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꽁치가 나지 않는다.
아카시아꽃이 피었는데 꽁치는 도데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아카시아 꽃 필 무렵이면 꽁치가 나타난다.
대충 5월 중순에서 6월 한달간 미련하게 몰려드는 꽁치다.
갓바다 해초에 알을 산란하기 위해 기를 쓰고 몰려드는 것이다.
냉수 어족인 꽁치가 근해로 몰려드는 이유는 영동지방에 부는 높새바람과 관련이 있다.
높새바람은 뜨거운 열풍이다. 푄 현상에 의해 태백산맥을 넘는 육풍이 상승할 때는 0.7 도씩 온도가 낮아지지만, 하강할 때는 1도씩 온도가 올라간다. 그래서 영동지방은 그 무렵이면 항상 영서지방 보다 뜨겁고 강한 높새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런 바람과 함께 나타나는 자연현상이 또 하나 있다. 해무다!
가끔 새벽에 눈을 뜨면 점령군이 소리 없이 온 묵호시내를 장악한다.
“심곡항 동네에 점령군이 몰려왔습니다. 밤 사이 소리없이 진군하여 마을을 전부 장악하고 말았습니다.
그들의 카리스마는 너무나 당당하여 사람들 누구도 그들에 대항할 저의를 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들은 당연한 것이고 사람들은 그들의 요구를 전부 들어 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들의 습한 기운에 아침잠이 상쾌합니다. 그래서, 그들의 카리스마는 정당한 것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곳 심곡항을 비롯하여 헌화로 금진항 그리고 북동분교가 있는 옥계 북동리는 안개가 자주 낍니다.
태백산맥의 한 가지가 동해바다로 뻗어내려, 바다의 찬공기와 육지의 뜨거운 공기가 만나 박치기 하여 수증기가 형성되니, 그것이 아마도 안개라고 불리울 겁니다.
그런데, 안개의 일종인 해무 또한 그것의 발생 이치와 다르지 않을 겁니다.
대신, 그것이 시작하는 지점은 확연하게 다르답니다.
안개는 거의 해 뜨기 전, 새벽에 시작하여 해가 뜨면 거의 사라지지만, 해무는 그렇지 않습니다. 해가 떠더 하루 종일 자욱한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리고 더욱 확연한 차이는 시작하는 방법입니다. 안개는 아무도 모르게 찾아와서, 온 마을을 한 순간에 장악하지만, 해무는 시작점을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한류의 가느다란 지점에서 마치 연기처럼 시작되다가, 서서히 바다를 장악하고, 육지로 몰려 옵니다.
특히, 해무와 안개가 다이나믹하게 용트림하는 광경은 이곳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광경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 심곡항과 헌화로 금진항 북동분교가 있는 북동리에는 습기가 많아 곰팡이가 자주 핍니다.
북동리에는 옥계저수지까지 있어 더욱 그러합니다.
좋은 점이 있는 대신에 그것을 상쇄하는 나쁜 점도 있기 마련인가 봅니다.
세상 이치가 그렇지요.
오늘은 아무래도 날씨가 뜨거울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