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열정, 그 감동 못 잊어, 다시! 이탈리아 예술기행 떠납니다
2025년 8월 구지훈 교수의 <나의 두 번째 이탈리아 : 예술투어에 와인·전통맛집 순례 12일>
구지훈 교수(국립창원대 사학과)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안녕하세요. 2024년부터 계속해서 여러분 찾아뵙고 함께 이탈리아에서 여행하며 답사를 이끌고 있는 구지훈 교수입니다. 여러분 올해도 늘 건강하시고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기를 바랍니다.
2024년 2월의 정말 특별했던 첫 여행 이후로, 제 조심스러운 요청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빈틈없이, 세심하게 준비해 주신 주최 측, 그리고 제가 비교적 잘할 수 있는 주제를 가지고 진행했기에 여러분들께서 만족해 주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제목부터 코스와 진행까지 너무 좋았던 <나의 두 번째 이탈리아> 테마를 다시 한 번 더 진행해 볼까 합니다.
이탈리아는 누구나 한 번은 꼭 다녀오는 곳입니다. 배낭여행을 떠나는 20대 학생들조차도 이탈리아는 꼭 들르고 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들께서도 이미 ‘이탈리아’ 자체는 여러 번 다녀오셨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러분께 저는 남들과 다른, 비슷한 듯이 매우 다른, 코로나와 관광 특수로 인해 모르고 지나쳤던 이탈리아의 멋진 곳들을 제안해보고 싶었습니다. 지난 2월의 그 멋진 여행 코스를 기반으로 해서 약간의 차이를 주면서 말이죠.
<2025 나의 두 번째 이탈리아>, 그 어느 누구와도 갈 수 없는, 오직 이탈리아 전문가를 감히 자처하는 저, 구지훈 교수와 함께여야 가능한 나의 두 번째 이탈리아. 한국인들이 아는 이탈리아가 아닌, 이탈리아인들이 아는 이탈리아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밀라노를 오래 통치했던 스포르차 가문의 스포르체스코 성에서 소장하고 있는 <론다니니의 피에타>를 보면서 변화가 급격히 일어나던 시대의 예술을 고민하던 미켈란젤로의 마음을 함께 느껴본다.
여기서 잠깐.
구지훈 교수는 어떤 분일까요?
2024년 2월 처음으로 <르네상스와 와인>팀을 인솔했던 구지훈 교수는 매스컴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알려진 바 있습니다만, 중학교 2학년이던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당시 이탈리아 축구 대표팀의 로베르토 바조라는 선수에 홀려 이탈리아를 알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었고 그 결과, 한국외국어대 이탈리아어과로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정작 대학에서는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매일 술과 와인, 축구 등에 홀려 있더니, 구 교수의 말대로라면, 이력서 한 줄 더 채우고자 떠났던 이탈리아 어학연수에서 그만 이탈리아 미술사의 황홀한 매력에 빠져, 정신 차려보니 세계 최고(最古)의 대학이라는 볼로냐대학교 미술사 박사학위를 손에 쥐고 귀국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더랍니다.
귀국 후, 숙명여자대 회화과를 시작으로 모교인 한국외국어대, 명지대, 중앙대, 단국대, 서강대, 부산대, 영남대 등에서 서양미술사를 가르쳐 왔으며 2021년 국립창원대학교 사학과에 임용되어 서양고·중세사와 르네상스사, 미술사를 중심으로 강의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와 서양미술에 관련한 십여 편의 논문이 있습니다.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 이금희 아나운서, 축구해설가 박문성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였으며 tvN의 <벌거벗은세계사> 66회 ‘레오나르도와 미켈란젤로’편, 88회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진실’편 등 2회 출연하면서 이탈리아와 서양사, 서양미술사를 보다 가까이 전달하고자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좀 길지만, 이탈리아 예술기행의 탁월한 인솔자 구지훈 교수의 이번 여름 여행 계획을 들어봅니다.
➊밀라노, 새로운 시대를 이끄는, 생기와 패션의 젊은 도시
<2025 나의 두 번째 이탈리아>팀은 이탈리아의 첫 번째 도시로 밀라노를 찾아갑니다.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을 거치며 이탈리아는 많은 힘을 잃고 여전히 낡은 가치에 매몰되었지만 밀라노는 그런 이탈리아의 자존심이었습니다. 산업도, 문화도, 혁명도, 통일도…다시 일어나려고 기지개를 켜는 이탈리아의 가장 앞에는 밀라노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국가 이탈리아’를 만드는데 가장 크게 기여한 도시는 바로 밀라노였습니다. 제가 여러분과 살펴보려는 밀라노는 르네상스의 중심지였던 밀라노, 그리고 그 외에도 이탈리아에서 가장 세련되고 진보적이며 트렌드를 이끄는 아방가르드의 도시, 밀라노입니다. 밀라노 투어의 시작은 레오나르도와 쌍벽을 이루는 르네상스 최고의 거장,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최후의 작품인 <론다니니의 피에타>를 관람합니다. 밀라노를 오래 통치했던 스포르차 가문의 스포르체스코 성에서 소장하고 있는 <론다니니의 피에타>를 보면서 변화가 급격히 일어나던 시대의 예술을 고민하던 미켈란젤로의 마음을 함께 느껴보겠습니다. 이후, 밀라노 최고의 미술관이라 말할 수 있는 브레라 미술관을 들러 중세부터 현대까지 이탈리아가 낳은 세계적 예술가들의 정취를 누려보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중세부터 현대미술까지 모두 아우르는 컬렉션을 가진 브레라 미술관이기에 가능합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활발하면서도 가장 생기넘치는 도시인 밀라노. 새롭고 활기찬 여행, 남들이 다 가는 이탈리아가 아닌 <두 번째 이탈리아>의 여행을 시작하는데 있어 이보다 더 적절한 도시가 있을까요?
➋잔잔하고 아름다운, 그러나 격정과 우아함을 품은 도시, 베로나
여행은 아름다운 강과 포근한 평지, 그러나 <로미오와 줄리엣>의 격정적 사랑을 품은 베로나로 이어집니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베로나의 두 가문, 몬테키(Montecchi)와 카풀레티(Capuletti) 가문의 두 자녀 사이에 있었던 비극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요. 베로나에는 극중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런 줄리엣의 집과 로미오의 집 등이 보존되어 있어 많은 연인들이 베로나를 찾습니다. 이것만 해도 너무나 낭만적인 도시이지만, 베로나를 더욱 더 베로나답게 즐기는 방법! 바로 그것은 ‘아레나Arena’ 원형극장에서 오페라를 즐기는 것입니다.
밝고 로맨틱한 베로나의 여름밤 하늘 아래, 고대 로마시대에 지어진 원형극장인 ‘아레나’에서 베르디, 로시니, 푸치니 등의 여러 유명하고 아름다운 오페라를 최고 수준의 음향과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즐기는 꿈같은 시간이 될 것입니다. 전세계에서 베로나의 아레나 오페라를 찾아오는 수많은 여행객들과 바로 그 날, 그 시간, 그 작품을 함께 베로나의 여름밤 아래서 공유하는 그 느낌. 이것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느낄 수 없습니다.
특히 아무리 해가 늦게 지는 이탈리아지만 완전히 해가 등성 넘어로 사라진 후, 완전히 어두워진 여름밤 아래에서 아레나를 가득 채운 모든 관객들이 과거의 전통을 따라 촛불을 너도나도 밝히며 오페라를 감상하는 경험은 그야말로 환상 그 자체입니다. 그렇다면 이번에 우리가 관람할 오페라는? 이탈리아 독립과 탄생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쳤으며 이탈리아인들이 ‘마음 속 제2의 국가’로 여기는 <히브리 노예의 합창>이 등장하는 베르디의 <나부코 Nabucco>입니다. 베로나 아레나의 야외무대에서 펼쳐지는 <나부코>를 관람하면서 <히브리 노예의 합창>에서 이탈리아인들이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고대 로마의 아레나 야외극장에서 즐길 수 있는 행운은 그야말로 몇몇에게만 주어진 것입니다. 이제, 바로 여러분들의 것이 될 수 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모두가 공연의 장엄한 음악과 낭만적인 밤, 그리고 공연의 여운에 취해 들뜬 마음으로 베로나의 밤길을 나누는 느낌도 절대 잊지 마십시오. 공연에서 느꼈던 그 행복은 다음날 아침까지도 계속될 것입니다.
➌일상의 삶 속에 전통과 품위를 담아내는 도시, 파르마
베로나에서의 여운을 한껏 머금은 채로, 우리는 발걸음을 파르마로 돌리려고 합니다. 한국인들의 주요 관광코스에는 거의 포함되지 않지만, 사실 파르마야말로 <나의 두 번째 이탈리아>를 꿈꾼다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도시라고 저는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파르마는 북부 이탈리아에서 오랫동안 비옥한 땅, 그리고 풍부한 물자로 많은 영주들이 통치하고 싶어하는 지역이었습니다. 물과 땅이 좋고 비옥하다보니 자연스레 농축산업이 크게 발달하게 되었고 이는 파르마를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식문화의 도시로 만드는데 일조하게 됩니다.
전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는 먹거리, 바로 파르마산 치즈인 파르미지아노, 그리고 돼지 뒷다리햄인 프로슈토의 산지가 바로 파르마입니다. 전세계의 미식가들을 유혹하는 이 깊고 풍부한 먹거리들을 맛보기 위해서라도 파르마는 반드시 들러야하는 도시 리스트에 들 수 있습니다. 이 먹거리들은 파르마의 자존심이자, 이탈리아 식문화의 자존심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파르마에는 이탈리아에서도 손꼽는 미식(美食)대학인 ‘알마(Alma)’대학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파르마를 단순하게 음식과 맛의 도시로만 판단했다면, <나의 두 번째 이탈리아>에서 반드시 들러야하는 도시로 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이유로 파르마는 언제나 귀족들의 관심의 대상인 땅이었고 19세기 들어서면 오스트리아-합스부르크 왕가가 직접 통치했을 만큼 중요한 도시가 됩니다. 자연스레 기존의 북부 이탈리아의 문화와 예술에, 오스트리아-합스부르크의 독특하고 귀족적인 문화가 곁들여진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도시가 바로 파르마입니다.
파르마 국립갤러리는 중세부터 19세기 이탈리아 통일에 이르기까지 파르마의 예술가들의 작품, 그리고 합스부르크 왕가가 보유했던 걸작 예술품들을 어마어마하게 소장하고 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가 낳은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였던 주세페 베르디, 그리고 역시 최고의 오케스트라 지휘자였던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역시 파르마 출신입니다. 이것만 보아도 파르마가 얼마나 고급지고 우아한 문화를 가진 도시인지 충분히 짐작하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➍볼로냐, 맛과 지성과 아름다움이 모두 공존하는 역사와 전통의 도시
예로부터 뚱보와 지성인, 그리고 붉은 벽돌이 많은 도시로 알려진 볼로냐. 사실 볼로냐는 파르마와 마찬가지로 관광지로서 반드시 찾아가 봐야 할 만한 부분들이 다른 로마, 베네치아, 피렌체 등에 비하면 적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나의 두 번째 이탈리아>에서는 반드시 볼로냐를 들러야 합니다. 왜냐구요? 이탈리아인들에게조차 ‘이탈리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손꼽히는 곳이 바로 볼로냐입니다. 따끈하고 진득한 볼로녜제 라구 파스타를 비롯해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최고의 이탈리아 음식들을 맛보며,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의 공기를 마시며, 보통의 여행자들은 누릴 수 없는 치열하면서도 유쾌한 볼로냐의 분위기를 마음껏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무엇보다도 볼로냐 사람들은 자신들이 세계 최고의 미식 도시임을 숨기지도 않고, 숨길 생각도 없습니다. 맛있는 요리 문화를 가진 것을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물론 앞서 살펴본 대로 파르마의 먹거리와 식문화도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것들입니다. 하지만 이탈리아 음식문화의 정점, 그야말로 최고의 도시는 바로 이 볼로냐에서만 맛볼 수 있습니다. 볼로냐 요리는 이 따뜻하고 유쾌한 사람들의 자존심인 것입니다. 정말 ‘진.정.한’ 이탈리아의 음식을 맛보세요. 여러분의 이탈리아가 달라집니다. 그냥 평범하게 관광객 코스 내에 있는, 투어리스트 식당에서 그냥저냥한 이탈리아 음식을 드시지 마시고, 볼로냐에서 제대로 맛을 낸 이탈리아 음식들을 유쾌한 이탈리아의 레드 와인을 곁들여 먹어야 <두 번째 이탈리아>의 미각이 완성된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문화와 예술에 있어서도 볼로냐는 결코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밀라노 등의 주요 도시에 모자라지 않습니다. 학문과 과학에 대한 치열한 진지함은 음식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현존하는 세계 유수의 명문대학들 중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으로 공인받은 볼로냐대학교의 도서관은 대단히 아름답고 화려합니다. 아르키진나시오 도서관에는 볼로냐대학교에서 유학했던 수많은 유럽의 명문자제들 집안의 문장이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두 번째로 만들어진 해부학 강의실이 볼로냐의 자랑거리입니다. 또한 현재 볼로냐대학교에서 학문적 발표나 출판기념회 등이 열리는 스타밧 마테르(Stabat Mater) 강의실은 볼로냐에서 음악을 배운 유명한 작곡가 로시니가 자신의 종교음악을 발표했던 중요한 곳이기에 지금도 교수와 학생들에게 정서적으로 중요한 강의실입니다. 이곳에서, 전 세계 가장 오래된, 유일한 대학교인 볼로냐대학교가 빚어내는 학문의 기운을 마음껏 받아가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