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집에서 - 김명기
비오는 날 장터 귀퉁이 국밥집에 가면
어두운 형광등불빛 떨어지는 낡은 탁자 위
행주질에도 더 이상 밀려나지 않는
오래 묵은 때들이 더욱 빛난다
수많은 상처들 틈에 끼어
다시 그 상처를 덮어버리는 때들
벌어진 살 틈을 비집고 올라온 색다른 덧 살 같다
그곳에 앉아 사천 원짜리 국밥 한 그릇 비워내며
헛헛한 속내에 밀려드는 사치를 본다
먹고 돌아서면 먹은 사실조차 잊어버리는
천오백 원짜리 묵사발보다야
남은 반나절이 얼마나 든든할 것인가
문밖에는 남은 생을 국밥처럼 살고 싶은 이들이
축축한 장거리에 굽은 숟가락처럼 서서
아직 묵사발 같은 생의 좌판을 뒤적이고
장터 귀퉁이 국밥집엔
묵은 때처럼 빛나는 사람들이
그들 생의 마지막 사치 같은 뜨끈한 국밥을
아주 천천히 비우고 있는거다
첫댓글 서민의 아픔이 애환이 서려있는 글이
정말 묵은 때처럼 빛이 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살아있는 시를 쓰는 시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