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구례의「송죽원」은 100년 된 고택의 위엄과 로컬푸드에 대한 경영주의 철학, 그
리고 실제로 그가 차려내는 건강식 밥상의 3박자가 군더더기 없이 잘 어우러지는 곳이다.
구례에서 술도가로 유명했던 이곳은 한때 시인들이 글 쓰며 풍류를 즐기던 공간이기도 했고
손맛을 자랑하는 한식 대가들이 음식점으로 여러 번 문을 열었던 곳이기도 하다.
현재 이곳은 이숙 대표가 자리를 지키며 100% 로컬푸드를 사용한 정갈한 밥상을 차려내고 있다.
멋 내지 않아 소박하고 단출하며 음식 하나하나 정갈하고 기품이 있다.
담백하고 맛있는 쑥부쟁이밥과 재래식 된장국 ‘별미’“쑥부쟁이라고 들어는 봤는가? 서울서는 구경도 못했을 것이야. 물에 한참 불려 밥을 지으면 금세 흐드러져 못 먹고, 생것을 무쳐먹자니 꺼끌꺼끌해 조리하는 데 어지간히 손이 많이 가.”
「송죽원」 이숙 대표의 말이다. 그럼에도 그는 처음부터 쑥부쟁이나물을 고집했다.
다른 지역에선 쉽게 구할 수 없는 구례만의 특산물이자 로컬푸드기 때문이다.
쑥부쟁이는 구례에서 나는 대표적인 10대 나물 중 하나로 일반 산나물보다 식감이 꼬들꼬들한 데다
특유의 향이 없어 전체적으로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이 집은 ‘쑥부쟁이솥밥정식’이 메인이다. 쑥부쟁이가 들어간 뜨끈한 솥밥과 9가지의 고소한 나물무침,
이 대표가 직접 담근 각종 장아찌들과 재래식된장찌개 등을 한 상 가득 차려낸다.
단연 손이 가는 것은 쑥부쟁이솥밥이다. 나물 자체가 질퍽하지 않아 밥과 함께 어우러졌을 때 전체적으로 고슬고슬한 느낌이다. 이만큼 군더더기 없는 솥밥이 가능한 것은
쑥부쟁이를 쌀에 넣고 미리 밥을 짓지 않기 때문이다.
쑥부쟁이나물로 미리 밥을 지으면 금방 흐물거려 나물 자체의 식감과 풍미를 느낄 수 없다.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후 찬물에 담가뒀다가 주문 시 갓 지은 밥과 함께 참기름에 조물조물 버무려 솥에 담아내면
쑥부쟁이는 쑥부쟁이대로, 고슬고슬한 밥은 밥대로 잘 어우러져 맛이 깔끔하다.
쑥부쟁이밥은 이 대표가 직접 만든 간장양념에 비벼 먹어도 좋고 간이 삼삼한 된장찌개를 올려 먹어도 구수하다.
간장과 된장 전부 매장에서 직접 만든 것으로 100% 재래식 토속장이다.
마당 한쪽엔 갖가지 장들을 묵혀놓은 장독대들이 나란히 줄지어 서있다.
이 대표 손맛의 비결은 토속장뿐 아니라 효소양념에도 있다. 머루, 당귀, 포도, 오미자, 석류, 매실 등 다양한 천연 효소액기스를 설탕이나 조미료 대신 사용해 음식 하나하나에서 은은하고 깊은 맛이 난다.
취나물, 고사리, 토란대, 쑥부쟁이, 머위나물, 다래순, 고춧잎 등 계절마다 바꿔 내는 나물찬과 곶감장아찌, 죽순장아찌, 눈개승마장아찌, 산마늘장아찌 등 서울에선 쉽게 구경하지 못했던
이색 장아찌들도 눈여겨 볼만하다.
모양도 식감도 마치 두릅과 비슷한 눈개승마장아찌는 재료 자체가 귀해서 자주는 못 내고
단골손님 상에는 빠트리지 않고 올린다.
조미료를 넣지 않고 차린 밥상이라 밥이든 반찬이든 그릇째 비워내도 속에 부담이 없다.
전남 구례군 마산면 화엄사로 44
(지번: 마산면 냉천리 411)
☎ 061-782-4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