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 130명이 극단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독극물을 판매한 우크라이나 남성의 신원을 영국 BBC가 추적 끝에 밝혀냈다. 레오니드 자쿠텐코란 남성인데 그는 신분을 숨긴 BBC 기자에게 자살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광고해 일주일에 다섯 행낭을 영국에 보낸 사실을 털어놓았다고 방송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런데 자쿠텐코가 제공한 독극물 성분은 지난해 5월 체포돼 현재 14건의 살인 혐의로 기소된 캐나다 남성 케네스 로가 사용했던 것과 같다. 자쿠텐코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자택에서 BBC의 확인 취재에 부인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BBC는 어떤 성분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쿠텐코가 몇 년 동안 이 약물을 공급한 사실은 확인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 약물은 영국에서도 합법적으로 판매되지만, 기업들만 합법적인 목적을 충족했을 때만 사용하는 것이 허가돼 있다고 했다. 용처를 확인하는 등 기본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소비자 개인에게 팔아서는 안 되는 약물이다. 조금만 복용해도 목숨을 빼앗을 수 있다.
지난해 런던에서 나란히 극단을 선택한 쌍둥이 자매 린다와 사라(당시 54)는 자쿠텐코로부터 약물을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그를 "비열하고 사악한 인간"이라고 규정했다. 언니 헬렌 카이트에 따르면 린다는 널리 알려진 자살 포럼을 통해 공급자에 대해 알게 됐고, "몇 파운드 안 건네고 '죽음의 키트'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고 했다. 헬렌은 자매들이 "현명하고 남을 잘 살피고 주도면밀했다"고 안타까워했다.
헬렌은 나아가 당국이 자매들과 다른 이들이 그 약물에 접근하는 것을 막지 못한 것을 "나라의 수치"라고 비난했다. 자쿠텐코가 판매한 약물은 린다가 이용한 포럼에서 공공연히 얘기가 돌았고, 회원들끼리 어떻게 구입해 사용하는지 조언을 하곤 했다는 것이다.
런던에 있는 퀸메리 대학병원의 아미타 알루왈리아 교수에 따르면 이 약물은 2019년 이후 적어도 130명의 영국인 죽음의 원인일 수 있다. 그녀는 영국 전역에서 사망한 이들의 혈액과 다른 샘플들을 경찰로부터 제공받아 분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셰프인 케네스 로는 세계 40개국의 고객들에게 모두 1200번 이상 약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영국에서는 적어도 93건의 죽음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자쿠텐코는 적어도 2020년 11월 이후 같은 약물을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또 세 건의 처방전 약물로 온라인 자살 가이드를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로와 같은 자살 포럼을 이용해 고객들에게 약물을 팔려고 홍보를 한 뒤 이용자와는 직접 메시지를 교환하는 수법을 썼다.
BBC 취재진은 키이우의 소비에트 시절 건물 지구에 있는 소형 아파트를 찾아문제 냈고, 그가 우체국에서 많은 행낭을 소포로 부친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삶을 마치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약물을 제공했는지 묻자 그는 "거짓말"이라고 딱 잡아 뗀 뒤 손을 뻗쳐 밀어낸 뒤 달아나려 했다.
그가 이날 부친 행낭 하나는 BBC 취재진이 주문한 약물이 들어 있었다. 자쿠텐코가 우체국을 떠난 직후 행낭 소포 발송 번호를 추적했다. 이어 세상을 떠난 이들의 유족에게 할 말은 없느냐고 묻자 그는 "당신들이 하는 얘기를 도무지 알아차리지 못하겠다"고 답했다.
데이비드 파펫의 아들 톰(당시 22)은 케네스 로로부터 약물을 매입해 2021년 10월 극단을 택했다. 파펫은 현재 자살 포럼을 해체하고 자쿠텐코 같은 판매자들을 막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영국 당국도 적어도 2020년 9월 이후 문제의 약물이 온라인에서 거래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 한 부검의가 조 니힐(당시 23)의 죽음을 조사하다 이런 사실을 밝혀내고 경고한 데 따른 것이었다.
그 뒤 영국 전역의 부검의들이 적어도 다섯 차례에 걸쳐 여러 정부 부처에 문제의 약물에 대해 알리고 자살 포럼에 대한 조처를 취할 것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출했다. 파펫은 지난해 12월 당국이 행낭을 차단할 수 있는지 테스트하려고 자쿠텐코에게 주문을 넣어봤다. 주문을 올린 지 며칠 뒤 경찰은 "복지 점검"만 하는 데 그쳤고, 몇 주 안에 약물을 받을 수 있었다. 어떤 경찰도 찾아오지 않았다.
파펫과 카이트 모두 사랑하던 톰과 린다가 이용했던 자살 포럼에 대해 더욱 단호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다. 카이트는 특히 문제의 사이트를 "당국에 방해받지 않고 가장 취약하고 뒤에 남겨진 사람들에게 말할 수없는 불행과 고통을 초래하는 가증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지난해 발효한 온라인 안전법이 이런 류의 포럼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