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기 때문에 환갑이나 칠순을 맞으면 크게 잔치를 치르고 온 동네 사람들이 축하를 하곤 했다.
하지만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평균 기대수명은 81.4세로, 불과 30여 년 사이에
기대수명이 20년이나 길어졌다.
주변에서도 70~80대 노인은 쉽게 찾아볼 수 있고 환갑노인이라는 말도 무색해졌다.
말 그대로 인생 100세 시대다.
100세 시대라고는 하나 아픈 구석 없이 건강한 상태로 사는 ‘건강수명’과 ‘평균수명’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앞서 말한 통계에 따르면 80이 조금 넘는 성인 평균 기대수명 중 우리가 건강하게 살아가는
건강수명은 66.7세에 불과하다. 수치적으로 보면 약 80년 인생 중 15년,
다시 말해 인생의 1/5 정도를 각종 잔병치레를 하며 보낸다는 뜻이다.
그렇다 보니 그저 오래 사는 것이 아닌 ‘무병장수’하는 것이 최대의 관심사가 됐다
. 건강수명을 최대한 길게 유지하는 것은 개개인의 삶의 질을 높일 뿐 아니라
국가 의료비 절감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전세계 의료계에서도 치료보다 예방에 더 중점을 두고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과거 질병의 치료에서 이제는 다양한 예방법을 통한 선제적 예방의학을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질병을 치료하는 것은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지만, 질병을 미리 예방하는 것은 건강수명을 늘리고 환자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은 우리 주변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는 ‘꽃중년’ 열풍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위해 건강식과 운동 등 자기 관리에 열을 올리는 꽃중년들은
적극적인 자기 관리를 통해 남은 인생을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음식이나 운동 등 다양한 건강 관리도 중요하지만 의사 입장에서 가장 권하고 싶은
것이 바로 예방접종이다. 예방접종은 건강한 노년을 위한 가장 확실하고도 효과적인
예방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료실에 오는 환자들에게 예방접종을 권하면 아직까지도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 특히 50대 이상 환자들의 경우 ‘이 나이에 무슨 예방접종?’이라고 의아해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수년째 겨울만 되면 감기로 병원을 찾는 50대 환자 역시 처음에 폐렴구균 백신을 권했을 때는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으니 나중에 맞겠다’라며 손사래를 치더니, 가
까운 지인이 폐렴에 걸린 이후에서야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하고 싶다며 병원을 찾았다.
학계는 물론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성인 예방접종에 대한 필요성과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면서,
독감, 폐렴구균 등 다양한 성인 예방접종이 권고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대한감염학회는 성인 위험군에 대해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최우선으로 권고하고 있다.
면역저하자, 만성질환자 등의 위험군은 물론 특별한 질환이 없어도 회식이 잦고 음주와
흡연을 즐기는 50대 이상 중년이라면 예방접종이 필수다.
예방하는 백신이다.
폐렴구균 질환 중 가장 대표적인 폐렴은 국내 사망원인 6위를 차지하는 치명적인 질환이며,
노년의 생명을 위협하는 주요 사망원인이다. 폐렴은 2000년 노인 사망원인 5위권 밖의 질환이었으나,
2010년 5위로 급부상했고 2013년에는 4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폐렴 입원 환자의 평균 치료비는 220여 만원으로 흔히 알려진 당뇨병이나 백내장으로
인한 치료비를 웃돌아 경제적으로도 부담이 크다.
특히 당뇨병,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 폐렴 발병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만성질환자들은 바이러스나 균에 대한 방어 능력이 건강한 성인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폐렴과 같은 감염질환에 취약하고 합병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당뇨병, 심장질환, 폐질환 환자는 각각 폐렴구균으로 인한 폐렴구균 질환 발병의 위험성이
일반 성인보다 2~5배, 3~7배, 5~17배 더 높다고 알려져 있다.
‘9988234’라는 말이 있다. 99세까지 88(팔팔)하게 살다가 2~3일만 앓다가 4일(나흘)만에
세상을 뜨자는 덕담이다. 무병장수를 위협하는 폐렴 예방을 위해 폐렴구균 예방접종의
중요성은 재차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을미년 새해, 금연이나 운동 등 생활습관에
대한 다짐도 좋지만 현재 나에게 필요한 예방접종은 무엇인지 확인하고 미리 병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그것이 요즘 같은 100세 시대에 건강한 상태로
‘9988234’하는 길임을 기억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