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로운 태극마크 반납을 준비하는 ‘폭격기’ 김도훈(33·성남일화)이 국가대표팀에서의 마지막 봉사를 위해 13일 중동원정길에 올랐다. 김도훈은 이날 오전 서울 타워호텔에서 국가대표 선수단 소집에 응한 뒤 오후에 UAE 두바이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마지막 대표팀 원정에 오른 김도훈의 감회는 남다르다. 파주NFC가 생기기 전까지 과거 대표팀의 전용숙소로 사용됐던 타워호텔을 다시 찾고 보니 지난 10년간의 국가대표 생활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김도훈은 지난달 인천에서 열린 2004중국아시안컵 E조 2차예선 1라운드를 마친 뒤 대표팀 은퇴를 결심하고 시기를 조율해왔다. 이번 원정을 끝으로 은퇴시기를 잡은 것은 처음으로 자신을 불러준 움베르투 코엘류 대표팀 신임감독에게 마지막 예의를 다하기 위해서다.(스포츠서울 10월 9일자 기사 참고)
이번 원정을 통해 국가대표 공격수로서 마지막 불꽃을 불태우겠다는 결의다. 결코 아쉬움이 없는 경기를 치른 뒤 멋지게 태극유니폼을 벗겠다는 계획이다. 올 시즌 프로축구에서 브라질 선수들과 피를 말리는 득점왕 경쟁을 하고 있는 처지라 몸을 사릴 법도 하지만 자신의 국가대표 은퇴무대가 될 이번 원정을 소홀히 넘길 수 없다는 의지다.
김도훈이 국가대표 은퇴를 결심하게 된 동기는 2차예선 1라운드를 치르면서 이제는 국가대표로 활동하는 게 부쩍 힘이 든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선수와 나이 차가 워낙 크게 나는 데다 프로 경기와 달리 어린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기가 여간 쉽지 않다고 느꼈다. 결국 젊은 후배들에게 길을 터줄 때가 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도훈은 오는 24일 네팔과의 마지막 경기가 끝난 뒤 대한축구협회에 이 같은 자신의 은퇴 결심을 밝힐 예정이다.
한편 코엘류 감독이 이끄는 국가대표팀은 오는 20~24일(한국시간) 오만에서 아시안컵 2차예선 2라운드를 치른다. 이미 인천에서 벌어진 1라운드에서 베트남 오만 네팔을 상대로 3전전승을 거둔 한국은 한 조에서 두팀이 나가는 본선티켓을 사실상 손에 거머쥔 상태다. 따라서 이번 원정도 승패보다는 그동안 완성도가 떨어진 전술적인 뼈대를 가다듬는 데 주안점을 둘 예정이다. 결전지인 오만으로 직행하지 않고 훈련여건이 좋은 두바이에 먼저 캠프를 차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표팀은 오는 17일 대회장소인 오만 무스카트로 이동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