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일손을 놓고 하늘을 본다
무언날이 이리도 우중충하단말인고...
비는 오지 않겠지.....?
토요일 쉬는날에 이삿날을 잡았단다
허접한 마음이 뒤숭생숭이다
오늘은 가보긴 그렇겠지?....
이불빨래를 접는다
닦아 내 놓았던 도마도 들이고....
세탁한 빨래도 고이 접는다
마음이 자꾸 허공을 떠돈다
하루이틀 그런양이 아니련마는 요사이 어떤 최면에 걸린양
허우적대듯 말도줄고 하늘만 바라보는 습성이 생겼다
버려진 습성으로 인해 자꾸 고개를 떨구는게 끈을 놓고 싶었다
방글라데쉬인인 시장에서 같이 일하는 알리와 대화한 생각이 아파온다
"한국은 나쁜 사람많아...거짓말 잘해 잘 속여"
"알리야 한국사람이 다 그런건 아니야"
"형같은 진실한 사람만 있으면 좋겠어
방글라데쉬 사람은 못살아도 사람 속이지 않아"
오늘 친딸 아닌 딸이 아픈 이사를 한다
친엄마에 의붓아버지와 같이 살았건만 친엄마가 더 무섭다는 딸....
아들 협이는 화물차있는 친구 데리고 이사짐을 꾸리러 갔다
보내기전 엄한 다짐을 한다
"이제 분명 유미도 아빠의 친딸로 등록한다..
심한 잔소리와 채찍이 있을꺼야 알았니?" "네"
두 모녀가 밉다
유미의 엄마도 밉고 유미도 밉다
유미를 보내버리려는 엄마가 밉고 버려진채 살아온 앙금을 걸러내지 못하는 유미도 밉다
그렇지만 크는 아이들이 먼저 안타깝다
어려서 반쯤 버려진채 자란 아이...
늦게야 딸이라 챙기긴 했지만 이제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에게 강요하는 엄마역활....
거기에 항상 반항하던 아이..
삼년여 아빠라 부르며 내게 다가온 너무나 온순한 아이....
친족과의 관계를 모두 정리하고 싶다던 아이....
........지난주의 일이었다...
나와 식성이 비슷해 아빠 닮았다고 말하던 큰녀석의 말이 허공을 맴돌며
유미가 처해있을 커다란 아픔에 자꾸 눈물이 흐른다
전화를 넣었다
이제 짐을 옮기는 중이란다
엄마에게 아빠에게 내몰려 이사하는 아이.....
단칸방에 살아보라지 얼마나 더 외로울텐데 그래도 그걸 원하며
유미엄마는 훗날에 얼마나 또 울지를....
알리 생각이 다시난다
한국에서 열심히 일해서 좋은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는 ....
타임캡슐을 탄 과거여행에서 보는듯한 젊은 시절의 나의 환상처럼..
네발자전거를 더 힘차게 밟아야겠다는 생각이다
힘차게 밟으면 몸은 움직이지 못하시지만 어머닌 방향을 잡아주실테고
큰아들 작은아들 뒷바퀴 잘 구르리라
넘어지고 자빠져도 유미야 금란아 일환아 너희들은 넘어지지않게 버티렴
아빠가 달리지 못하면 너희들이 구르렴
아빠도 인생의 끈은 놓지 않을께 너희들을 위해...
할일이 더 많아 지겠구나....
이사하고 방정리하고 전화한댔지?
우리 짓던 집 열심히 지어가자
눈물 그치고 이제 이쁘게...신나게 웃어보자
.....우리 네발자전거 신나게 달리면서....
아빠에게 백숙먹고 싶다고 했지?
인삼 넣고 대추도 넣고 밤도 넣은 ...그런 백숙....
그래...저녁엔 그런 백숙을 먹자 나의 네발자전거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