 다녀와요. 엄마랑 맛있는 밥도 먹구요”
“네~~ 저 잘 다녀올께요.”
경석 씨는 명절 때 본가에 다녀오지 못해서 많이 속상했던 모양이다. 엄마 만나러 간다고 자랑을 한다.
본가에 가려고 지난 주말 이발도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를 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았던 직원은 경석 씨의 설레는 마음이 충분히 공감이 갔다.
어제 본가에 다녀온 경석 씨는 다온빌에 당당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경석 씨 어머님은 다온빌 입주자분들이랑 나눠 먹으라고 “한라봉” 한 박스를 보내주셨다.
“경석 씨, 엄마가 보내신 ‘한라봉’ 언제 먹을까요?”
“지금 먹어요. 제가 오늘 가져왔어요.”
“알았어요. 저녁에 얼른 잘라서 내 놓을께요.”
어제 저녁에 경석 씨가 본가에서 가져온 한라봉을 간식으로 제공했다.
오늘 점심식사 후 경석 씨가 직원을 부른다.
“영양사님~~~”
“네~경석 씨!”
“저요. 집에서 반찬 가져왔어요.”
“그래요. 엄마가 반찬 보내 주셨어요?”
“네~~~ 엄마가 보내준 반찬으로 저녁에 먹고 싶은데 괜찮아요?”
“그럼요, 괜찮지요. 경석 씨 방에 혹시 냉장고 있을까요?”
“네~~ 지난번에 제성이 형이랑 샀어요.”
“네~~ 꼭 냉장고에 넣고 먹어야 해요.”
“네~~ 어떻게 해요.”
“짝꿍 선생님이나 1층 담당 선생님께 부탁드려서 식당으로 반찬 가져오면
제가 챙겨서 드릴께요.“
“알았어요. 저녁에 식당에 가져 갈께요.”
경석 씨의 얼굴에 엄마가 준 반찬이라는 말과 함께 미소가 번진다.
‘엄마가 해주신 반찬’ 말만 들어도 설레는 일이다.
경석 씨에게 이런 일도 가능 하구나~~ 싶어서 마음이 너무 벅차올랐다.
어떤 반찬이든 엄마가 해준 반찬이라는 자부심이 경석 씨에게 얼마나 자존감을 줄 수 있는지 충분히 공감이가서 마음이 행복해졌다.
담당 선생님의 정성과 경석 씨의 애정을 어머니도 느끼시지 않았나 싶어서 가슴이 뭉클해졌다.
저녁에 1층 담당선생님이 직접 경석 씨의 반찬을 챙기셨다. 직원이 준비한 경석 씨의 식판에 엄마가 주신 깍두기와 배추김치가 소담하게 담겼다.
경석 씨에게 묻고 원하는 만큼 담아 주시는 모습을 보았다. 김치가 너무 많은 듯 했지만 경석 씨는 김치가 아닌 엄마의 사랑을 먹고 있었다.
저녁식사를 마친 경석 씨가 다 먹었다고 앞치마를 풀렀다.
“경석 씨, 식사 다했어요?”
“네~~ 아, 맛있다. 엄마가 해준 김치~”
“네~ 저도 참 맛있어 보이던데요. 경석 씨 입맛에 딱 맞았나 봐요.”
“네~~ 엄마가 해주셔서 맛있어요.”
직원에게 다온빌의 그 어떤 반찬보다 맛있게 먹은 음식이 엄마 반찬이라는 듯 싹 비운 엄마 김치랑 대부분 손도 안 된 다온빌 공용식당의 반찬이 경석 씨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 했다. 경석 씨가 행복한 식사를 할 수 있어서 오늘은 바라보는 직원도 덩달아 마음이 행복해졌다.
2024년 2월 22일 강병수
경석 씨에게는 그야말로 행복한 식사네요. - 다온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