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쿠카라차
김 안
당신은 실패한 혁명의 이름을 몇 개나 알고 있나요?
혁명이 진압될 동안
멕시코에 눈이 내리고,
여행자의 마리화나는 떨어지고,
신문은 두꺼워지죠.
당신께 말은 안했지만, 실은
그날 밤 애인의 표정이 벌레가 되어 날아갔습니다.
손가락 데일 정도로 신문 속에서는 불길 들끓고 있는데,
그 벌레들은 어느 불구덩이 속에서 타죽었을까요.
이제 그만 신문을 접으세요.
사람들이 사람들을 피해 땅속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차라리 밤의 이마에 캄플주사를 놓는 것이 어떤가요?
하루 사이 방바닥을 굴러다니는 애인의 머리칼을
하얗게 변색시키는 시간의 연은술(鍊銀術)처럼
우리는 조금 더 난폭해지고 조금 더 정교해졌어야 했죠.
이달고델파랄에서 프란시스코 비야가 죽었을 때
멕시코에 눈이 내렸을까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같은 표정을 지었을까요?
보세요.
그 사람들의 수만큼 두꺼워진 신문들이 사방을 날고 있습니다.
누런 신문지에서 활자들이 날아올라
밤보다 짙은 밤이 되어 내 눈을 덮습니다.
오늘의 1면 기사는 뭔가요?
해가 뜨면 왜 나만 다른 표정인 거죠?
맞아요, 실패한 혁명은 반란일 뿐이니까요.
ㅡ《시와 사상》2009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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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안 / 1977년 서울 출생. 인하대학 국문과 졸업. 2004년 《현대시》로 등단. 현재 월간《현대시》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