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 광장에서 만난 슬픈 이방인들
그들은 늘 경찰의 눈을 피해 다닙니다. 손에는 자그마한 에펠탑 모형으로 만들어진 열쇠고리들과 기념품들을 가득 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생김새나 말투는 그곳의 사람들과는 많이 다릅니다.
그들 대개는 아프리카나 인도 등지에서 온 사람들입니다.
“이것 하나 1유로인데 사시겠습니까?”
…
“어느 나라에서 왔습니까?”
“아프리카…”
“아프리카 어느 나라말입니까?”
“나이지리아입니다”
그와의 짧은 대화는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아프리카의 지난 역사들... 강대국에 의해 침탈당하고 노략질 당한 고통스러운 역사들을 함께 얘기하는 동안 그의 눈에 비친 메마른 눈물을 보았습니다.
그에게 한국에서 가져간 자그마한 기념품을 하나 건넸습니다.
그가 내 손을 꼭 잡으며 너무 고맙다는 인사를 건넵니다.
자기와 자신들의 조상의 영혼깊이 흐르고 있는 그토록의 고통과 눈물을 알아주어서 말입니다.
팔던 열쇠고리를 하나 건네줍니다.
“이건 내가 당신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그러던 중에 또 한 이방인이 우리들의 대화에 끼어듭니다.
인도에서 왔다는 그에게 말해주었습니다.
“당신을 아주 슬픈 곳에서 왔군요”
“무슨 까닭으로 그렇게 말합니까?”
“당신들의 조상이 영국의 침략을 받아 얼마나 많은 피와 땀과 눈물을 쏟았습니까…”
“그리고 당신은 너무나도 가난하게 되어 먼 이곳에 와서 이렇게 고생하면서 날품을 팔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요, 당신 말이 맞습니다”
그들과 함께 손을 마주 잡으며 건강하라고, 부디 잘 견디어 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당신들을 복되게 하시길 바란다고도 말해주었습니다.
프랑스, 파리.
한겨울에도 무수한 사람들이 몰려드는 에펠탑광장에서 날품을 파는 슬픈 이방인들을 보면 내 마음속엔 내내 알 수 없는 분노와 슬픔이 함께 일어납니다.
자신들을 참혹하게 유린하고 모든 것들을, 소박한 행복마저도 다 빼앗아가 잘 먹고 잘사는 도적 같은 이곳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절박한 생존을 위하여 불이익을 당하면서 까지 몸부림치는 그들의 슬프디 슬픈 삶을 어떻게, 무슨 말로 다 말 할 수 있을까요…
2011년 2월 어느 날
파리에서
출처: 예수님의 교실 원문보기 글쓴이: 한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