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낙 ‘뜨거운 감자’이니 결론부터 이야기하자. [디 워]는 영화로서 결코 잘 만든 영화가 아니다. 아니, 조금 더 냉정하게 바라보면 상당히 부족한 영화이다. 상업영화와 예술영화의 구분이나 잣대는 필요 없다. 그냥 상업영화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보아도 [디 워]는 결코 잘 만든 영화가 아니다. 빈약하다 못해 개연성과 설득력을 전혀 갖지 못하는 스토리는 심각한 수준이다. [킹콩]이나 [반지의 제왕] 혹은 [트랜스포머]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여럿 오버랩 되는 창조적 시퀀스의 결핍이 단지 장르적 특성에 충실했기 때문일지 몰라도, 반대로 [디 워]보다 많게는 10배 가까이 제작비가 비싼 이런 영화들과의 직접적인 비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덫이 되고 말았기 때문에 볼거리 역시 좋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다.
혹자는 이야기한다. 만약 스필버그가 이 영화를 만들었다면 비판할 수 있겠느냐고. 현실은 정반대이다. 스필버그가 이런 완성도로 영화를 만들었다면 노골적으로 은퇴하라는 조롱을 받았을 것이 틀림없다. 그나마 인격적인 모욕은 하지 않는 국내의 비평문화와 달리, 노골적인 조롱과 욕설도 서슴지 않는 미국의 비평문화를 고려했을 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심형래 감독의 영화이기에 그러한 조롱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적어도 심형래 감독의 도전과 노력을 아는 국내에서는 아무리 영화가 부족하더라도 그의 도전을 인정하고 격려해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디 워]는 국적과 장르를 불문하고 다른 어떤 영화보다 비판의 잣대가 무른 영화임은 부인할 수 없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이다. 서두에서 정리했듯, [디 워]는 상당히 부족한 영화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맨땅에 헤딩하듯 아무런 노하우도 없는 상태에서 엄청난 노력을 들여 “그나마” 이룩할 수 있었던 결과물임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심형래 감독은 박수 받아야 한다. 그러나 분명히 하자. 박수는 심형래 감독 및 그와 동고동락한 스태프들의 몫이다. [디 워]의 몫은 아니라는 소리이다. 물론 [디 워]가 실질적인 “첫 출발”이라는 점에서 한 번에 할리우드를 능가하는 엄청난 결과물을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이것은 다시 말해서 “우리 기술” “한국영화”라는 꼬리표 안에서 [디 워]를 이해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디 워]가 국내시장이 아닌 세계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올바른 시선이 아니지만 그러한 냉정한 시선을 누그러뜨리는 심형래 감독의 노력과 도전 덕분에, [디 워]를 이해할 여지가 훨씬 더 넓어진 것이라 정리해도 전혀 무리가 없다.
그러나 개인의 도전은 도전이고, 영화는 영화이다. 영화가 사회적 함의를 포함하여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영화는 영화 자체로 평가 받아야 한다. 우리에게 없던 콜라 제작 기술을 개발해 “콜라 독립”을 외친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업가의 도전은 그것으로 인정받을 뿐 맛없는 콜라까지 강매할 이유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즉, [디 워] 역시 심형래 감독과 제작진의 노고는 박수를 보내되, 영화 자체의 부족한 부분은 정확히 짚어 다음에는 더 나은 결과로 진일보하는 것이 마땅한 순리이다.
그렇다면 대체 [디 워]의 무엇이 문제인가? 사실상 총체적인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 개연성 없는 빈약한 스토리, 매 순간 다른 영화를 연상케 하는 창조적 시퀀스의 결핍, 롱숏으로 갈수록 현저히 떨어지는 영상미와 연출력, 특촬물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하는 낡은 감성의 몇몇 장면들(칼 한 번 휘두르니 바닥에서 폭약이 터지고 배우들이 옆으로 나뒹구는 그 옛날 [우뢰매]식 연출에 어떤 심오한 뜻이 담겨 있을 것이라 보이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가장 기대를 모았던 특수효과마저도 아쉬움이 더 크다. 물론 [용가리]와 비교한다면 월등히 발전된 기술력을 보유하게 되었고, 해외 기술이 아닌 순수한 우리의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는 과정에 [디 워]가 있음을 감안하면 특수효과의 발전은 상당하다 하겠지만, 이는 위에서 언급했듯 “우리 기술” “한국영화”라는 꼬리표 내에서만 유효한 점수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아무래도 [디 워]가 특수효과를 내세운 영화이며, 영화의 목표 자체가 시원한 시각적 쾌감을 선사하는 것이 분명해 보이기에, 특별히 특수효과에 대한 부분만 좀 더 자세히 이야기를 해보자. [디 워]처럼 가상의 개체가 실존하는 도시 내에서 난동을 부리는 영화는, 주로 실사로 촬영하거나 미니어처를 촬영한 배경에 CG로 만든 개체를 합성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여기서 실사 배경과 CG 개체 사이에 이물감이 얼마나 없느냐가 말하자면 특수효과의 완성도를 결정하는 첫 번째 요건이다. 그 동안 이런 부류의 많은 영화들이 밤을 배경으로 했던 것도 실사 화면의 선명도를 누그러뜨려 CG와의 이물감을 줄이고자 하는 목적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일취월장한 할리우드의 특수효과는 이제 대낮을 배경으로 해도 크게 무리가 없는 경지에 올라왔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작업한 오퍼니지도 그 중 하나이고, [트랜스포머]의 ILM은 가장 대표적인 특수효과 기술 보유 업체이다. [트랜스포머]에서는 로봇이 변신하는 것도 신기했지만, 무엇보다 백주대낮을 배경으로 이물감이 전혀 없는 특수효과를, 그것도 짧지 않은 러닝타임의 처음부터 끝까지 고른 완성도로 만들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아마 지금까지의 영화들만 놓고 본다면, 단연 [트랜스포머]가 특수효과 기술력의 최절정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디 워]의 경우 이무기나 익룡과 같은 가상의 크리처들을 표현한 CG 기술 자체는 빼어나다. 물론 이것도 디테일한 표현에 있어서는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크게 부족하다고 타박하지 않을 정도의 표현력은 갖추었다. 하지만 CG로 만든 개체가 실사 배경과 합성되는 것에 있어서 [디 워]는 현저히 부족한 매무새로 안타까움을 더한다. 실사와 CG의 톤 자체가 일정하지 못해 이물감이 많이 느껴지는데, 공개된 스틸컷만 보아도 이무기가 휘감고 있는 고층 빌딩과 주변 빌딩의 색상 톤 및 선명도가 현저하게 차이 난다. 헬리콥터 등 미니어처를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 장면들은 마치 프라모델 놀이를 보는 것 같은 조악한 표현력이 눈에 거슬리고, 이무기에게 유탄을 발사해 이무기의 피부에서 불꽃이 터질 때 똑같은 화면에서 불꽃만 살짝 얹은 것이 확연히 보이는 등 생동감 있는 표현력에 있어서 [디 워]는 부족한 부분이 상당히 많다.
그래서 영화의 몇몇 장면은 탄성을 자아내지만, 그러한 특수효과의 완성도가 영화 내내 고르게 이어지지 않는다. 작년에 개봉했던 [일본침몰]과도 비교할 수 있는 부분인데, 혹자는 할리우드의 특수효과를 일본이 따라잡았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멋진 장면은 드문드문 나왔을 뿐 같은 특수효과의 반복과 디테일의 부재로 그다지 빼어나다고 하기는 어려운 수준이었음을 기억한다. [디 워]도 비슷한 관점에서 볼 수 있는데, 짧지 않은 후반 작업 기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해결하지 못한 이러한 문제들이 현 시점까지의 기술력의 한계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대 자본과 기술력이 집결된 할리우드의 그것과의 격차가 10년 이내라고 본다. 즉, [용가리]와 [디 워] 두 편만으로 여기까지 도달한 심형래 감독의 노력은 분명 대단하다. 하지만 다시 반복한다. 이것은 “우리 기술” “한국영화”라는 꼬리표 내에서 유효한 칭찬이다.
이러한 한계를 통증에 비유했을 때, 심형래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들의 눈물겨운 노력과 도전정신은, 통증을 잊게 해주는 진통제가 될 수는 있어도 통증을 없애주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우리도 이만큼 했다”는, 혹은 “존경할만한 대단한 사람이다”는 감상적인 접근은 시간이 지나면 효력이 없어질 신기루에 불과하다. 곧 깨어질 백일몽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진통제가 아니라 치료제이다. 감상에 젖어 현실을 냉정히 바라보지 않는 것은, 마치 월드컵 4강 이후 승리감에 젖어 우리의 실력을 냉정히 점검하지 않아 끝없는 추락을 되풀이하고 있는 한국축구의 전철을 밟게 할 것이다. 그러니 지금 필요한 것은, 최소한의 칭찬과 냉정한 질책, 그리고 또 한 번의 도전이어야 할 것이다.
-- ps -- [디 워]의 엔딩 테마곡으로 “아리랑”이 사용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트랜스포머]의 음악감독으로 참여하기도 했던 스티브 자블론스키의 편곡으로 “아리랑”이 연주되는데, 확실히 그것을 듣고 있는 기분은 남다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주인공 이든(제이슨 베어)의 관점에서 [디 워]의 결말이 사랑을 이루지 못한 새드엔딩이라 할 수 있는데,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10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는 “아리랑”의 가사와 묘하게 충돌한다는 것이다. |
첫댓글 제가 어제 디워보고....제가 하고싶은말을 너무나 적절하고 깔끔하게 표현하셔서 옮겨왔습니다... 심형래는 박수준다해도.. 디워까지 박수받을 자격은 없다고 봅니다!!!!
개인적인 견해는 다다르니 존레논님 의견은 이해 가지만 씨네서울은......
퍼오신 글이 제 의견과도 같군요. 오늘 아침에 <후회하지않아>의 이송희일 감독이 개인적인 블로그에 적은 디워를 향한 코멘트에 애국심에 불타오르는 누리꾼들의 이송희일 감독 자체에 대한 인신공격적이고 무모하고 거침없고 아무런 생각을 담지 않은 욕설들을 퍼부어대는 모습을 보면서 참 착잡하다 못해서 화까지 나더군요.
캐 동의 합니다. 영화는 영화고 심감독은 심감독입니다. 맹목적인 추종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가끔 우리나라의 무서운 민족주의에 겁이납니다.
갠적 바램은 심형래 형님 영원한 코미디언으로 남아주셨으면 했는데;;; 암튼
뭐 더욱더 다음 작품은 발전하리라 기대.
뭐 이런단계를 거치면서 무럭무럭 커가는거 아니겠어요. 너무 비판맙시다.
비판단계를 거쳐야 더 무럭무럭 자라죠.
영화평은 괜찮던데...그냥 그거면 되는거지 영화외 문화와 예술에 민족주의 주입시키려는것도 우습다.이 영화가 그런쪽내용도아니고 SF오락물인데 그런오락물 영화는 단순재미에서만 그의미를 찾으면될건데...하긴뭐 헐리우드 영화에서도 아마게돈이나 인디펜던스데이같은 SF오락물에도 성조기는 꼭 등장하고 미국이 세상을 구하려는 모습이 많이보이긴하지만
딱, 황우석을 깠던 PD수첩이 연상되요. 그때 사람들 pd수첩에 쌩난리들을 하다가 맞다고 밝혀지고 황우석 완전 다굴. 뭐.. 전혀 다른 거긴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민족주의에 식겁하네요 또.
약간 다른 논점이지만 Ed Wood가 갑자기 떠오르네요. 열정과 투지를 가진 영화감독에게 재능이 따라주지 않는 걸 보고 있는건 참 슬픈 거 같습니다.
심형래선배님이 한부분도 있고 그외 팀이 한것도있기 때문에. 함께 만들어냈다는것 완성자체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렇데 다 각자 개개인들이 지생각을 갖는것도 자유입니다. 다들 참 말하길 좋아하는것 같습니다.
디워 오늘 봤는데 CG기술이 발전했다 씨쥐 영상적이 면에서 발전한것은 분명하지만 활용이 잘 안된거 같다. 그 씨쥐 기술력을 가지고 좀 다르게 좀 긴장감있게 표현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다...
칭찬을 하던말던..칭찬을 하던말던..칭찬을 하던말던..칭찬을 하던말던..칭찬을 하던말던..칭찬을 하던말던..칭찬을 하던말던..칭찬을 하던말던..칭찬을 하던말던..칭찬을 하던말던..칭찬을 하던말던..칭찬을 하던말던..칭찬을 하던말던..
그냥 난 솔직히 씨지부문 호기심으로 보러갔고, 많은 장면에서 피식 웃음이 나왔지만 후반 부 몰입도 꽤 되고 나름 재미있었다. 지적할 부문들은 지적하고 그 후에 나름 감상을 표출하는 것인데 이게 왜 애국심에서 발로된 무지한 국민성으로 표현되는 것인지.
솔직히 <디 워> 하나 가지고 왜 이렇게 영화계가 난리법석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 유달리 심한 것 같네요. 너무 생각이 없는걸까.
보노보노어쩌구님 : 에드 우드의 영화는 하나도 못봤지만 팀버튼의 <에드우드>를 보고서 참 마음이 애틋해지더군요.
뭐 디워를 생각하며 보는게 우스운거 아니겠습니까?
영화를 돈으로만 만드는 것일까? 피터잭슨이나 샘 레이미 감독들 초기 작품은 어떻게 말 할 것인가. 그래 그렇다 심감독은 제작자로만 남았어야 한다,는 거냐나나나아 뭔 소리냐 --;;;;
피터잭슨의 데드얼라이브~~ ㅋㄷㅋㄷ 피식~
오늘 조조로 봤는데 무슨 옴니버스 영화보는 듯 했다. 에피소드마다 연결고리가 전혀 없고 단순나열...스토리야 할리우드나 우리나라나 다 유치뽕짝이지만 할리우드는 그래도 에피소드마다 개연성이라도 있게 만드는데 이건 완전히 디테이 빵점... 교차편집도 제대로 안되고...
영화란 지극히 주관적일수도 있다는거죠... 보기나름,만들기나름,만든사람을 모조리 싸그리 다 이해할수는 없다는 거죠~~~ 그냥 그냥 그냥 보면 되는거죠~~~ 그렇죠?
일본이라 보지도 못하네. 궁금하다. 여기는 인제 오션스일레븐 트랜스포머 개봉하는뎅
전 영화를 본 입장으로서, 지금은 영화 지지자나 반대자나 서로의 입장표현이 과열되어 있는 거 같습니다. 영화는 화려한 볼거리를 기대한 사람에겐 충분히 재미를 재공하는 작품이기도 하고 반대로 탄탄한 구성을 원했던 사람에겐 충분히 욕먹을 만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근데 지지자들은 눈살찌푸릴 정도로 영화를 찬양하고, 또 그것이 아니꼬운 몇몇 반대자들은 (대표적으로 이송희일 감독) 상대적으로 더 비판적인 입장에서 논평을 가하고..그러다 보니 서로 극단적인 인신공격까지 오가게 되는 것이고 어느 순간 싸움이 충무로:반충무로, 나아가 민족주의:개인주의 의 이념대결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는거 같습니다.
웃기는 일이죠. 아이들싸움이 부모싸움으로 번진다는 말 있잖아요. 이 영화 자체도 세기를 뛰어넘는 명작이 아니라 그저 한때 즐기고 잊어버리는 상업영화일 뿐이라 그 영화에 대해 지나치게 찬양하는 것도 우습고 (개인적인 생각으로 영화끝나고 앤딩크리켓 올라갈 때 기립박수치는 것은 별로 좋아보이지 않더군요. 저역시 거부감에 그냥 나와버렸구요.) 또 잔뜩 폼잡으며 스토리가 어쩌니 하며 전문적인 잣대로 영화를 깍아내리는 것도 그다지 좋아보이진 않습니다. 그냥 보고싶은 사람은 보고 만족못한 사람은 적당히 욕하고 그러면 되죠. 적어도 지금까지 본 300만명의 관람객 전체가 광신적인 민족주의자는 아니라는 것을 알아두었으면 좋겠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난 재밌게 잘 봤는데...아쉬운 부분이야..스파이더맨3나 나니아 연대기 볼때도 있었다. 누가 디워가 최고의 작품이라고 했나..재밌게 보면 되고 아님 안보면 되고..그런거지..암튼..앞날이.기대되는 과도기의 작품이라 생각된다. 이무기나 용을 한국전설로 다룬건 정말 잘한 일인듯..
왜 디워에 대해 조금만 아쉬운 소리를 하면 우르르 다구리 놓는지 이해가 안되네요 이거 원 무서워서 말을 할수 있나 디워빠들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