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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것도 많은데 왜 굳이......."
찬혁은 하연의 손에 들린 번데기가 맘에 들지않는다. 누에라는 벌레에서 비단실을 갈취하고 남은 게 저 시커먼 번데기라는 건데 이러니 저러니 아무리 미사여구를 갖다 붙인다해도 애벌레를 삶은 것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여자가 징그럽지도 않은지 잘도 먹고 있다. 네셔널지오그래픽에서 아프리카 원주민이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어보이며 꿈틀대는 벌레를 입으로 가져가듯이 한알 한알 잘도 입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찬혁의 불만스러운 중얼거림에 휙하니 몸을 돌린 하연이 먹어보라며 이쑤시개에 번데기 두알을 찍어선 불쑥 내밀었다. 하연의 돌발 행동에 찬혁은 저도 모르게 화들짝 놀라며 한발 물러섰다. 시커멓고 징그럽게 생긴 벌레는 보는 것만으로도 식욕이 싹 달아나는 것 같은데 그걸 먹으라니, 찬혁은 손을 저으며 사양했다. 그런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하연이 홱 고개를 돌리며 내밀었던 번데기를 자기 입 속으로 집어넣었다.
"서울내기!!"
"뭐?"
찬혁은 방금 툭하니 내뱉는 하연의 말에 헛웃음이 난다. 서울내기라니, 시골내기, 시골 촌뜨기란 말은 들어봤어도 서울 내기란 말은 처음이다. 하지만 보란듯이 번데기를 입속으로 넣으며 하연은 또 한번 서울 뜨기라며 찬혁을 놀린다. 이렇게 고소하고 영양많고 맛있는 걸 못 먹다니, 참 안됐다 제법 약까지 올린다. 그런거 말고도 고소하고 영양많은 간식들은 얼마든지 있다.
"이거 진짜 맛있는 간식이야. 서울 내기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그거 서울에서도 팔거든."
"아~ 그렇지. 전에 리어커에서 파는 거 본 것 같다. 근데 사실은 나도 그때는 이거 먹고 싶지가 않았거든. 그때는 나도 서울 내기였으니깐."
"내가 시골 촌뜨기란 말은 들어봤어도 서울 내기는 첨 듣는다."
"서울 내기 맞아. 그러니깐 곱창 순대는 먹으면서 번데기는 못먹지."
"그거랑은 좀 다른거 같은데......"
곱창 순대랑 번데기는 엄연히 다른다. 비주얼의 차이가 얼만데. 게다가 서울 사람 중에서 번데기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곱창 순대를 못 먹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단지 먹는 취향의 차이일뿐이다.
문제는 그 못 먹는다고 생각했던 음식들이 사실은 진짜 음식이라는 거다. 따뜻함이 들어있는 진짜 음식. 음식은 단지 배를 채우고 입을 즐겁게하는 수단일 뿐, 음식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술빵을 먹어본 적이 있나? 밀가루에 막걸리 넣고 설탕 넣고 찜통에 쩌내면 되는 술빵은 옆집 할머니가 젤로 잘 만드는 음식중 하나다. 할머니가 해주신 쑥 털터리, 호박 지지미, 쑥개떡, 민들레 쌈도 정말 맛있다.
어디선가 한번쯤 들어본 것도 같은 이름도 있지만 대부분이 처음 듣는 것들이다. 설마 이 아가씨를 만나려면 그런 것들을 꼭 먹어봐야 하는 건가 찬혁은 슬며시 고민이 된다. 그런 그를 보며 하연은 피식 웃음이 났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옆집 할머니가 간간히 가져다주시는 음식들을 놓고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었는지가 떠올랐다. 이곳에 살려면 이런 것들을 꼭 먹어야하는건가하고.
꼭 그때의 자신을 보는 것 같다. 식탁에 반찬으로만 올라왔던 냉이를 처음으로 밭고랑에서 찾았을때 그 신기함이란 지금도 잊을수가 없다. 솔직히 그게 냉이라는것도 몰랐던 그녀다. 잡풀과 나물을 구분하지 못해 할머니께 타박도 많이 들었었는데, 지금은 왠만히 논밭 두렁에 자라고 있는 나물들은 척척 뜯을 수 있다. 물론 그런것들을 꼭 먹어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서울에서 사는 동안 콘크리트, 아스팔트로 뒤덮힌 서울 거리에서 소외된 귀퉁이 한쪽으로 길잃은 냉이 한포기가 삐죽이 고개를 내밀어도 그게 냉이 인줄 몰랐다. 알았다고 한들 도심의 매연속에서 어렵게 아스팔트를 뚫고 올라온 냉이를 캐먹을 사람도 없었겠지만 말이다.
"꼭 먹어야되는건 아니지만 안 먹어보면 후회되는 거거든. 서울에서 사는 동안엔 그게 먹는건 줄 몰랐으니깐. 도시에서 살면 많은 걸 누리는 거 같지만 사실은 놓치는게 더 많아. 돈이면 뭐든 되니깐 1분 1초도 아까워서 정신없이 돈 벌 궁리만 하니깐."
"여기서 산다고 돈이 필요없지는 않잖아?"
"필요는 하지. 도시에서 처럼 많이는 아니지만, 서울에서 이천원어치 사도 한끼 겨우 끓여 먹을 수 있는 냉이도 여기선 30분만 캐면 국 끓여먹고도 남아서 나물도 해 먹어져. 논두렁 사이에 잘 살펴보면 돌 미나리도 있어. 그런거 뜯어다가 생채 해먹으면 얼마나 맛있는데. 삽겹살 먹기전에 상추며 고추며, 먹기 직전에 소쿠리만 들고 나가면 되거든."
이제 봄이 되면 사방에 지천으로 깔리는 비름 나물도 뜯어다 무쳐먹고, 뒷산에서 취나물도 뜯어 먹을거다. 쑥 캐다 국도 끓여 먹고, 떡도 해먹어야지하며 즐거운 상상을 하는 하연을 보며 찬혁은 여기 처음 왔었던 날이 떠올랐다. 아무렇게나 바지 가랑이를 걷어올리곤 소쿠리 하나 달랑들고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않고 씩씩하게 밭으로 걸어들어가던 하연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하얗게 빛나던 그녀의 종아리는 눈이 시릴 정도로 깨끗했었는데......
"그래 봤다. 너 종아리 허연케 들어내놓고 상추 따는 거, 다리가 이쁘더라."
하연이 하얗게 눈을 흘기며 팔꿈치로 찬혁의 옆구리를 쿡 찌른다. 장난스럽게 웃어주던 찬혁이 하연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그래서 이곳으로 들어온 건가. 빠르고 복잡하게 지나가는 서울이 싫어서 이렇게 시간이 멈춘듯한 곳에서 달팽이가 기어가듯 느릿느릿 살아가는 건가. 시장 한켠에 자리잡은 리어커 앞에서 걸음을 멈춘 하연이 가득 실린 딸기 소쿠리를 보며 가격을 묻는다. 그리곤 철이른 딸기가 가득 담긴 소쿠리 하나를 집어들고선 그를 돌아봤다.
"돈 내."
"뭐야? 돈도 안 가지고 시장을 보려 나온거야?"
"혜진이가 지갑이랑 다 가지고 있거든."
하연이 소쿠리 채 딸기를 들고 가버리자 값을 치른 찬혁은 얼른 그 뒤를 쫓아가 옆에 섰다. 하연의 입에 소쿠리에 담겨있던 빨간 딸기 하나가 들어가 있다. 농약도 많이 친다는데 씻지도 않은채 그냥 먹고 있는 하연을 보며 찬혁은 눈쌀을 찌푸린다.
"농약도 있고 먼지도 많을텐데 씻어 먹어야지."
"지금 나오는건 하우스 딸기라서 농약 안쳐. 그리고 시골 먼지는 먹어도 돼. 나도 첨엔 씻지도 않고 먹는 혜진이가 이상했는데 한 3년 살다보니깐 시골 먼지는 먹을만 한거더라구. 먹어봐 맛있어."
찬혁은 잠시 꺼림찍한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하연이 내민 딸기를 그냥 받아먹었다. 그걸 보고있는 하연의 미소가 딸기처럼 상큼하다. 오물오물 그녀의 입안을 가득 채운 철 이른 딸기 향기가 그윽하게 퍼져나왔다. 문득 찬혁은 하연이 어떻게 이곳에서 정착을 한 것인지가 궁금해졌다.
"이쁘잖아."
"뭐?"
"여기 이쁘잖아."
"그렇긴 한데, 집이 이사를 온 것도 아니고 서울에서 생활하던 사람이 이런 시골로 들어오기 쉽지않았을텐데....."
"혜진이가 여기 살고 있었어."
"혜진씨가?"
"응. 혜진이 집에 왔다가 좋아서 그래서 살게 됐어."
"그럼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원래 혜진씨 집이야?"
"으~응, 엄밀히 말하자면 혜진이 집에 내가 얹혀사는거지."
"혜진씨 부모님은?"
딸기 바구니를 들고선 야금야금 딸기를 먹으며 찬혁이 묻는 말에 건성건성 대답을 하던 하연이 금방 집은 딸기를 내려놓으며 멀뚱하니 찬혁을 바라보았다. 뭐가 그리 궁금한게 많은지, 왜 굳이 남의 아픈 상처를 건드리려는 걸까하는 생각이 들다 찬혁 역시 부모님이 모두 계시지 않는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하연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기억들이 하나, 둘 떠올랐다.
두 눈 가득 눈물이 고여선 넋을 놓고 마루 끝에 앉아있던 혜진의 모습이 생각나며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때를 일들이 하나둘 생각났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혜진이라는 존재는 하연에게 과 동기 이외엔 아무런 의미가 없었었다.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과 친구들이 모두 문상을 가는 분위기라 예의상 따라나섰던거 뿐이었는데 막상 이곳에 도착해 그렇게 넋이 나간채로 앉아있는 혜진을 보며 그 옛날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엄마를 마지막으로 보내던 날, 윤 비서 아저씨 손에 이끌려 검은색 정장 원피스를 갈아입고 침대에 앉아있었다. 장례식이 치뤄지는 동안 하연은 따로 마련된 곳에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아버지 정 회장은 하연이 다른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도록 문상객이 오는 내내 이층 방에 머물 것을 명령했었다. 그렇게 이층 자신의 방안 침대에 우두커니 앉아 있던 하연은 우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수없었다.
혜진의 집에 도착한 그날 하연은 그렇게 우두커니 앉아 넋이 나간 얼굴로 울고 있던 혜진을 보며 그 옛날 침대 끝에 앉아 울고있던 자신의 모습이 저기 마루끝에 앉아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동네분들 몇몇이 마당에서 서성거리고 있을 뿐 도저히 이곳이 초상집이라는 생각이 들지않을 정도로 아무런 준비도 절차도 없었다. 함께 간 동기들 역시 그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못한채 다들 우왕좌왕 서성이고만 있었다. 대학 3학년이란 나이는 많다면 많은 나이이지만 이렇듯 큰 일을 치르기엔 아직은 어린 나이였다. 교수님이 나서서 동네분들과 상의를 하고는 있었지만, 아무것도 준비된게 없는 상황에서 그들 역시 난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연은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했다. 곧바로 사람들을 데리고 달려와 준 윤 비서님의 도움으로 혜진 아버님의 장례를 치룰 수 있었다.
"혜진씨가 큰 도움을 받았네."
"그 날, 혜진이네 집에 첨에 왔을때 꼭 수묵화 풍경 속에 그려져 있는 집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오빠도 봤지. 내 방 천장으로 나온 석가래, 난 민속촌이나 가야 있는건 줄 알았거든. 엄마가 봤으면 정말 좋아하셨을텐데...........우리 엄마 그런 거 너무 좋아하셨거든. 그래서 나도 동양화를 전공했잖아. 도자긴 부전공인데 어쩌다보니 이걸로 먹고 살게 됐어. 선배들 찾아다니면서 미인계 써지. 노하우를 꽤 많이 전수받았거든."
자랑스럽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여가며 얘기하고 있는 하연은 이곳에서 사는게 무척이나 행복해 보인다. 이곳에서 살게 해준 혜진이 무척이나 고맙다는 말과 함께 엄마가 살아계셨으면 당장에 여기로 모셔왔을거라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꿈을 꾸듯 행복해하는 하연의 모습을 보며 찬혁은 말없는 고민을 하게된다. 과연 그녀가 이 곳을 떠나려할까? 하연과 결혼을 하게 된다면 이곳을 떠나야 한다. 결혼해서까지 이곳에서 살 수는 없는 일이다. 혜진 역시 도현과 결혼을 한다면 이곳을 떠나야한다. 아니다. 어쩌면 도현이 이곳으로 들어 올 수도 있다. 자신이 아는 도현의 어머니는 결코 혜진을 받아들이지 않을 테니깐. 차라리 아들 도현을 내쫓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하연아, 혜진씨 말야. 도현이 자식이 맘에 없는거 같아?"
"왜?"
"사실은 그 자식이 요즘 고민에 휩싸여 있거든. 오죽하면 불면증 생긴거 같다며 하소연을 다 하더라니깐."
"그 고민, 혜진이가 원인인거 맞아?"
"일단은."
"무슨 대답이 그래?"
"아무튼 고민의 원인이 혜진인건 맞다는 얘기지."
"결론을 어떻게 낼지 고민하는거야?"
"그건 또 무슨 소리야?"
"혜진이와의 관계를 지속 할 것인지 아님 끝낼 것인지 그것에 대한 고민 아니야?"
"넘겨집기는.... 도현이 자식 혜진씨가 맘에 드는데 정작 혜진씨가 이리저리 도현이를 피하는 거 같아서 그래서 고민이랜다."
"그럼 도현씬 혜진이가 맘에 있다는 소리네."
고개를 끄덕이는 찬혁을 보며 그럴줄 알았다는 듯이 하연 역시 고개를 끄덕인다. 도현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있을거라 생각하는 혜진이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일단 도현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어 다행이다 싶다. 근데 왜 혜진은 혼자 그런 생각을 하는건지 알수가 없다. 그 날 일도 술김에 저지른 실수라 치부하며, 책임감 운운하는 혜진이 딱해보이기까지 한다. 한참을 주절거리던 하연이 순간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와버린 말에 '아차'했지만 찬혁은 아무렇지도 않은듯한 표정이다.
"알아. 둘이 같이 잔거."
"알아? 그런 것도 얘기해?"
"그러는 너는, 너도 알고 있잖아."
"나야.............도현씨 은근 촉새네. 남자가 입이 무거워야지."
"헛, 참!"
여자 친구들끼리 비밀 얘기하는건 상관없고, 남자들끼리 비밀을 고민하는 건 촉새로 보다니, 어이가 없다.
매일 투닥거리며 이놈, 저놈하지만 도현은 대학때부터 지금까지 사소한 고민도 터놓고 상의 하는 친구다. 그날 이후로 전화를 받지않는 혜진때문에 고민에 휩싸여있는 도현을 보며 여지껏 그가 만났던 여느 여자와는 다르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혜진이 굳이 그 날 일을 모른척, 입밖으로 내는 것을 꺼리는 게 실은 도현이 맘에 없어서인게 아닌가 하는 말까지 하는 걸 보면 분명 혜진은 도현에게 특별한 여자임이 틀림없다. 도현은 지금 사면초가다. 올해 안에 결혼하지 않으면 집에서 쫓겨날지도 모를 처지에 놓여있다. 하지만 정작 맘에 드는 여자를 만났지만, 대놓고 집에 소개 할 수도 없는 그런 여자를 만났다. 찬혁이 아는 한 도현의 어머니에게 혜진은 늙은 호박에 이도 들어가지 않을 그런 존재다. 그런 여자를 만났으면서, 그 여자의 마음조차 확실치 않다는 게 최근들어 도현이 털어놓는 고민거리였다.
"어려운 문제 아니네. 혜진이랑 결혼하면 되잖아."
"그렇게 간단한 문제 아냐. 장담하는데 혜진씬 절대 도현이 자식 집 문턱 못 넘어."
"그렇게 대단해? 도현씨 집이."
"뭐.......나랑은 처지가 다르지."
확실히 처지가 다르다. 유일그룹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만큼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집안이다. 아니 집안이 문제가 아니라 그의 어머니가 문제다. 하나뿐인 아들인 도현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른데다 회사를 위해선 정략결혼도 상관없다는 분이다. 찬혁 역시 대학때부터 도현과 둘도 없는 친구사이로 지내긴 하지만, 만일 찬혁이 수재란 소리를 들으며 특출나 보이지 않았다면 도현과의 관계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을 것이다. 더구나 도현의 아버지가 찬혁을 회사로 끌어들이고 싶어하는걸 잘 알고 있었기에 찬혁과의 관계를 그냥 눈감고 있는거 뿐이다.
"도현씨네 회사로? 사장님이 탐을 낸다면 입사해도 괜찮잖아. 못해도 과장이나 부장 자리는 하나 차지할수 있을텐데..."
"내 힘으로 얻은 자리가 아니면 그 자리가 아무리 높은 자리라해도 소용없는거야. 나는 내가 다니는 회사가 맘에 들어. 내 힘으로 시험쳐서 치열한 경쟁률 뚫고 입사한 회사고 열심히 근무해서 능력을 인정받은 곳이야. 뭐 내 입으로 이런말 하기는 뭐하지만 나 꽤 능력있다는 소리 들어."
"무슨 회산데?"
"스포츠 의류회사야. 유일그룹 계열이고..........흠흠, 홍보 팀장을 맡고 있어."
하연에게서 칭찬이라도 듣고 싶은 듯 은근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이는 찬혁과는 달리 그의 입에서 나온 유일그룹이라는 말에 하연의 안색은 창백하게 굳어갔다.
"유.....일 그룹......."
"우리나라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회사지. 근데 내가 왜 굳이 도현이네 회사로 가겠어? 내 힘으로도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
"어....그래....."
"말이 옆으로 샜네. 암튼 그 자식 지금 많이 복잡해. 혜진씨가 마음을 열어준다고 해도 결혼까지 갈려면 아마 에베레스트 산이라도 정복해야할거야. 정복한다해도 된다는 보장이 없지만."
"그.......그만 가자. 혜진이 기다리겠다."
찬혁의 말을 끊고는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하는 하연의 머리속으로 복잡한 생각이 교차한다. 옆에서 말을 거는 찬혁에게 건성으로 대답하는 하연의 머리속에선 좀 전 찬혁이 몸 담고 있다는 유일그룹이라는 단어가 계속 맴돌뿐이었다.
'왜 하필이면 유일그룹이야.........왜 하필이면........"
첫댓글 뻔데기는 참고소하지요 전엔
잘먹었었는데 지금은 처다보지도 않고있네요 한번 먹다가 두드러기나서 엄청 고생 햇거든요 아무튼 두쌍의
연애가 그리 순탄하게 진행되지는 않을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잼있게 잘읽었습니다!
즐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