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분야 ‘LG엔솔-日 혼다 합작’ 사례… 韓日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협력 가능성
[尹대통령 방일]
尹 “신산업 협력”… 구체방안 관심
17일 한국과 일본 기업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미래 첨단 신산업 분야 협력이 거론되면서 구체적인 협력 방안에 관심이 모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일본 도쿄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디지털 전환,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등 미래 첨단 신산업 분야에서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삼성전자 등 한국 반도체 기업과 일본 반도체 소재 장비 업체의 관계, 일본 완성차 업체와 한국 배터리 제조사의 합작 등을 예로 들었다.
우선은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가 기대된다. 한국은 반도체 제조 공정에 특화돼 메모리와 파운드리(위탁 설계)에서 강점을 갖고 있으며, 일본은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소재 및 장비 분야의 세계적 강국이다. 특히 최근 한국 정부와 삼성전자가 발표한 경기 용인시 300조 원 규모의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단지)에서의 협력 가능성이 거론된다. 클러스터 성공을 위해서는 소부장 생태계도 필수적으로 동반돼야 하는데 국내 기술력만으로는 모두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도쿄일렉트론, 캐논(노광장비) 등 일본 소부장 기업들이 앞으로 수출 제한 및 규제 걱정 없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면 클러스터 조성 효과가 커질 수 있다.
전기차용 2차전지도 국내 배터리 기업과 일본 완성차 업체 간 협력 확대가 예상되고 있다. 한국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3사가 대규모 투자를 통해 배터리 공급량을 늘리고 있는 반면, 일본은 파나소닉에 의존하고 있다. 일본 완성차 업체가 중국 CATL을 배제한 채 전기차 생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한국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1월 일본 혼다와 미국에서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4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공장 건설에 나서기도 했다.
미래차의 한 축으로 꼽히는 수소차 분야에서의 협업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대자동차는 넥쏘, 일본 도요타는 미라이를 양산하며 세계 수소차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강남훈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양국이 수소차 분야에서 협력하면 관련 생태계를 선점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등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일본 기업의 협업을 통한 ‘디지털 전환’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는 일본 소프트뱅크와 일본 현지 도시를 3차원 고정밀 지도로 제작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과학기술 및 디지털 분야에서는 양국이 장차관급 협의체를 만드는 방안이 추진된다. 고령화가 가속화하며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일본과의 바이오 협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건혁 기자, 박현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