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연세에스병원. 419호에 입원하니 6인실이 만원이 되었다.
집안 나이로 91세 되는 할배가 제일 어른이고, 그 다음이 여든 넷,
그 다음이 나다.
61세 아저씨 한 분, 33세 남자 한 분, 그리고 10대 중학생이 한 사람이다.
" 오늘 입원한 사람입니다. 같이 치료 받는 중에 혹시 불편을 끼치는 일이 있더라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보호자가 계속 같이 있는 분은 귀가 어두운 두번째 어른 한 분이고,
다른 환자들의 보호자는 잠깐 씩 왔다가 간다.
나이 분포로 보면 4대가 함께 있는 셈이었다.
첫날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전전긍긍. 기침이 나고 목이 마르고 소변이 자주 마려웠다.
모두들 잘 자는 편인데 나 혼자만 적응을 못하는 것 같다.
자고 나니 중학생 아버지 되는 분이 오더니 퇴원 수속을 데리고 나갔다.
그 병실 환자는 모두 호흡기 계통의 질병을 치료받고 있는 것 같았다.
아흔을 넘긴 어르신의 자부 되는 분이 왔다 간다. 간식을 나누어
주라고 한 모양이었다.
내자는 아침에 왔다가 오후에 다시 왔다. 간식을 나누어 드리고 더 불편한 분들의 식판 운반을 도와준다
모두 가족 같이 스스럼 없는 사이가 된다.
33세 젊은 남자분이 퇴원하고,그 다음날 연세가 가장 높은
어른신이 퇴원을 한다.
세 사람이 남았다. 설날엔 외출 허가를 받아 집에서 명절을 지내고,
다음날도 외출을 받아
교회에 출석하였다.내가 입원한 것은 우리 가족 외엔 아무도 모른다.
교회에서 알게 되면 병문안 오게 되고 여러 사람들에게 심려를 끼친다.
나이가 들면 자주 병원을 찾게 되는데 그 때마다 심려를 끼치면
안 되는 일이다.

작년엔 퇴원 후에 모두 받은 걸 돌려 드렸다. 그 일도 번거로웠다.
내자가 알고 내가 알면 하나님께서도 우리 기도를 들어주시겠지.
월요일 입원했는데 22일엔가 주치의가 휴가를 가고 없다.
다른 과의 의사는 24일까지 회진을 하는데 내 담당 의사는
집이 멀리 있는지 일찍 가 버려 조금 서운했다.
사흘동안 잠을 못 잔다고 간호사에게 말했더니 주치의와 의논하여
수면제와 입마름 약을
처방해 주어서 잘 잘 수 있었다.
간호사들은 휴일 중에도 대부분 출근하여 친절하게
도와주고 있어서 고마웠다.
하루애도 주사 바늘을 몇 번씩 찌르니 왼쪽 필이 온통 가지색으로 변했다.
불평도 할 수 없고
기가 차지만 견딜 수 밖에. 내가 퇴원할 때는 환자가 다시 들어왔다.
명절에는 질병도 많이 생기나 보다. 종일 외래환자와 입원환자들로 붐빈다.
27일 주치의가 와서 그 다음날 퇴원조치를 해 준다. 모두들 고맙다.
남아 있는 환자들도 속히 완쾌되기를 기도한다.
집에 와서 컴퓨터를 열어보니 친구들이 염려를 많이 한 것 같다.
고마운 친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