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택 경기 관련 지표들이 심상치 않다.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 동향은 물론 전망 수급지수 등이 일제히 상승하면서 부동산 시장 불안이 점점 심해지는 모습이다.
정부가 26차례나 대책을 내놨지만 제대로 먹혀들지 않은 상태에서 '뾰족한' 카드는 점차 소진되는 양상이다. 한국은행이 하반기 금리 인상을 예고해도,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집값 하락을 경고해도 시장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자칫 시장이 과열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아파트 매매 시장은 계속 상승 추세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2019년 9월 이후 94주째 오르고 있다. 특히 수도권은 3주 연속 0.35% 뛰며 2012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후 최고폭 상승을 유지 중이다. 서울도 오름폭이 계속 커지고 있다. 전셋값 상승세 역시 꺾이지 않는 상황이다.
부동산 시장에선 '고점' 아니냐는 불안이 커지고 있지만 최근 발표된 주택 경기 관련 지표를 뜯어보면 상황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
중개사무소를 대상으로 집값 상승과 하락 전망을 묻는 전국 KB부동산 매매가격전망지수는 지난달 117.4를 기록했다. 4월 108.9, 5월 112.3을 기록하면서 상승 분위기가 완연하다.
서울과 수도권은 전망치가 더 높다. 6월 기준 서울은 118.3, 수도권은 121.3으로 전월 대비 각각 6.8포인트, 5.7포인트 뛰었다. 0부터 200 범위 안에서 움직이는 이 지표는 100을 넘길수록 상승을 예상하는 비중이 더 높다는 뜻이다.
지난달 24일 나온 한은의 6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도 주택가격전망 CSI(소비자동향지수)는 127을 보였다. 지난 2월(129)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 지수 역시 100을 넘을수록 주택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는 소비자가 많다는 의미다.
전셋값도 앞으로 더 오른다는 데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전국 KB부동산 전세가격전망지수는 지난달 119.9로 전월(114.0) 대비 5.9포인트 올랐다.
서울(119.8)과 수도권(121.6)은 전달보다 각각 11.7포인트, 7.4포인트 뛰며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음을 뚜렷이 보여줬다.
주택 매매가와 전세가가 쉼 없이 오르면서 선행 지표인 법원 경매 시장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일반적으로 경매 시장 수요자들은 경기 상황에 더 민감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법원 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6월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119.0%로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1년 이후 가장 높았다. 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도 112.9%로 전월(111.0%)보다 1.9%포인트 뛰며 다시 한 번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서울 아파트는 지난달 경매가 진행된 45건 중 단 한 건을 제외하고 모두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서울 구로구 구로동 '미성아파트', 강남구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등은 실거래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낙찰되기도 했다. 아파트 경매가격이 매매가격을 크게 웃도는 것은 이례적이다. 경매 시장의 움직임은 주택 수요자들이 심리적으로 쫓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은이 하반기 금리 인상을 못 박고, 국토교통부에서 사전청약을 진행하는 등 '공급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은 바뀌지 않고 있다. 공급 부족 상황이 좀처럼 풀리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KB부동산의 서울과 수도권 전세수급지수는 각각 166.8, 170.7을 기록했다.
전세 물건 공급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수준(100 이상)을 넘어 지수 최고치(200)에 육박하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매수자 우위 모습을 보이던 부동산 매수우위지수도 서울이 98.9까지 치솟으며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전환할 조짐이다. 수도권 매수우위지수는 이미 103.7을 기록하며 100선을 깼다.
정책당국은 이 같은 상황에 곤혹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지난달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제 능력의 부족함을 자탄하고 있다. 방법이 있다면 정책을 어디에서 훔쳐라도 오고 싶은 심정"이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