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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 - 원도(原道)
한유의 논문 중 하나다.
제목은 도를 근원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도라는 것의 근원을 탐구한다는 것이다.
번역
博愛之謂仁 行而宜之之謂義
널리 사랑함을 일러 仁이라 하고,
행하여 그것을 마땅케 함을 일러 義라 한다.
由是而之焉之謂道 足乎己無待於外之謂德
이로 말미암아 여기에 가는 것을 일러 道라 하고,
자신에게 족하여 밖에 기다림이 없는 것을 일러 德이라 한다.
仁與義 爲定名 道與德 爲虛位
仁과 義는 정해진 이름이요. 道와 德은 공허한 자리다.
故道有君子有小人 而德有凶有吉
그러므로 道에 군자와 소인이 있고, 德에는 흉이 있고 길이 있다.
老子之小仁義 非毁之也 其見者小也
노자가 인의를 작게 여긴 것은 그것을 훼손함이 아니요. 그가 본 것이 작은 것이다.
坐井而觀天曰天小者 非天小也 彼以煦煦爲仁 孑孑爲義 其小之也則宜
우물에 앉아 하늘을 보며 "하늘이 작다." 하니, 하늘이 작은 것이 아니라 조그마한 은혜를 仁이라 한 것이요. 작은 지조를 義라 여긴 것이니, 그가 그것을 작다 함이 마땅하다.
역주
煦煦: 작은 은혜를 베풂
其所謂道 道其所道 非吾所謂道也
그가 이른바 道라고 한 것은 그가 道라 여긴 바를 道로 삼은 것이요. 우리가 이른바 道라 하는 것이 아니다.
其所謂德 德其所德 非吾所謂德也
그가 이른바 德이라 한 것은 그가 德이라 여긴 바를 德으로 삼은 것이요. 우리가 이른바 德이라 하는 것이 아니다.
凡吾所謂道德云者 合仁與義言之也 天下之公言也
무릇 내가 이른바 道德을 말한 것은 仁과 義를 합해서 말하는 것이니, 천하의 공변된 말이다.
老子之所謂道德云者 去仁與義言之也 一人之私言也
노자의 이른바 道德이라고 말하는 것은 仁과 義를 버리고 말한 것이니, 한 사람의 사사로운 말이다.
周道衰 孔子沒 火于秦 黃老于漢 佛于晋宋齊梁魏隨之間
주나라의 도가 쇠하고 공자가 죽었으며, 진나라 때는 불에 탔으고, 한나라 때에는 황로가 유행했으며, 진, 송, 제, 량, 위, 수나라 사이에는 불교가 유행했다.
역주
黃老: 황로사상. 황제와 노자를 근거해 무위의 통치를 주장한 사상이다.
其言道德仁義者 不入于楊 則入于墨 不入于老 則入于佛
도덕과 인의를 말하는 자들이 양주에 들어가지 않으면 묵적에 들어갔고, 노장에 들어가지 않으면 불가에 들어갔다.
역주
楊: 양주. 개인주의 사상가.
墨: 묵적. 묵자. 춘추시대 제자백가중 하나인 묵가의 창시자.
入于彼則出于此 入者主之 出者奴之 入者附之 出者汚之
저기로 들어가면 여기에서 나오니, 들어간 자들을 주인으로 여기며, 나온 자들을 노예로 여기고.
들어간 자들을 따르고 나온 자들을 더럽게 여긴다.
噫 後之人 其欲聞仁義道德之說 孰從而聽之
아. 후세 사람들이 그 인의와 도덕의 설을 듣고자 하여도 누굴 좇아 그것을 듣겠는가?
老者曰 孔子吾師之弟子也
노자들은 "공자는 우리 스승의 제자다."라 말하고
佛者曰 孔子吾師之弟子也
불자들도 "공자는 우리 스승의 제자다."라 말한다.
爲孔子者 習聞其說 樂其誕而自小也 亦曰 吾師亦嘗云爾 不惟擧之於其口 而又筆之於其書
공자를 따르는 자들이 그 설을 익히고 그 허황됨을 좋아하며 스스로 작다 여기니, 또한 "내 스승 또한 일찍이 그랬다고 한다"고 하며 그것을 입에서 근거할 뿐만이 아니라 또한 그 책에도 적는다.
噫 後之人 雖欲聞仁義道德之說 其孰從而求之
아. 후세 사람들이 비록 인의와 도덕의 설을 듣고자 하더라도 그 누구를 좇아 구하겠는가.
甚矣 人之好怪也
심하구나. 사람들이 괴이한 것을 좋아함이여.
不求其端 不訊其末 惟怪之欲聞
그 단서를 구하지 않고 그 끝도 칮지 않으니, 오직 괴이한 것만을 듣고자 한다.
古之爲民者四 今之爲民者六
옛날의 백성된 자들은 넷이었는데, 지금의 백성된 자들은 여섯이다.
역주
四: 사, 농, 공, 상
六: 사, 농, 공, 상, 불교도, 도교도
古之敎者 處其一 今之敎者 處其三
옛날의 가르침이란 것은 하나에 처했는데, 지금의 가르침이란 것은 세가지에 처한다.
역주
一: 유학
三: 유학, 불교, 도교
農之家一而食粟之家六 工之家一而用器之家六
농사짓는 집은 하나인데 곡식을 먹는 집은 여섯이요. 장인의 집은 하나인데 그릇을 쓰는 집은 여섯이다.
賈之家一 而資焉之家六 奈之何民不窮且盜也
장사치의 집안은 하나인데 이에 재물을 사용하는 집은 여섯이니, 어찌하여 백성들이 곤궁하고 또 도둑질하지 않겠는가?
古之時 人之害多矣 有聖人者立然後 敎之以相生養之道 爲之君 爲之師 驅其蟲蛇禽獸 而處其中土
옛날에는 사람을 해침이 많았는데, 성인이 일어선 후에 서로 살려주고 길러주는 방법을 가르쳤고,
임금이 되고 스승이 되어 벌레와 뱀, 금수들을 몰아내어, 중토에 살게 해주었다.
역주
中土: 중국 땅
寒然後爲之衣 飢然後爲之食
추워진 뒤에는 옷을 만들었고, 굶주린 뒤에는 밥을 만들어주었다.
木處而顚 土處而病也 然後爲之宮室
나무에서 살다 떨어지고 땅굴에서 살다 병들었으니, 그런 뒤에는 집을 지어주었다.
爲之工 以贍其器用 爲之賈 以通其有無
공업을 만들어 그릇과 용품을 넉넉케 하고, 장사를 만들어 있고 없는 것을 통하게 했다.
爲之醫藥 以濟其夭死 爲之葬埋祭祀 以長其恩愛
의약을 만들어 일찍 죽는 것을 구제하였고, 장사와 매장, 제사를 만들어 그 은혜와 사랑을 자라게 했다.
爲之禮 以次其先後 爲之樂 以宣其湮鬱
예를 만들어 선후를 차례하고, 음악을 만들어 답답한 것을 펴게 했다.
爲之政 以率其怠倦 爲之刑 以鋤其强梗
정사를 만들어 게으른 이들을 이끌고, 형벌을 만들어 굳센 이들을 골라냈다.
相欺也 爲之府璽斗斛權衡以信之
서로 속이니 府璽와 斗斛, 權衡를 만들어 믿게 했다.
相奪也 爲之城郭甲兵以守之 害至而爲之備 患生而爲之防
서로 훔치니 성곽과 갑옷, 병장기를 만들어 지키게 했고, 해가 이름에 대비하고 근심이 생겨남에 방비를 굳건히 했다.
今其言曰 聖人不死 大盜不止 剖斗折衡 而民不爭
지금 그들의 말로는 "성인이 죽지 않으면 큰 도둑이 그치지 않으니, 斗를 쪼개고 저울을 꺾어야 백성들이 다투지 않는다."고 한다.
鳴呼 其亦不思而已矣
아아. 그 또한 생각하지 않았을 따름이다.
如古之無聖人 人之類滅 久矣
만약 옛날에 성인이 없었다면, 인류가 멸망한 지가 오래일 것이다.
何也 無羽毛鱗介以居寒熱也 無爪牙以爭食也
어째서인가? 깃과 털, 비늘과 껍질도 없이 추위와 더위에 거하며, 손톱과 어금니도 없이 먹을것을 다툰다.
是故君者 出令者也 臣者行君之令 而致之民者也
이 까닭으로 임금된 자는 명령을 내는 자이고. 신하된 자는 임금의 명령을 행하여 백성에게 이르게 하는 자이다.
民者出粟米麻絲 作器皿 通貨財 以事其上者也
백성된 자는 곡식과 옷감을 내고 재화를 유통하여 그 윗사람을 섬기는 자이다.
君不出令則失其所以爲君 臣不行君之令而致之民 則失其所以爲臣 民不出粟米麻絲 作器皿 通貨財 以事其上 則誅
임금이 명령을 내지 않으면 그 임금된 까닭을 잃고, 신하가 임금의 명령을 행하지 않아서 그것이 백성에 이르면 그 신하된 까닭을 잃고, 백성이 곡식과 옷감을 내지 않고 그릇과 도구를 만들지 않고 재화를 통하지 않아서 그 위를 섬기지 못한다면 처벌을 받는다.
今其法曰 必棄而君臣 去而父子 禁而相生相養之道 以求其所謂淸凈寂滅者
지금 법에는 "반드시 임금과 신하를 버리고 아버지와 아들을 떠나며 서로 살려주고 서로 길러주는 도를 금하여 이른바 淸凈寂滅이란 것을 구해야 한다."고 한다.
鳴呼 其亦幸而出於三代之後 而不見黜於禹湯文武周公孔子也
아. 그 또한 다행히 삼대의 뒤에 나와서 우왕과 탕왕, 문왕과 무왕, 주공과 공자에게 내침을 당하지 않았구나.
역주
三代: 하나라의 우왕, 은나라의 탕왕, 주나라의 문왕/무왕을 가리킴
其亦不幸而不出於三代之前 不見正於禹湯文武周公孔子也
그 또한 불행히도 삼대의 전에 태어나지 않아 우왕과 탕왕, 문왕, 무왕, 주공과 공자에게 바로잡음을 당하지 못했구나.
帝之與王 其號名殊 其所以爲聖一也
帝와 王이 그 부르는 이름은 다르나 그것이 聖이 되는 것은 하나이다.
夏葛而冬裘 渴飮而飢食 其事雖殊 其所以爲智一也
여름에는 갈포를 입고 겨울에는 갖옷을 입으며, 목마르면 마시고 배고프면 먹으니, 그 일이 비록 다르나 지혜가 되는 것에는 하나이다.
今其言曰 曷不爲太古之無事
是亦責冬之裘者曰 曷不爲葛之之易也
責飢之食者曰 曷不爲飮之之易也
지금 그들이 말하기로는 "어찌하에 태고의 무사함을 행하지 않는가."라 하니,
이것은 또한 겨울에 갖옷입은 자를 꾸짖으며 말하기를 "어찌하여 갈포옷을 입는 간편함을 행하지 않는가"라 하며,
배고파서 먹는 자를 꾸짖으며 말하기를 "어찌하여 물을 마시는 간편함을 행하지 않는가."라 하는 것이다.
傳曰 古之欲明明德於天下者 先治其國 欲治其國者 先齊其家 欲齊其家者 先修其身 欲修其身者 先正其心 欲正其心者 先誠其意
대학에 이르기를 "옛날에 명덕을 천하에 밝히고자 하는 자는 먼저 그 나라를 다스렸고, 그 나라를 다스리고자 하는 자는 먼저 그 집안을 가지런히 했고, 그 집안을 가지런히 하고자 하는 자는 먼저 그 몸을 닦았고, 그 몸을 닦고자 하는 자는 먼저 그 마음을 바로잡았고, 그 마음을 바로잡고자 하는 이는 그 뜻을 성실히 한다."고 한다.
역주
傳: 대학
然則古之所謂正心而誠意者 將以有爲也
그렇다면 옛날에 이른바 마음을 바로잡고 뜻을 성실히 한다는 것은 장차 할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今也欲治其心而外天下國家者 滅其天常 子焉而不父其父 臣焉而不君其君 民焉而不事其事
지금에 마음을 다스리고자 천하와 국가를 벗어난 자들은 하늘의 떳떳함을 멸하고, 자식임에도 아버지를 아버지로 여기지 않으며, 신하임에도 그 임금을 임금으로 여기지 않으며, 백성임에도 그 일을 일삼지 않는다.
孔子之作春秋也 諸侯用夷禮則夷之 夷而進於中國則中國之
공자가 춘추를 지음에 제후들이 오랑캐의 예를 사용하면 오랑캐로 여기고, 오랑캐임에도 중국에 나아간다면 중국이라 여겼다.
經曰 夷狄之有君 不如諸夏之亡
논어에 이르기를 "오랑캐에게 임금이 있는 것이 여러 중국에 없는 것만 못하다" 하였고
역주
經: 논어 팔일편 5 출전
詩曰 戎狄是膺 荊舒是懲
시경에 이르기를 "戎狄을 다스리고 荊과 舒가 이에 징계하자"고 하였다.
역주
詩: 시경 魯頌 閟宮편
荊: 초나라
舒: 나라이름
今也 擧夷狄之法 而加之先王之敎之上 幾何其不胥而爲夷也
이제는 오랑캐의 법을 들어 선왕의 가르침 위에 더하니, 어찌 서로 오랑캐가 되지 않겠는가
夫所謂先王之敎者 何也
대저 이른바 선왕의 가르침이란 무엇인가?
博愛之謂仁 行而宣之之謂義
널리 사랑함을 일러 仁이라 하고, 행하여 그것을 배풂을 일러 義라 한다.
由是而之焉之謂道 足乎己無待於外之謂德
이로 말미암아 여기에 가는 것을 일러 道라 하고, 자신에게 족하여 밖에 기다림이 없는 것을 일러 德이라 한다.
其文詩書易春秋 其法禮樂刑政
그 문장은 시, 서, 역, 춘추요. 그 법도는 예악과 형벌, 정사이다.
其民士農工賈 其位君臣父子師友賓主昆弟夫婦
그 백성은 선비와 농부, 장인, 장사꾼이요. 그 자리는 군신, 부자, 스승과 벗, 객과 주인, 형제, 부부이다.
其服麻絲 其居宮室 其食粟米蔬果魚肉
그 옷은 삼베와 면사요. 그 거처는 궁실이요. 그 음식은 곡식과 채소, 과일, 물고기와 고기이다.
其爲道易明 而其爲敎易行也
그 도를 행함이 밝히기 쉽고, 그 가르침이 행하기 쉽다.
是故以之爲己則順而從 以之爲人則愛而公
이 까닭으로 그것으로 자신을 위하면 순하여 따르게 되며, 그것으로 다른 사람을 위하면 사랑하여 공정하게 된다.
以之爲心則和而平 以之爲天下國家 無所處而不當
그것으로 마음음 위하면 화평해지고, 그것으로 천하와 국가를 위하면 처하는 곳마다 마땅하지 않음이 없을 것이다.
是故生則得其情 死則盡其常
이 까닭으로 태어나면 그 情을 얻고, 죽으면 그 常을 다한다.
郊焉而天神假 廟焉而人鬼饗
교제사를 지냄에 천신이 이르고, 사당에서 제릇 지내면 사람의 귀신이 흠향한다.
역주
郊: 교제사. 하늘에 대해 지내는 제사.
假: 格의 오자.
曰斯道也 何道也
이 도라고 말하는 것은 어떤 도인가?
曰斯吾所謂道也 非向所謂老與佛之道也
이는 우리가 이른바 도라고 말하는 것은 지난번에 이른바 노자와 불가의 도가 아니다.
堯以是傳之舜 舜以是傳之禹 禹以是傳之湯 湯以是傳之文武周公 文武周公傳之孔子 孔子傳之孟軻 軻之死 不得其傳焉
요임금이 이것을 순임금에게 전하고, 순임금이 이것을 우임금에게 전하고, 우임금이 이것을 탕왕에게 전하고, 탕왕이 이것을 문왕, 무왕, 주공에게 전하고, 문왕, 무왕, 주공은 이것을 공자에게 전하고, 공자는 이것을 맹가에게 전하였으나.
맹가가 죽음에 그 전함을 얻지 못하였다.
荀與揚也 擇焉而不精 語焉而不詳
순자와 양웅은 이에 택하였으나 정하지 못하였고, 이에 말은 했으나 상세하지 못하였다.
由周公而上 上而爲君 故其事行
주공으로부터 이상은 위로 임금이 되었으므로 그 일이 행해졌고
由周公而下 下而爲臣 故其說長
주공으로부터 이하는 아래로 신하가 되었으므로 그 설명이 길어졌다.
然則如之何而可也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가하겠는가?
曰不塞 不流 不止 不行 人其人 火其書 廬其居 明先王之道以道之 鰥寡孤獨廢疾者 有養也
(노장과 불가를) 막지 않으면 (유학이) 유행하지 못하고, 멈추지 못하면 행해지지 못할 것이니. 그 사람들을 사람답게 만들고 그 책을 불태우며, 그 거처를 집으로 만들고, 선왕의 도를 밝혀 그들을 인도한다면, 홀아비와 과부, 고아와 병든 자들이 봉양을 받게 될 것이다.
其亦庶乎其可也
그렇게 된다면 또한 거의 가함에 가까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