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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도서출판 마음의숲 원문보기 글쓴이: 마음의숲
<그 사람 더 사랑해서 미안해>
추천사
아나운서로서, 시인의 아내로서 ‘그 사람 더 사랑해서 미안해’라고 서슴없이 고백할 수 있는 한결같은 간절함과 충실함이 독자에게 감동을 줍니다. 서로를 먼저 배려하고 먼저 이해하며 살아가는 부부의 이야기는 사랑의 참모습을 보여줍니다. 남다르게 힘든 상황에서도 삶에 대한 감사와 희망으로 다시 일어서는 용기와 인내를 보여주는 책, 서로에게 별이 되어 그 빛으로 세상을 좀 더 밝고 환하게 만들어주는 고운 책의 탄생을 축하드려요. 앞으로도 더 많이 기쁘고 행복한 별들이 되세요.
이해인(수녀, 시인)
순수하다는 것은 자기 자신만을 위한 사사로운 욕심이 아니라 세상을 향한 티 없는 사랑을 말한다. 고민정 아나운서의 글은, 삶에 대한 기대와 사랑이 풋풋한 들꽃처럼 깨끗하다. 순수함은 나약함이 아니라 사랑을 지키는 강한 힘이다. 사랑은 행복과 두려움이 곁을 지킨다. 우리가 이 둘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것 또한 지치지 않는 사랑 안에서 가능한 일일 것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그것들을 배워 갈 것이다.
김용택 (시인)
예쁜 얼굴보다도 마음이 더 고운 친구 고민정, 그녀의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써 내려간 글을 읽으면 사랑을 믿고 싶은 내 마음이 조금 더 견고해진다. 세상이 정말 축하하고 축복해 주어야 할 이야기. 이 세상에 꼭 존재해야 할 동화처럼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친구 고민정의 책 <그 사람 더 사랑해서 미안해>이야기가 지금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길!
박지윤 (아나운서)
유튜브 동영상
http://www.youtube.com/watch?v=2ATu1jlmwg0
사랑의 가치가 부재인 시대에
진정한 사랑의 단면을 제시해 주는
고민정 아나운서의 사랑
쉽게 사랑하고 끝내 버리는 사랑의 간극, 그 사이에서 우리는 사랑이 책임으로 이어지지 않는 시대를 살고 있다. 물질에 끌려 다니며 마치 사랑은 물질에서 비롯된다고 믿어 버리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어쩌면 우리는 사랑의 가치가 부재인 시대에서 계속 흔들리며 가짜 사랑을 쫓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즈음 사랑은 예측할 수 없는 인생 최대의 모험이라고 말하는 고민정 아나운서의 에세이를 읽어보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출간된 고민정 아나운서의 <그 사람 더 사랑해서 미안해>에서 그녀는 진정한 사랑의 단면을 제시한다. 많은 이들은 아나운서 정도면 재벌가나 사회적 명망이 있는 집안의 사람과 결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나운서뿐만 아니라 딸을 가진 부모들 또한 내 딸이 더 좋은 조건의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심정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고민정 아나운서는 밥벌이와는 거리가 먼 시인과의 결혼을 택했다. 그것도 강직성 척추염을 앓고 있는 사람과의 결혼이었다. 남편 조기영 시인이 앓고 있는 강직성 척추염은 척추와 주변 근육이 대나무처럼 굳어 가며 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병이다.
이혼율 1위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이 부부는 조금은 다른 사랑 방식을 이야기한다. 조금 힘들다고, 어렵다고, 아프다고 결국 서로를 상처로 몰아내는 요즘의 사랑과는 전혀 다른 사랑의 모습이다. 돈이 많은 사람보다 존경할 수 있는 사랑을 택했다는 고민정 아나운서, 이 책에서는 매 순간 자신의 삶에 솔직한 그녀의 모습과, 곁에서 마치 화가처럼 그녀의 꿈과 행복을 그려 주는 남편 조기영 시인을 만날 수 있다. 또한 그들에게 허락된 아이 은산을 향한 사랑도 담겨 있다. 꽃보다, 시보다 아름다운 고민정 아나운서의 치열한 삶과 사랑을 가슴에 새겨 보자.
고민정 아나운서의
시처럼 사랑하고 사랑만큼 아팠던 이야기
“세상은 나를 통해 당신을 보지만,
나는 당신을 통해 세상을 봅니다.”
과거에도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랑이라는 단어는 넘쳐난다. TV에서, 영화에서, 무심코 불렀던 노래 가사에서도. 많은 이들이 쉽게 사랑에 빠지고 또 그 감정을 가볍게 버린다. 사랑할 때, 사랑이 지나갔을 때 우리는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가 흔들렸던 시간에 대해. 그저 사랑이라는 달콤한 감정에만 취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사랑이 완전하지 않다고 느끼기에 우리는 겉으로 보이는 조건을 내세운다. 서로를 세워 놓고 어울리는지 그림을 그려 보는 것이다. 물질적인 것으로 말이다. 어느덧 이러한 모습은 자연스러운 만남의 조건이 되어 버렸다.
8년 전, 고민정 아나운서는 오랫동안 사랑으로 곁을 지켰던 조기영 시인과 결혼식을 올렸다. 그때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아나운서라는 화려한 타이틀은 재벌가 며느리, 의사, 변호사와 어울리지 시인과는 결코 조합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온라인상에서도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오고 갔다. 시인이지만 알고 보면 가진 것이 많은 부유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일에도 물질은 너무도 쉽게 끼어든다. 때론 외형적인 조건이 사랑의 전부인 양 역전하는 현상도 일어난다. 그러나 이렇게 만난 사람들이 존경하며 오랜 시간 살아 낼 수 있을까. 고민정 아나운서는 이 책을 통해 사랑의 가치를 전달한다. 어떤 사람을 사랑하기로 마음먹는 일은 그의 온 세계를, 과거와 불안한 미래까지도 껴안아야 하는 것이라고.
연애 시절, 고민정 아나운서는 여러 차례 흔들려야 했다. 자신이 그려 가야 할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고민이었다. 강직성 척추염을 앓고 있었던 남편은 여러 차례 자신을 떠나라는 말을 반복했지만 그녀는 듣지 않았다. 쉬운 사랑보다는 조금 느리더라도 함께 갈 수 있는 사랑을 택한 것이다.
“‘정말 감당할 수 있겠니?’
처음 연애를 시작할 때도 내 안의 또 다른 나는 같은 질문을 했다. 정말 감당할 수 있겠니. 대학교 2학년 때 느꼈던 사랑의 감정, 아직 고백도 받지 않아 그가 날 좋아하긴 하는 건지 자신 있게 말할 순 없었지만 왠지 내게 물어 봐야 할 것 같았다. 열한 살 차이의 남자, 시인이 되기를 꿈꾸는 사람과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그때 내 대답은 내게 처음으로 존경이란 단어를 느끼게 해 준 그 사람을 잃지 말자는 거였다. 돈은 내가 벌 수 있는 것이지만 존경스런 사람은 다시 만나기 힘들 테니까. 가장 중요한 자산은 바로 사람이니까. 그렇게 그 사람과의 연애를 시작하게 해 준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다시 똑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 사람의 병을 감당할 수 있겠냐고. 그리고 그때와 똑같은 대답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 본문 중에서
고민정 아나운서는 이 책을 통해 남들에게 내색하지 못했던 자신의 고통과 사랑에 대해서도 솔직히 털어놓았다. 세상은 자신을 통해 남편을 들여다보지만 그녀는 남편을 통해 세상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시인은 좋아하지만 가난을 싫어하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 예술을 소유하려 하되 선뜻 응원의 박수를 보내지 않는 사회, 그리고 끊임없이 자신과 남편을 현실의 잣대 위에 올려놓는 사람들로 인해 상처 받아야 했던 시간까지도 두 사람은 사랑으로 인내하며 살아가고 있다. 흔들리지 않기 위해 두 사람은 참 오랫동안 흔들려야 했던 것이다.
“결국 난 현실이라는 땅에 두 발을 딛고, 이상理想이라는 하늘을 향해 가슴을 열어 두어야 했다. 한쪽에만 온 신경을 집중해도 쉽지 않은 일을 난 동시에, 그리고 반드시 해내야 했다. 시인의 아내로 살아가는 일이 힘들지 않느냐고 묻는 이들에게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얼마든지 많다고 이해시켜야 했고, 그 사람에게는 매달 무섭게 찍혀 나가는 각종 보험과 공과금 고지서를 보여 주며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돈도 모으고 좀 더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는지 이해시켜야 했다. 그렇게 수도 없이 세상과 그 사람의 경계선을 넘나들면서 외로운 줄타기를 해야 했다.”
- 본문 중에서
세상의 시선보다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랑의 모습
고민정 아나운서가 현실과 타협하지 않았던 데는 남편인 조기영 시인의 도움이 켰다. 꿈이 없던 그녀에게 아나운서라는 길을 심어 주고, 더 나아가 그녀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다리가 되어 준 사람이 조기영 시인이었다. 아나운서가 된 이후에도 그녀가 처음의 마음을 잊지 않고 마음의 중심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언제나 자신의 모습을 다잡아 주는 남편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기영 시인은 말한다. 그녀가 화려함 속에 알맹이가 없는 조화보다는 눈에 덜 띄더라도 멀리까지 날아가는 씨를 품은 들꽃이 되기를 바란다고.
얼마 전 고민정 아나운서가 “명품 가방을 가져 본 적이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드는 생각은 물질에 끌려다니지 말자는 것이었다. 내가 계속 끌려다니면 그 물질보다 나은 게 뭔가 싶었다. 100만 원짜리 명품 가방 하나 사느니 10만 원짜리 열 개 사서 들고 다니는 게 더 행복할 것 같다”라는 ‘개념 발언’으로 화제를 모은 것도 진실함을 잃지 않겠다는 그와의 약속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한번은 중국 어디를 가나 있는 짝퉁 시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짝퉁 시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수많은 가짜 상품들이 눈을 유혹하고 있었다. 진짜 명품을 사용해 본 적이 없으니 어떤 것이 진짜에 가까운 가짜인지 구분도 못하지만 저렴한 가격에 손이 절로 갔다.
“이 가방 하나만 사면 안 될까?”
“안 돼.”
“그럼 지갑은? 아니면 키홀더?”
“안 돼.”
그는 계속 안 된다고만 했고 결국 난 화를 내고 말았다. 비싼 명품을 사겠다는 것도 아니고, 브랜드 없는 저렴한 물건을 사려고 했지만 이곳엔 가짜 명품 외에는 팔지 않아 살 수가 없는데 도대체 날더러 아무것도 사지 말라는 거냐며 언성을 높였다. 그는 말했다.
“그러니까 여기 오지 말자고 했잖아. 당신 방송에서 뭐라고 말해? 그저 비싸기만 한 외국 명품에 현혹되지 말고 불법으로 거래되는 짝퉁도 사지 말라고 하지 않았어? 방송에서는 그렇게 말하면서 당신이 가짜 가방 들고 다니면 사람들이 당신 말을 믿겠어?”
“내가 이렇게 유별나게 굴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다른 사람은 몰라도 당신 자신은 알잖아.”
- 본문 중에서
흔들리기는 쉽다. 자기 자신과 타협하기는 더욱 쉽다. 그러나 처음의 다짐을 지키기란 어려운 일이다. 삶도, 사랑도 마찬가지다. 스물한 살, 서른두 살에 만났던 한 남자와 여자는 물질에 타협하기보다 세상의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고 약속했다. 그리고 14년이 흐른 지금 여전히 자신들의 가치를 지키려 노력하며 살고 있다. 때로는 삶이 생채기를 남길지라도 그들은 조금 더 아끼고, 조금 더 베풀며, 그들만의 귀한 세상을 만들어 나간다. 그들의 사랑은 서로를 이용해 이름을 얻고, 서로에게 기대어 영화를 얻고자 하는 사랑이 아니다. 그저 자신을 희생해 서로가 빛나기를 바랄 뿐이다.
“당신이 별 해.”
책 속 고민정 아나운서와 조기영 시인이 나눈 대화다. 서로가 더 빛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자신이 스스로 까만 밤하늘이 되기를 바라는 것, 사랑하는 사이에서도 끊임없이 사랑을 재고 가늠하려 하는 세상에서 그들이 빛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서로의 꿈을 다독이며 사랑을 지켜 온 두 사람은 이 시대에 부재한 사랑의 증거다. 이제는 드문 그 말, 사랑이라는 단 하나의 가치를 삶을 통해 보여 주고 있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길 것이다.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소설로 탈고한 조기영 시인의 첫 번째 소설집이 곧 출간될 예정이다. 소설에 녹아든 두 사람의 사랑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저자소개
고민정
경희대 중문과 학사 졸업 후 2004년 KBS 30기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무한지대 큐> <책 읽는 밤> <국악한마당> <생로병사의 비밀> 등 다수의 방송 프로그램 진행을 했으며, 라디오 <고민정의 밤을 잊은 그대에게> DJ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2009년 중국으로 1년간의 연수를 떠나 칭다오 대학에서 한국어과 강의를 했다. 복귀 후 TV프로그램 <국악한마당>, 라디오 프로그램 <국악의 향기>를 진행하고 있다.
8년 전 조기영 시인과 결혼한 그녀는 ‘존경’할 수 있는 사랑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 가고 있다. 물질에 끌려다니기보다는 가치를 우선시하며, 가벼운 사랑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결코 흔하지 않은 사랑의 진정성을 찾아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달의 뒤편>
고민정 아나운서의 그 사람, 조기영 시인의 첫 장편소설 <달의 뒤편>
권력이라는 이름의 무자비한 폭력, 그 아픔 속에서 꽃피운 사랑
시인 남편과의 사랑을 고백해 화제를 모은 고민정 아나운서, 그녀의 에세이 <그 사람 더 사랑해서 미안해>에 이어 남편 조기영 시인의 첫 장편소설 <달의 뒤편>이 도서출판 마음의숲에서 출간되었다. 조기영 시인 자신이 앓았던 희귀병인 강직성 척추염을 소설의 중요한 소재로 다루었고, 여기에 고민정 아나운서와의 사랑 이야기까지 녹아 있는 자전적 소설이라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이 소설엔 단지 시인과 아나운서의 사랑 이야기만 담겨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 현대사를 관통했던 비극적인 사건 속에서 희생되어야만 했던 젊은이들의 아픔이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저자 조기영 시인은 자신이 본 96년 연대 사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그리고 치열했던 현장의 소리를 고스란히 소설에 담아 현재의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일깨운다.
여자주인공 은초의 선배이며 시를 쓰는 윤시헌은 자신의 몸에 이상을 느낀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통증들이 몸을 지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시대가 그에게 남긴 아픔은 강직성 척추염이라는 희귀병만이 아니었다. 몸에 찾아오는 통증은 권력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과 다르지 않았다. 윤시헌은 자신을 괴롭히는 통증과 민주주의를 압박하는 공권력에 맞선다. 그러나 상처는 생각보다 깊고 예리하게 그를 파고들었다.
척추로 올라온 놈들은 일상을 하나씩 장악해 들어왔다. 내 움직임을 탐지해 오기라도 한 것처럼 일상의 모든 출구와 퇴로에 바리케이드가 쳐졌다. 모든 일이 무엇인가를 짚거나 잡아야 가능했다. 칫솔질도, 세수하는 것도, 변기에 앉는 것도. 걸음을 옮기고 무릎을 구부릴 때면 놈들은 관절의 문을 열고 나와 눈을 흘겼다. 놈들은 척추 마디마다 초소를 세워 허리를 봉쇄했고, 몸을 구부릴 때마다 고통이라는 세금을 거둬들였다. 서 있을 때조차 놈들은 눈을 번득였다. 평범한 일상들이 비명을 지르며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었다. 고통이 서리처럼 쌓였다. 서리만큼 눈물이 쌓였다. 낮에는 수돗물을 틀었지만 눈물은 어둠에 기댈 때가 많았다.
- 조기영, <달의 뒤편> 본문 중에서
서로가 서로의 절망이 될 수밖에 없는 시대의 아픔
하지만 그가 겪는 상처는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부당한 권력에 대항했던 모든 이들이 상처의 피해자였다. 그는 우연히 학생운동의 현장에서 고등학교 동창 선엽과 재회하게 되고, 선엽의 형수인 한송희 선생의 비극적인 집안사를 목도하게 된다. 독재정권하의 보안사에서 근무했던 아버지와 독재정권하 권력 기관의 고문으로 몸이 불편한 남편과의 결혼을 기꺼이 택한 딸, 그것은 서로가 서로의 절망일 수밖에 없는 가족의 모습이었다. 또한 같은 하늘 아래서 다른 이념을 갖고 대립해야 했던 시대의 아픔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했다. 점차 위험의 그림자는 점차 윤시헌을 향해 다가왔다. 그가 활동하는 청년회가 누군가에 의해 감시당하기 시작한 것이다. 윤시헌은 물리적 통증과 정신적 고통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려야 했다.
끝날 것 같지 않은 고통의 심연에서 그를 건져 올린 것은 바로 사랑이었다. 같은 동아리 후배 ‘유은초’와의 사랑은 기나긴 투쟁의 터널에서 만신창이가 된 그의 몸과 마음에 한줄기 희망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희귀병이라는 운명은 그로 하여금 사랑을 마음껏 피워 보지도 못한 채 접게 만들었다. 이별을 고하는 그에게 은초는 단호히 말한다. 함께라면 날 수 있다고. 이대로 물러서는 것은 고통에게 지는 것뿐이라고.
“내 몸은 이미 지옥이고 현실이야.”
절망이 고개를 저었다.
“사랑은 아름다움도, 추함도, 기쁨도, 슬픔도, 즐거움도, 노여움도, 아픔도 그리고 죽음까지도 함께하는 거라고 말한 건 오빠예요.”
내 말을 내가 부정해야 하는 현실이 내 것이 아닌 것만 같았다. 이별은 살아갈 날들을 위해 살아온 날들을 지워야 하는 것이었다.
“네 날개를 꺾고 싶지 않아.”
절망의 바퀴에서 파편이 튀어나왔다.
“오빠가 내 날개라는 걸 잘 알아요.”
사랑은 파편에 맞으면서도 한껏 팔을 벌렸다.
“그걸로는 날 수가 없어.”
절망이 절벽으로 몸을 던졌다.
“날개가 아프면 좀 쉬어가면 돼요. 날개에 상처를 입었다고 꿈을 버리는 건 그게 꿈이 아니었다는 말이에요.”
- 조기영, <달의 뒤편> 본문 중에서
은초의 사랑은 절망으로 꺾인 그의 날개에 새살이 돋게 했다. 그는 깨닫는다. 절망과 고통을 이겨 내는 힘은 사랑과 연대에 있다고. 윤시헌은 다시 힘차게 날아오를 준비를 한다. 그와 뜻을 함께하는 많은 이들과 함께.
체념으로 뒤덮인 한국 사회를 흔드는 묵직한 울림
어느 순간부터 출판계에는 사회 문제를 건드리는 소설이 드물어졌다. 개인의 내면에 침잠하는 일에 몰두하다 보니 정작 우리가 살아온 역사를 돌아보는 일이 줄어든 것이다. 이런 점에서 90년대의 단면을 예리하게 드러낸 <달의 뒤편>은 더욱 의미를 갖는다.
이것은 저자 조기영 시인이 쓴 강직성 척추염이라는 소재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왜 강직성 척추염이라는 소재를 선택했을까. 척추가 굳어 가는 이 병과, 제도와 이념에 둘러싸여 경직된 우리 사회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함일 것이다. 다시 이 땅에 자유가 찾아오게 된 이후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한국 사회 곳곳에는 청산되지 못한 과거의 모습이 남아 있다. 주류의 이념을 거스르는 생각들은 무엇이든 배척하고 낙인찍는 것이다. 대화와 토론보다는 협박과 규탄이 난무하는 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어느 때부턴가 저항보다 체념을 택하고 있다. 90년대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2013년의 우리에게 던져 주는 울림이 묵직한 것은 이 때문이다. 개인은 더욱 고립되고 사회는 더욱 경직되어 가는 오늘의 세상을 흔들 수 있는 것은 사랑과 믿음뿐이기에.
조기영 시인은 그 이름보다 고민정 아나운서의 남편으로 더 많이 불렸다. 그러나 이 소설을 읽은 후 사람들은 그를 언제나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으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말로 탑을 쌓아 올리기는 쉽지만 결코 그 탑을 굳건히 유지할 수는 없다. 끊임없는 성찰과 회의를 통해 삶의 뿌리를 다진 조기영 시인이 이제 오랜 세월 품어 왔던 자신의 소설 <달의 뒤편>으로 독자에게 말을 건네려 한다. 자신의 삶으로서 신념을 보여 준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때다.
저자소개
조기영
시인. 한 여자의 남편. 두 아이의 아빠.
시인은 세상과 일대일로 맞장을 뜰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는 편견을 갖고 있으며,
우주가 시인의 것일지도 모른다는
망상마저 품고 있다.
시인은 고독을 견디는 존재라는 착각으로
문단에 기웃거리지 않는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언제나 시로써 그대의 고독과 슬픔을 대신하기를 희망한다.
항상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며
아이들과도 불의한 세상을 마음껏 조롱하며 살 것이다.
그리고 우리를 감동시키는 모든 이야기에는
마음껏 눈물을 흘릴 것이다.
아내는 시를 쓰는 내가
세상에서 훔친 유일한 시다.
이 소설은 그 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