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이라는 호칭에 두귀가 번쩍 뜨였다. 나는 2개월 전부터 감독은 커녕 노가다 판의 강씨가 되어버린 신세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반가운 마음을 뒤로하고 짐짓 딴청을 피웠다.
" 강 아무개가 사는건 맞는데 감독은 없습니다만... "
" 후후후 그럼 감독말고 강가놈은 있습니까?"
강가놈이라는 말에 나는 이 무례한 놈의 거시기를 갈겨주기 위해 바람처럼 뛰쳐나가 문을 벌컥 열었다.
"하하하 이제야 문을 열어주시는군요 강 감독님"
아.... 내가 한방 먹었구나... 술책에 말려들다니 나는 아무래도 유능한 지략가가 되긴 틀린 모양이다.
" 그래 당신은 누구며 나에게 원하는건 뭐요?"
"저는 Southend United 구단의 스카우터 마빈로즈입니다. 원하는 것은 당신이 8개월 간만 우리팀 감독을 맡아달라는 것이지요."
아 드디어 코쟁이들이 이 흙속에 진주를 알아보는구나 싶어 한껏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래요?. 그나저나 내가 여기있는것은 어떻게 알았소?"
" 핫핫 나는 팀내에서 무능한 스카우터로 이름난 사람입니다. 무능한 사람이 무능한 사람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죠."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이사람 뭔가 있는 사람이다..
" 핫핫 그렇소 나는 무능하오. 알아봐주어 고압구료. 자자 문간에서 이러지 말고 들어갑시다. 무능한 사람끼리 밥한끼 합시다. 혹시 눈물젖은 빵 먹어본적 있소?. 나는 요즘 그걸 먹고 있는데 제법 맛이 쓸만합디다."
"오호 나말고 그거 먹는 사람이 또 있었구만... 껄껄...."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는 그날밤의 마빈 로즈와의 회합으로 Southend United 감독이 되었다. 8개월 계약이 아닌 1년 무급계약이었다.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축구가 좋았고 마빈 로즈와 함께 일해보고 싶기때문이었다.
그래도 무급이라 껄끄럽지 않냐고?. 뭐 어떤가?. 나는 타고난 방랑자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