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상암에 갔습니다
동네리그는 할때마다 구경 다녔는데
케이리그 매치는 어제가 처음이었습니다
축구장에 아직 가보지 못한 친구까지 한 사람 데리고요
(저도 아직 잘 모르는 주제에,
친구한테 네이버나 그런 데서 양팀 주전 선수들 프로필이라도 학습하고 와라 그랬겠죠?
왜냐, 내가 표를 샀거든요. 제법 열심히 공부하고 왔더라고요. 기특한 놈 같으니라고)
마지막으로 울엄마한테도, 엄마 테레비 봐 나 나올지도 몰라, 그래 놨죠
행동이 굼떠갖고는 한 20분 놓쳤던 거 같습니다
입구 찾고 있는데 어마어마한 함성이 들리더니 굉음과 함께 붉은 광선이 소ㅑ소ㅑ소ㅑㄱ
아 서울이 한 점 넣었나보구나..(연기가 붉은색이라서 서울이라고 짐작함)
사실 아직 '내 클럽'이 없거든요
서울 사람이고 또 상암구장과 엄청 가까운 곳이 고향이지만
어쩐지 지금 서울팀한테는 그닥 정이 가지 않고
울산에 몇 년 산 적이 있어서 울산으로 할까..게다가 이천수 선수도 너무 좋고
지금은 임시로 얼마간 일산에 살고 있어서
고양kb 경기가 있으면 꼭 보러 가는데
경기가 뜨문뜨문 있어서 감질나지만 그래도 재미있어서
고양kb를 내 팀으로 할까..
해골 복잡하다, 걍 서울유나이티드 창단할 때까지 기다리자..
뭐 이런 상태입니다
그래서, 경기장에 도착해서 마음 가는 곳을 응원하자, 이런 생각으로..
좌석 찾기 삼만리 끝에 척 자리를 잡았드랬죠
그런데 녹색 그라운드를 보니 가슴이 콩닥콩닥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나는 여지껏 빨간색만 선동적인 줄 알았는데, 녹색이 사람을 이렇게 흥분시킬 수 있다는 건 몰랐네요
밖에서 예상했던 대로 서울이 1대0으로 앞서고 있고
전반 끝날 때까지는 어느 정도 서울의 움직임이 짜임새가 있었던 거 같아요
송국 선수 움직임이 무척 활발해서 눈에 띄었고,
남일 주장님의 수비적 존재감은 테레비로 보던 것보다는 훨씬 강력한 거 같았어요
서울쪽은 두두, 히칼도 두 선수가 (외모 때문인지) 눈에 많이 띄었던 거 같아요
히칼도 선수가 남일 주장님을 꽤나 건드리던데, 거칠다기보다는 깐죽거린다는 느낌이랄까..
노랑카드도 한번 나왔지만, 저건 확실한 화약고다 싶었지요
제가 아직 축구를 읽을 줄 모르지만
차범근 감독님이 현대축구는 4백이 대세다 그런 말씀을 하셨고
또 거기에 맞게 선수들을 준비했다, 그런 얘기 들은 거 같고
4백의 힘은 무엇인가를 현장에서 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수원쪽 진영을 봤더니 수비가 3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1은 어디 갔어.........그거 찾다가 전반이 끝나버렸쥬 흑
그러나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수원 원정대의 놀라운 응원
이야...이야...완전 압도더라구요
얼핏 보기에는 서울 응원단보다 인원수도 많은 거 같고, 소리도 더 크고, 노래도 다양하고
말로만 들었던 그...그랑블루...저런 거구나
나도 모르게 수원을 응원하고 있는 나..
좋아 결정! 오늘은 수원을 응원한다
근데 제 친구도 수원이 공잡으면 좋아하고 서울이 공 뺐기면 좋아하고
크크크 너도 수원이냐? 잘됐다 같이 응원하자, 뭐 이랬죠
엄청 소란스러운 하프타임
퀴즈도 하고, 이벤트도 하고 그러던데
전반전의 일부를 놓친 가련한 영혼들을 위해서
쫌 하이라이트 같은 거 틀어주고 쫌 차분히 후반전을 준비하게 해주지
너무 시끄럽더라고요
게다가 진행하시는 분의 교양이 심히 의심스럽게
참여한 시민분들한테 말을 너무 심하게 하더라고요
(입에서 썩은내 난다느니, 나이가 그렇게 적으냐고 비아냥거리고..제가 다 땀이 나더라고요)
그리고 후반전..
어느덧 수원팬이 된 저와 제 친구는 골아 나와라 이러면서 쫌 오바하고..
경기장에서 보면 이상하게 골이 나올 때는 그 길이 보이는 거 같더라고요
바닷물 쫙 갈라지는 것처럼 쫘악...
하고 터진 게 이관우 선수의 동점골
아우 정말 너무 멋진 골이어서 믿어지지도 않더라고요
이제 역전해야지?
인제부터 재밌어지겠다, 이러면서 입맛을 다시는데
아 그만 그 유명한 남일 주장님 퇴장사건이..
심판과 선수들 제스처와 분위기,
심판: 어 딱 걸렸다 카드다
선수들: 23$0덜ㄴ야q230&*(@^$@)ㄹ_ㅉ_짤*&^^@)냬ㅒㅑㅉ@1029%^&)(!#_!+@++????
^&*@#)(())()(()((()!!!! @__)!+@__++++++#@)(^&(ㅜ뼸ㄲㅆㅃ(-)@(!!!(@!ㅏㅏㅖ삐 우 ㅃ%^!
심판: 좋아 이번엔 말로 넘어간다 한번만 더 걸리면 얄쨜없어
관중: 오 드디어 평화..휴..
급반전
김남일: *(^$)%%땪ㅃ쨔!*%^@&!*###릎ㄸ녶ㅁ
심판: 노랑 빨강 노랑
관중: 물병+)#떄ㅓ러)##ㄲ러ㄸ@ㅃ@@@ㅃ*(#((@@!&*@_
사실 저는 경기중에 싸움나는 거 쫌 즐기는 편이거든요
어제 경우는 윽박질 정도였지 심한 싸움은 아니었던 거 같아요
심판의 역할이 그런 상황을 빨리 판단하고 정리시키는 걸 텐데
한술 더 떠서 (느낌이지만) 선수들하고 기싸움을 하는 듯한...
선수들은 선수들대로 불만, 관중은 관중대로 흥분, 심판은 권위추락..뭡니까 이게
결국 저 분위기는 서울에든 수원에든 득이 된 거 같지 않아요
서울은 좋아, 우리가 본때를 보여주겠다, 이러고 몰아쳐서 점수를 냈어야 하고
수원은 그래? 본때는 우리가 보여준다, 이러고 몰아쳐서 역전을 시도했어야 하는데
두 팀 다 결정적인 것을 보여주지 못했고
그럴 만한 흐름도 생겨나지 않았고
추가시간은 꼴랑 3분
(그제서야 비싼 입장료 생각이 나더군요 10분은 잡아먹고서 누구 코에 붙이라고 3분을 주냐!)
그러더니 종료..
불쾌한 것도 아니고 분노한 것도 아니고, 허했습니다
좋은 경기였고 재미있었고 경기장 분위기도 너무 좋았는데, 에이 젠장..
그러고 있는데,
제 친구 왈: 다음 상암 경기가 언제야?
나 : 전광판 보니까 30일날이래는데?
친구: 그건 내가 표 예매할게
나: 뭐 그럴 거까지야(속마음:우와 오예 앗싸!!!)
친구: 사촌동생들도 데리고 와야겠어
나: 애들한텐 괜찮은 경험이겠지(속마음:우와 오예 앗싸!!!)
집에 왔더니
울엄니: 너 테레비에 안 나오더라? 어딨었냐? 근데 이관우가 누구니? 잘하더라 싸움은 왜 난 거니?
나: 김남일이 이관우를 지키겠다고 나서다가 그렇게 됐나봐 둘이 친하대
엄니: 이관우 신인 아니야?
나: 둘다 서른살쯤 됐을걸
엄니: 경악
나: 이관우 결혼도 했어
엄니: 경악X2
나: 자식도 있대
엄니: 경악X3 ...참 잘생겼던데...
관우 선수의 결혼 사실에 실망하신 울엄니께 다음에 경기장 모시고 가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울아바님께서도 같이 가자고 하십니다
동생이 남친하고 같이 가도 되냐고 합니다
나 이거, 온가족이 축구 보러 다니게 생겼습니다
행복해 미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와 훈훈한 잡담이네요
글 잘읽었습니다.그나저나 진짜 그 하프타임때 사회보던 사람.....버릇이 없다고나 할까..ㅋㅋㅋ
2222 웃기려고 한건 이해하겠는데 -_-;;;
그쵸..싫더라고요
마지막 어머니 와 대화부분 ㅋㅋㅋ 관우선수가 그렇게 젊어 보이나..? ㅋ
스물둘이 아니냐고 그러시더라고요 푸핫
사회자 그사람 매번 그래요
빅버드에서 경기전에 팬분들과 인터뷰하시는 그 사회자분이 훨씬 더 정겹다는~
저도 그생각을 합니다만 머 구단자채가 그러니;; 자기는 불량감자 닮었으면서;;
글이랑은별관련없지만 ,,,,,,,,,,,,,,,,,,,,울산으로하세요!!!!!!!!!!!!!!!1 <<<<<<<<<<<<<<<막이러구'ㅁ' ...ㅋㅋ
쫌더 강력히 꼬셔 주세용 ㅎㅎ
우울증환자님과의 대화의 경험으로 추측해 보건데..글쓴분 여자 맞죠? 엄청난 이모티콘ㅋㅋㅋ
저 이모티콘 안 썼는뎁쇼..저기 희귀문자 부분은 들리지 않은 대화라 저렇게 표현한건데..
음..남자였군하...ㅠ.ㅠ
급실망ㅋㅋㅋ
콜센터 직원 얼굴 본 기분..
역시 인터넷에서 성별을 판단하긴 정말 힘들군요..님들의 내공에 놀랄뿐 ㅋㅋㅋ
그치만 정보엔 여자 인데.. 여자분아닌가요?
로직님의 여자를 향한 저 끊임없는 갈망 ㅋㅋㅋㅋ 대단하십니다 ㅋ
훈훈하네요 진짜 ㅋㅋ
ㅎ 좋아하시는 구단은 수원으로정하시고 경기는 서울꺼보시고^^ㅎ 상암자주오세요^^ㅎ
그럴까요?
안돼요=ㅁ= !ㅋ울산울산 !~막이러구,ㅋㅋ농담이구요,님이가장마음에드는구단으로삼으셔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은하수님 땜시 맘에 걸려서...이번 시즌 지켜보고 설설 결정하려구요 정말 기대 많이 됩니다
엇,죄송해요 !ㅋㅋ부담되시라고그런건아닌뎁=ㅁ=ㅋㅋ무튼,후기리그저도기대만땅입니다!^^*
너무 길어서 맨마지막 부분만 읽었어요 ㅎㅎ식구들끼리 가는 축구경기라..너무 부럽네요.
나도 가고싶다.....ㅠㅠ 나도 경기보러가고싶다....ㅠㅠ
추가시간은 꼴랑 3분 (그제서야 비싼 입장료 생각이 나더군요 10분은 잡아먹고서 누구 코에 붙이라고 3분을 주냐!) <=이부분에서 절대 공감
감사합니다
훈훈훈훈훈훈훈훈훈훈훈훈훈훈훈훈훈훈훈훈훈훈훈훈훈훈훈훈~~~~훈이야~~~~~~......ㅈㅅ;;;
글이 상당히 긴데도 전혀 막힘이 없이 술술 읽어지네요. 문장력이 대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