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2일 화요일 (홍) 성 요사팟 주교 순교자 기념일
-반영억 신부
복음; 루카17,7-10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그때에 주님께서 말씀하셨다.7 “너희 가운데 누가 밭을 갈거나 양을 치는 종이 있으면, 들에서 돌아오는 그 종에게 ‘어서 와 식탁에 앉아라.’ 하겠느냐?8 오히려 ‘내가 먹을 것을 준비하여라. 그리고 내가 먹고 마시는 동안 허리에 띠 를 매고 시중을 들어라. 그런 다음에 먹고 마셔라.’ 하지 않겠느냐?9 종이 분부를 받은 대로 하였다고 해서 주인이 그에게 고마워하겠느냐?10 이와 같이 너희도 분부를 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하고 말하여라.”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우리는 살아가면서 적은 노력에도 남이 칭찬해 주고 알아주기를 바랍니다. 기대를 잔뜩 해 놓고 채워지지 않으면 섭섭해하고 화를 내며 다투기도 합니다. 때로는 남의 눈을 의식하기 때문에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사람에게 인정받으려 하지 말고 주님 눈에 들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주 마음이 흔들립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주위 사람들의 반응에 내 인생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에 나를 맡겨야 합니다. 그야말로 진인사대천명입니다. 하느님의 눈에 드는 일을 하고서는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라고 말해야 합니다. 언젠가 ‘아름다운 손’이라는 제목으로 한 시민이 거액의 돈을 주워 경찰에 맡김으로써 주인이 잃은 돈을 찾을 수 있었다는 기사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순간적인 유혹도 있었겠지만, 주인에게 돌려준 귀한 마음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 마음 항상 지켜지길 희망합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도 당연한 일을 한 것입니다. 그 돈은 분명 내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주인에게 돌려주는 것은 마땅합니다. 그런데 너무도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보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따름입니다”(루카17,10). 하는 사람이 미련한 사람, 바보가 되는 세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그런 바보라면 얼마든지 바보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근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교부 실루스는 “모든 일이 당신의 생각에 가장 좋은 방향으로 되기를 바라지 말고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대로 되기를 바라라. 그러면 혼란에서 벗어나 기도 중에 감사하게 될 것이다.”하고 말했습니다. 어떤 일을 하든지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대로 하는 사람이 그리운 세상입니다. 여러분은 공을 이루고 물릴 줄 아는 사람,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고백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사실 “참된 노고는 남의 눈에 띄지 않습니다. 남의 눈에 띄는 노고는 허영심만 키울 뿐입니다.” 당연히 해야 할 것을 했으면서도 생색내려고 하는 이나, 인정받고 칭찬받기를 원하는 사람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었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이루는데 나는 어떤 모습으로 기여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하겠습니다. 사실 하느님 앞에서 자랑할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필리피서 1장 29절의 말씀입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를 위하는 특권을 곧 그리스도를 믿을 뿐만 아니라 그분을 위하여 고난까지 겪는 특권을 받았습니다.” 사실 세상이 보기에는 쓸모없이 보이는 그 일이 주님께서 보시기에는 꼭 필요한 일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해야 하는 일을 우선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잘 알아주지 않는 일이라도 주님께서 기억해 주실 일을 선택해야 합니다. 일상 안에서 크고 작은 많은 사건, 사고들이 있을 때마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한 사람들이 큰소리치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워했습니다. 세상은 참 약삭빠릅니다. 언제나 책임져야 할 사람은 없고 공허한 메아리만 남았습니다.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하는 일을’ 앞세우며 하느님 앞에 당당할 수 있길 희망합니다. 더 큰 사랑을 담아 사랑합니다.
[청주교구 내덕동 주교좌성당 : 반영억 raphael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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