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ent to the Gypsy's
Gypsy settin' all alone.
I said, Tell me Gypsy,
When will my gal be home?
Gypsy said, Silver,
Put some silver in my hand
And I'll look into the future
And tell you all I can.
I crossed her palm with silver,
Then she started in to lie.
She said, Now, listen, Mister,
She'll be here by and by.
Aw, what a lie!
I been waitin' and a-waitin'
And she ain't come home yet.
Something musta happened
To make my gal forget.
Uh! I hate a lyin' Gypsy
Will take good money from you,
Tell you pretty stories
And take your mone from You-
But if I was a Gypsy
I would take your money, too.
- 집시의 발라드 -
나 집시에게 갔었네
집시는 혼자 앉아 있었지
나 말했지, 얘기해줘요 집시,
내 아가씨 언제면 돌아오는지
집시 대답이, 은전을,
내 손에 은전을 조금 놓아주면
미래를 점쳐
모든 걸 말해주지
내가 그 여자 손에 은전을 쥐어주자
그 여자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지
그 여자는 말하길, 자 잘 들어요
당신의 애인 곧 돌아와.
아, 이 무슨 거짓말이냐
나는 기다리고 또 기다렸으나
애인은 아직 돌아오지 않으니
그녀 잊기 위해서
무슨 일이 있었으면 하네
아, 내 주머니 돈을 빼앗아가려고
거짓말하는 집시가 나는 미워
그럴 듯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주머니 돈을 뺏아가네
그러나 내가 집시였다 해도
남의 돈 빼앗기는 마찬가지였겠지만.
(랭스턴 휴즈 / 김기태 역)
일요일 오전에 가끔 ‘서프라이즈-진실 혹은 거짓’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볼 때가 있다.
마침 오늘은 꿈속에 나타난 귀신이 전하는 말로 다른 사람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주다가 식당업에 성공한 아주머니, 자살자의 익사체가 많은 일본의 유령섬을 탐방한 대학생 심령 연구 동아리 세 명이 만났던 귀신 이야기 등이 진실이었다. 21세기의 안방에도 귀신이니 역술이니 하는 이야기가 전혀 터무니없지 않게 파고드는 것을 보면, 수천 년 전수되어 내려온 ‘통계과학’으로서의 ‘역학’의 힘을 도외시해서는 안 되는지도 모르겠다.
살다 보면 가끔은 막막할 때가 있고, 그럴 때 사람들은 인간의 한계를 절감하고 신이나 주술에 의지하려 한다.
시 속의 화자 또한 떠난 연인을 못 잊고 혹시나 해서 한 줄의 미련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는 점술가가 돈에만 관심이 있을 뿐, 자신의 아픈 마음에는 정작 관심이 없고 그저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를 알기에 듣기 좋은 거짓말로 자신을 위로하려는 것임을 이미 알고 있다.
이처럼 속는 셈치고 그래도 한 자락 마음의 위안을 찾고 싶은 인간의 성정(性情)을 이용한 각종 비방과 주술이 역학의 역기능이라면, 오랜 세월의 경험에서 터득한 조상의 지혜를 축적해서 활용하는 것은 역학의 순기능이라 할 만 하다. 그러나 대개는 그 둘이 모호하게 섞여 있는 경우가 많기에, 혹자는 미신이라 하여 참고하고 경청할 만한 사항도 일체 무시하는 경우가 생기고, 혹자는 자기 나름의 생각은 배제하고 그저 역술인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웃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리라.
나는 역학을 긍정도 부정도 못하는 편이다.
대학교 때 친구들과 역술에 대한 얘기가 나온 적이 있는데, 이때 여러 명이 의기투합하여 몰려간 적이 있다. 미아리처럼 전형적인 점집들이 운집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우리 학교 근처에도 몇 군데가 있어 두 집을 들렀었다.
그때 한 역술가는 나보고 의학, 약학, 교육학 중에서 공부하면 좋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교수가 될 거라고 하였다. 아무런 언질 없는 상황에서 나온 ‘교육학’이란 말은 나를 달뜨게 했다. 내 전공이 교육학이니, 그 많은 전공 중에서 그 말이 나온 것이 신기했고, 여자 직업에 ‘교수’는 얼마나 대단한가!
“제가 열심히 공부 안하면 교수가 되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싫지 않은 어조로, 그렇지만 확신은 할 수 없는 것 아니겠느냐는 나의 생뚱맞은 질문에 그 역술가는 확신에 찬 어조로 “사주에 나타난 운명은 피할 수 없다. 그렇게 되기 마련이다. 공부를 안하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그의 예언은 틀렸다. 난 아직까지 교수였던 적이 없고, (지금 막 떠오른 생각인데, 어쩌면 혹시 내가 대학원에서 전공을 다른 것으로 돌려서 그런 걸까? - 아닌 것 같다. ) 그리고 지금도 공부하지 않으니 앞으로 별로 교수될 전망도 없는 데다가, 배가 부른 것인지 머리 희도록 스트레스 받아가며 교수가 되고 싶은 생각도 별로 없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그때 함께 갔던 친구 중에는 어머니가 돌아가셔 새어머니가 들어왔는데 빚을 지고 도망갔고, 다시 다른 새어머니가 들어왔는데 또 나가게 되는 등 가정이 복잡하여 집안 살림을 고등학교 때부터 맡아온 조신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것을( 아버지가 처복이 없다는 것을) 귀신같이 알아맞히었다.
또 다른 친구는 공부를 많이 할 거라고 하면서 서른 넘어 결혼해야 좋다고 하였다. 인물도 좋고 성격도 좋고 집안도 좋았던 그 친구는 공부 욕심이 많아 미국의 유명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하느라 혼기가 늦게 되었는데, 남자에게는 서른 넘은 나이가 별로 흉이 아니지만 우리 젊은 시절에는 공부를 아주 많이 했다는 조건이 여자에게는 크게 유리한 편이 못 되었다. 아니 오히려 남자를 만나는데 불리하였다. 여자가 남자를 보는 눈은 당연히 높아져 있는데, 서로 어울릴 만한 조건의 남자들은 거의 대개는 학벌이 훨씬 못해도 나이가 어리고 예쁜 여자를 선호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 친구는 결국 서른둘의 나이에 미국에 고등학교 때 이민 가서 의사가 된 남편의 고교 동창과 중매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그 친구가 이십대에 결혼했었다면 어떠했을지 아무도 알 수는 없지만, 서른 넘어 결혼하면 좋다고 했던 역술가의 말이 내 기억에 남아 남편 친구에게 소개해 줄 때에도 어떤 마음의 걸림 없이 편하게 연결시켜 줄 수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었기에 역술에 대한 심리적 효과를 쉽게 단언할 수 없을 것 같다.
나의 결혼도 고등학교와 대학교 동창인 시누이와 얘기하다 흘린 음력 생년월일이 인연이 되었다. 많이 배우시지는 않았어도 사주나 궁합 등을 직접 뽑을 수 있는 정도가 되는 우리 시어머니께 시누이가 오빠와 나를 만나게 하려고 하는데, 두 사람의 사주가 잘 맞는지 사전에 궁합을 맞춰보라고 했단다. 그리고 시어머니께서 아주 좋다는 OK 허락을 하셨기에 만남을 시작할 수 있었다. 궁합이 좋다니까 심리적으로 편안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데 한참 만나고 결혼이 임박해서 친정어머니가 결혼 날짜를 보러 간 곳에서는 이 혼인을 꼭 해야겠느냐고 하더란다. 그곳은 다리가 불편해 혼자서는 거동을 못하는 내 초등학교 여자 친구가 평생의 호구지책을 위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문과 역학을 공부한 후 개업하여 크게 용하다는 명성을 얻은 역술집이었는데,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내가 아깝다고, 남자가 성격이 예민해서 좀 피곤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친정어머니께서 곧 결혼을 할 거라고 했더니, 내가 자기 친구라 욕심이 나서 더 좋은 사람과 했으면 해서 그렇게 말했지만, 내가 착하니까 남자 말에 거스름 없이 잘 따르면 괜찮을 거라고, 워낙 잘 참는 여자들이 없는 세상이라 그런 거라고 하더란다.
결혼해서 가끔 남편의 예민하고 피곤한 성정에 속상할 때는 그 역술인 친구의 말을 떠올리며, 성격은 정말 잘 맞힌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리고 내가 사주 상 진짜로 조금 손해를 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 후 문화센터에서 한문을 배울 때, 그 곳 한문 선생님은 애들 사주에 맞는 진로를 택하게 부모들이 도와주어야 한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공연히 바로 갈 길을 빙 둘러 갈 수도 있으니 적성과 사주에 맞는 공부를 하도록 하고, 재물 운이 없는 자식은 억지로 물려주어 보았자 허사가 되니 재단 같은 것을 만들어 월급이나 받아 굶지 않게 살도록 해야 한다는 등의 얘기도 해 주셨다.
너무 큰 부자에게 부를 나누라는 경고로 또는 종교 중에서 많은 사람을 호리는 사교(邪敎)의 교주임을 알리는 잣대로 하늘이 맏아들을 앗아가는 경우가 있다는 무서운(?), 그러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실례도 많이 들려 주셨기에 겁도 나고 궁금하기도 해서 우리 애들 사주와 남편, 내 사주를 적어 선생님이 잘 아는 분께 보아 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며칠 후 선생님이 남편 사주가 너무 좋다고 하시며 내가 남편 복이 있어 그 덕으로 사는 것처럼 말씀해주셨다. 그 말을 들은 후에는 공연히 남편에게 고마워지고, 남편이 아니었으면 내가 어찌 이렇게 맘 편히 살까 하는 마음이 되었다. 남편의 사주가 나보다 훨씬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확고해지면서 남편에게 더 잘하고 맘 편히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생각치 않은 우연한 소득이었다.
역술의 심리적 효과를 인정하고, 실제로 맞는 부분과 맞지 않는 부분이 모두 있다는 것을 알지만, 앞으로도 여태까지와 마찬가지로 내가 잘 모르는 역술에 의존하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내 눈으로 보고 느끼는 인상학이랄까 관상 같은 어떤 느낌은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그 동안 두어 번 문화센터에서 역학과 인상학을 공부하려고 했으나 몇 번 강의를 들어보니 어렵기도 할 뿐더러, 강의하는 사람들의 인간성이 ‘아니올시다’로 느껴지는 경우를 수업에서 여러 번 느낀 후로는 내 눈과 판단을 믿지, 굳이 신뢰할 수 없는 도덕성을 가진 사람들의 역술에 의존할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이 살면서 모든 것을 겸허히 수용하면 두려움 없이 세상과 맞닥뜨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하고도 어쩌지 못하는 일이 있다면 그건 내 영역 밖이니 신께 맡기고 그저 마음으로 간절히 기도나 할 일이다.
첫댓글 * 처음 게시 날짜: 2005/02/13 17: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