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2일 화요일 (홍) 성 요사팟 주교 순교자 기념일
-이영근 신부
복음; 루카17,7-10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그때에 주님께서 말씀하셨다.7 “너희 가운데 누가 밭을 갈거나 양을 치는 종이 있으면, 들에서 돌아오는 그 종에게 ‘어서 와 식탁에 앉아라.’ 하겠느냐?8 오히려 ‘내가 먹을 것을 준비하여라. 그리고 내가 먹고 마시는 동안 허리에 띠 를 매고 시중을 들어라. 그런 다음에 먹고 마셔라.’ 하지 않겠느냐?9 종이 분부를 받은 대로 하였다고 해서 주인이 그에게 고마워하겠느냐?10 이와 같이 너희도 분부를 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하고 말하여라.”
<'주님의 종'으로서...>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의 앞부분에서 사도들이 “저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루카 17,5)라고 말하자, “너희가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이 돌무화과나무더러 ‘뽑혀서 바다에 심겨라’하더라도 그것이 너희에게 복종할 것이다.”(루카 17,6)라고 말씀하시면서 믿음을 양적인 개념이 아니라 질적인 개념으로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오늘 복음에서는 율법을 잘 지켜 공덕을 쌓아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겠다는 인과응보 사상과 공로주의에 젖어 있는 사도들에게 '종'의 비유를 통해 ‘겸손하게 섬겨라’고 말씀하십니다.
“너희도 분부를 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하고 말하여라.”(루카 17,10)
이처럼 예수님께서는 사도들을 일을 하고 그에 따른 보수를 요구하는 품꾼과는 달리 주인의 분부대로 일을 마치고서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 여전히 '쓸모없는 종'일 뿐이라고 말하는 겸손히 주인을 섬기는 '종'에 비유합니다.
그렇습니다. 사도들은 '주님의 종'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할 뿐입니다.
그것은 우선 '분부 받은 대로' 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보상을 받으려고 주인을 모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종'으로 삼아주신 주님께 대한 헌신일 뿐입니다.
사실 '주님의 종'은 <이사야서>에서 말하고 있는 ‘주님의 종의 첫 번째 노래’에서 ‘주님께서 붙들어주는 이, 주님이 선택한 이, 주님의 마음에 드는 이’, ‘주님께서 주님의 영을 주는 이’(이사 42,1)로 드러납니다. 그리고 그에게 분부가 내려지고 사명이 주어집니다. 그를 신뢰하여 해야 할 일을 맡기는 까닭입니다.
그러니 '종'은 보상을 바라서가 아니라 오히려 감사하여 분부받은 일을 수행할 뿐입니다. 그러니 먼저 해야 할 일은 '분부받은 대로 다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하고 말하여야 할 일입니다.
여기서 '쓸모없는 종'이란 무익하고 불필요하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자신의 봉사가 전혀 보상이나 사례를 받을 가치가 없다는 의미의 겸손한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이 한 일이 자신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주님께 대한 감사요 보답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자랑하려거든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 오히려 분부를 주신 주님의 은총과 사랑을 자랑해야 할 일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먼저’ 자신이 누구에게 속해 있는지 신원을 정확하게 알고, 주인의 뜻을 따라 분부대로 살아야 할 일입니다.
그것은 그리스도께 속해 있음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 안에서 이미 주어진 섬김의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일입니다. 곧 '주님의 종'으로서 ‘자유로이 그리스도와 함께 주님의 거룩함에 참여하며 의로움으로 살아가는 일’입니다.
아멘.
<오늘의 말·샘 기도>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루카 17,10)
그렇습니다. 주님! 분부 받은 일이 바로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 섬기는 일이 바로 그 일입니다. 제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분부하신 대로 섬기게 하소서! 혹 그대로 하였다고 해서 교만하지도 않게 하소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혹 다 하지 못하였다 해도 언제나 감사하게 하소서! 분부를 해 주심에 감사하고, 섬길 수 있게 해주심에 감사하게 하소서! 아멘.
- 양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이영근 아우구스티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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