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의 땅 3 이원호 지음 ▶▶차 례◀◀ 1.악마의 인질 ‥‥‥‥‥‥‥‥‥ 7 2. LA의 남과 여 ‥‥‥‥‥‥‥‥‥ 51 3. 복수를 위하여 ‥‥‥‥‥‥‥‥‥ 96 4. 대습격 ‥‥‥‥‥‥‥‥‥ 136 5.야망과 배신 ‥‥‥‥‥‥‥‥‥ 177 6. 산타모니카의 부대 ‥‥‥‥‥‥‥‥‥ 210 7. 집행자 그룹 ‥‥‥‥‥‥‥‥‥ 261 악마의 인질 "난 모른다. " 매린이 머리를 저으면서 눈을 가늘게 뜨고 웃었다. "경찰에서도 그렇게 얘기했지. 나는 그런 얘긴 금시초문이야." 그는 알몸의 어깨를 당당하게 펴고는 응접실 바닥에 책상다리를 하 고 앉아 있었다. 가운만을 걸친 밀리카는 그의 옆에 두 무릎을 세우고 앉아 고영무를 바라보았다. 얼굴에는 표정이 없었으나 두 볼이 발그레 해져 있는 것은 분명 조금 전 쾌락의 여운이었다. "더구나 난 너를 알고 있지도 않아. 네가 밀리카에게 마음을 주고 있 었던 모양인데, 그렇다고 우리에게 마약이네 뭐네 하는 이상한 소리로 누명을 씌우지 말란 말이야." 매린이 고영무의 총구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밀리카의 시선이 힐끗 이쪽으로 옮겨졌다. 고영무는 한동안 매린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자신에게 총구 가 겨눠져 있는데도 전혀 동요하고 있는 것 같지가 않았다. "너는 어차피 졸개에 불과하니까 그럴 수도 있지." 고영무가 조그맣게 머리를 끄덕였다. "너 같은놈이 일을주도했을 리는 없어.그렇다면 네 여자를 데려가 겠다. 네 말대로 내가 저년에게 마음을 주고 있으니까." 밀리카 쪽으로 시선을 돌린 고영무는 총구를 위쪽으로 몇 번 치궈 들었다. "너, 일어나서 옷 입어." 매린이 번책 얼굴을 치켜 들었다. "여자는 건드리지 마라. 이 비겁한 놈, 그 여자는‥‥‥ "매 린, 괜참아요. 따라가겠어요. 어줬든 오래 있지는 않을거예요." 밀리카가옷자락을 여미며 자리에서 일어셨다. "곧 돌아올테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걱정이고 뭐고 할 것 없다. 왜냐하면 저놈은 죽어 있을테니까." 고영무가 매린을 향하여 권총을 겨누었다. "너희 두 연놈들의 수작을 봐 줄 시간이 없다. " 그는 매린을 향하여 방아쇠를 당겼다. 매린의 상체가 휘청 뒤로 젖 혀졌는데, 가슴 위쪽의 어깨에 동전만한 구멍이 뚫리면서 이내 피가 쏟아져 내려왔다. 매린이 눈을 크게 부릅뜨고는 그를 바라보았다. 가운 위로 가슴을 움켜쥔 밀리카가 온몸을 굳히고는 매린을 내려다보았다. "000 " 반대쪽 손바닥으로 상처 부위를 틀어막은 매린이 이를 악물고는 신 음 소리를 델어 내었다. 머리는 치켜 들었으나 상체는 반쯤 숙이고 있 었다. "매 린." 털씩 한쪽 무릎을 끊은 밀리카가 그의 상체를 부둥켜안았다. "이 나쁜 놈." 이쪽으로 머리를 돌린 그녀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너희들이 나를 잘못 본 거다. 그것을 알려 줘야 할 것 같아서." 고영무는 입술 끝으로 웃었다. "그리고 너희들은 지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그녀를 겨누었던 총구가 아래쪽으로 내려가더니 다시 '퍽' 하는 소 리와 함께 횐 불꽃이 튀었다. "아아악." 이를 악물었으나 고통을 견디지 못한 비명 소리가 매린의 입에서 터 져 나왔다. 총알이 그의 정강이를 관통하여 다리 한쪽은 금방 피투성 이가 되었다. "그래, 내가 너를 살려서 남겨둘 줄 알았단 말이냐 "이제 그만, 그만해!" 밀리카가 날카로운 목청으로 소리쳤다. 그녀의 가운은 이미 흠백 피에 젖었고 앞자락이 혜쳐진 가운사이로 젖가습이 드러났다. "네년이 나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이유가 없다. " 고영무의 말소리는 낮았으나 응접실을 울렸다 "저놈은 거추장스러울 뿐이야. 난 너만 데리고 있으면 돼. 그러면 어 떤 놈이든 타협을 해 오겠지." "돈은 페르난도가 가지고 있어. 우린 가지고 있지 않아." 그녀의 시선은 허공에 떠 있는 듯 초점이 잡혀 있지 않았다. 매린이 머리를 숙이면서 악문 이 사이로 다시 긴 신음 소리를 내었다. 갑자기 밀리카가 벌떡 일어났다. "병원에 가야 돼. " "페르난도는 어디 있어?" 총구로 그녀의 가슴을 겨누면서 고영무가 다시 물었다. "그걸 말해 그리고 마약 판 돈의 절반을 가져오라고 해.내가 알기 로는 2억 달러야." "병원에 가야 돼. 매린이‥‥‥‥ "저놈은 아직은 죽지 않아. 네가 빨리 말할수록 가능성이 있지." 밀리카가 탁자 위에 놓인 전화기를 피묻은 손으로 움컥쥐었다. 어깨 에서 흘러내린 피가 가승에서 배로 흘러내렸으므로 매린은 온몸이 피 에 덮여 있었다. 그리고 한쪽 다리에서도 피가홀렀다. 그는 밀리카가 수화기를 들고 버튼을 누르는데도 입을 열지 않았다. "매린, 고통을 받느니 내가 죽여 주는 것이 낫지 않을까?" 고영무가 묻자 매린이 얼굴을 들었다. 땀에 젖은 얼굴에서 횐자위가 많은 눈이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윽고 그는 머리를 떨구더니 다 시 신음 소리를 내었다. "페르난도를 바뀌 줘요." 밀리카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양탄자 바닥에 무를을 끊 고 論아 있었는데, 이제는 가운의 앞자락이 활짝 벌려져 있어 그녀의 깊은 부분도 드러났다. "폐르난도, 나예요, 밀리카. 지금 매린이 총에 맞았어요. 지금 잡혀 있어요." 한걸음에 다가간 고영무는 그녀의 어깨를 발로 밀어젖히고는 수화 기를 낚아채었다. "페르난도씨 ." 그가 수화기에 대고 말하자 저쪽에서는 잠시 대답이 없다. "이봐요, 페르난도씨, 대답해요. 난 당신의 마약을 담아 주었던 사람 이야. TV 박스에 실어 주었던 사람이라구." "빌리카를 바쥐라." 저쪽에서 굵은 목소리가 들려 왔다. 차분한 음성으로 다시 그가 말 을 이었다. "아니면 매린을 바꿔 주든지." "매린은 대답할 수가 없어, 페르난도." "넌 한국인 미스터 고인가?" "그렇다, 페르난도." 밀리카는 가운 앞자락을 젖어 매린의 어깨를 동여매 주려 하고 있었 다. 그러나 넓게 펄겨진 가운은 길이가 짧아 그저 앞쪽에 갖다 붙인 모 양이 되었고 그것도 금방 피에 젖었다. "넌 지금 어디에 있지?" "페르난도, 잔소리 늘어놓지 마라.난 네 동생을 데리고 나간다. 그 래, 시간을 주지. 이틀 후 이 시간까지 2억 달러를 준비해라. 그때 밀리 카와 교환한다. " 저쪽에서 대답이 없자 고영무는 말을 이었다. "쓸데없는 짓 하면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를 보여 주마." 수화기를 내려놓은 고영무는 밀리카를 바라보았다. "년 일어나 옷을 입어라. 나하고 같이 나가야 돼." 밀리카가 머리를 저었다. "안돼. 매린의 치료를‥‥‥‥ 그들 앞으로 성큼 다가간 고영무가 매린을 내려다보았다. "매린,네 이름은 맥밀란이 아니고 매린이었지, 너 살고 싶으냐?살 고 싶다면 빌어라. 그러면 살려 주마." 고영무의 총구가 그의 이마를 향해 겨누어졌다. 밀리카가 입을 벌린 얼굴로 고영우를 올려다보았다. 젖겨진 가운은 피투성이였고, 젖가슴과 아랫배가 훤히 보였다. 매린이 얼굴을 들었다. 흐린 시선으로 고영무를 바라보던 그가 다시 머리를 숙였다. "말해! 살기 싫단 말이냐?" 고영무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살고 싶어, 살려 줘." 응접실 바박을 내려다보면서 매린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제 발. " "안돼, 매린." 고영무의 말에 놀란듯 매린이 머리를 들었고 밀리카는저도모르게 흠칫 상반신을 세웠다. "죽어야 돼." 매린의 흐린 눈이 한껏 치켜 떠졌을 때 고영무의 손에 쥔 총구에서 흰 불꽃이 튀었다. 매린은 방바닥에 됫머리를 부딪치며 뒤로 넘어겼다. "아악!" 두 주먹을 움켜쥔 밀리카가 외마디 비명을 질렸다. "자, 일어나. 5분 안에 옷을 입고 이곳을 떠나야 된다. 5분 이상 걸리 면 너도 죽이고 갈테니까." 밀리카를 향해 고영무가 입을 열었다. "저놈은 이제 죽었으니까 걱정할 것 없다. 치료받을 필요가 없단 말 이 다. " 지미는 응접실 복판에 우두커니 서 있는 고든에게로 다가갔다. "고든, 단서를 찾았소?" 고든이 머리를 돌려 지미를 바라보았다. 이맛살이 잔뜩 찌푸려져 있 었는데, 위아래로 지미를 臺어보는 것이 못마땅한 표정이다. "지미, 당신들이 잡았다가 놓아 준 놈인데, 이런 식으로 우리한데 넘 기는거야?" "고든, 난 산 채로 당신한테 넘기고 싶었어. 그런데 소식을 듣고 달 려와 보니까 이렇게 되었군." 매린은 응접실 바닥에 엄청딘 피를 흘린 채 죽어 있었는데,세 방의 총알을 맞았다. 누군가가 잔인하게 쁜 것이다. 이마의 한 발로 절명한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부터 쏘아올려 고통을 받게 했음을 알 수 있었다. "미국 국적의 콜름비아 인이야. 신원은 확실하고, 전과 기록도 없 어." 고든이 다시 지미 쪽으로 머리를 돌렸다. "지미, 틀림없이 마약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지?당신들이 연행했다 가 하루 만에 풀어 놓은 놈인데." 지미가 머리를 저었다. "증거가 없어서 풀어 주었어. 나로서는 그것밖에 몰라. 이제는 당신 차례가 온거야." "빌어먹을, 내가 너회들 쓰레기나 치우는 사람이냐 그가 버럭 소리를 쳤으므로 응접실에 있던 사내들이 모두 그들 쪽으 로 머리를 돌렀다. 지미가 어깨를 움필해 보이고는 방 안을 두리번거 리는 시농을 했다. "여자가 있었는데, 어디 있나?" "사라겼어." 고든이 델듯이 말했다. 이제 매린의 몸은 커다란 비널 자루에 담겨지고 있는 중이다. 시체 가 누웠던 자리에는 횐색 스프레이로 표시를 해 놓았다. "사라지다니, 도망쳤단 말인가?" "도방쳤는지 어핀지 내가 어떻게 알아? 이놈의 성기에 정사를 한 흔 적이 나타나 있어. 흘랑 벗고 말이야." 고든이 숱이 적은 머리칼을 손바닥으로 조심스럽게 쓸어 을렀다. "이봐, 지미. 단서를 조금만 주겠어? 나는 치정 살인이라고는 생각하 지 않아.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이 있고, 뒤쪽 문의 유리창이 깨져 있어." 지미가 머리를 저었다. "나는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어. 나도 지금 얼떨떨하단 말이야.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있다면 이야기를 했지, 안 그래?" "그렇지 않아." 고든이 그에게서 머리를 돌렸다. "너희들은 빌어먹을 자식들이야.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 쫓아내기 전에 ." 집을 나온 지미는 길가에 주차시켜 놓은 자동차에 오르자 곧 휴대폰 을 꺼내 들었다. 그의 앞쪽에는 서너 대의 경찰차가 비상등을 켠 채 정 지되어 있었고 엠블런스도 세워져 있었다. "여보세요." 앨버트의 목소리가 들렸다. "앨버트, 납니다. " "지미, 어떻게 되었어?" 그가 다급하게 물었다. "고문당하고 죽은 것 같습니다. 여자는 행방불명이 되었어요." 그가 타고 있는 자동차의 앞쪽으로 십여 명의 구경꾼들이 몰려 서 있었으므로 지미는 휴대폰을 쥔 채 유심히 그들을 살펴보았다. 알렉산 더가 집 밖으로 나온다. "그럼, 그 한국인, 그놈의 소행인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여자는 그 친구에게 납치당했을 가능 성이 많아요." 앨버트는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매린 집 근처에 잠복하고 있던 마 약부 요원 두 명은 문책을 당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매린의 변호사였 던 알렉산더가 매린의 집에 찾아와 시체를 발견할 때까지 느긋하게 차 안에 맞아 있었다. 경찰 차량들이 도착하자 서둘러 지미에게 보고를 했으므로 그때까 지 집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들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보스, 내 생각은 그 친구가 혼자서 페르난도를 상대로 전쟁을 하려 는 것 같습니다. " 알렉산더가 두 명의 사내와 함께 횐색의 벤츠에 오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놈을 찾아, 지미 . 알았어?" 다짐하듯 앨버트가 말했다. "알았습니다, 보스. 하지만 이것은 우리들만 알고 있어야 합니다. 경 찰에 알려도 도움이 안돼요." "그건 알고 있어, 그것은 내가 결정할 문제니까 빌어먹을 네놈은 그 한국놈이나 찾기나 하란 말이다. " 아직 새벽 5시였다. 앨버트는 잠을 설친 탓인지 입이 더러워지기 시 작했다. 휴대폰의 스위치를 끈 지미는 차도로 머리를 내미는 벤츠를 보았다. 알렉산더가 떠나고 있었다. 아파트는 지은 지 오래 되어서 밝고 습기가 배어 있었다. 응접실의 한쪽 벽은 금이 가 있었는데, 그 부분의 벽지 색깔이 진한 것을 보면 물이 새어 그렇게 된 모양이었다. 그러나 응접실과서재,침실과주방 들이 골고루 갖춰져 있었고, 고영무가 혼자 지내기에는 너무 넓다고 느껴질 정도로 켰다. 평수로 치면 80평짜리 아파트였다. 더욱이 기본 가구까지 포함해서 월세로 지불하는 계약조건이어서 알맞은 곳이었다. 관리인은 고영무가 두 달 치 월세 1천 8백 달러를 현금으로 지블하 자 계약서류를 내밀고는 더 이상 군소리를 하지 않았다. 돈만 받으면 되었지 이런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과는 알수록 귀찰아질 뿐이라는 것이 태도에 나타나 있었다. 샤워를 마친 고영무는 바지에 셔츠를 걸친 가벼운 차림으로 응접실 로 들어쳤다. 딱딱한 나무의자에 않아 있는 밀리카는 그가 들어서자 머리를 들었다. 두 팔과 다리가 의자에 단단히 묶여져 있었다. "샤워해 " 그녀에게 다가선 고영무가 묶어 툴은 끈을 블며 말했다. H이곳에선 소리쳐도 문을 열고 들어 줄 사람이 없어. 하지만 귀찰게 했다가는 너도 그놈의 신세가 될거야." 한 팔을 잡아 일으키자 춰청거리며 몸을 센운 밀리카는 그가 이끄는 대로 화장실로 다가갔다. H네 몸이야 속축들이 알고 있으니까 부끄러워할 것도 없다. 문을 열 어 놓고 샤워하도록 해." 그녀의 둥을 밀어 화장실로 들여보낸 고영무는 응접실의 흔들의자 에 앉았다. 월세 가구의 일부분인지, 아니면 이전의 입주자가 놓고 간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엉덩이를 붙이자 끊임없이 앞뒤로 흔들거렸다. 무심결에 앉은 것이어서 엉겁결에 두 발을 바닥에 디뎌 흔들거림을 멈추었으나 발을 ◎자 다시 앞뒤로 움직인다. 입맛을 다신 고영무는 잠자코 의자의 흔들거림에 몸을 맡겼다. 밀리 카가 반항하지 않고 고분고분 따라온 것이 조금 의외이기는 했다. 그 러나 매린이 눈앞에서 살해되는 것을 보고는 혼이 나갔을 것이다. 그는 앞쪽 벽에 걸린 시계를 올려다보았다. 집만큼 밝은 괘종시계는 아침 8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페르난도는 물론 경찰들도 자신을 찾 고 있을 것이다. 4층의 아파트로 들어왔을 때 미리 열어 놓았던 됫문으 로 해서 비상계단으로 올라왔으므로 이쪽을 본 사람은 없다. 새벽 3시 경이었고, 한층에 두 가구씩 지어 놓은 구조여서 낮에도 사람의 기척 이 들리지 않는 곳이다. 화장실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그쳤으므로 고영무는 머리를 돌려 그 쪽을 바라보았다. 열린 문으로 더운 물 냄새가 맡아겼다. 밀리카가 머리칼에서 물을 쪽뚝 떨어뜨리며 모습을 나타내었다. 화장실에 걸려 있던 남자용 가운으로 갈아 입고 있었으므로 긴 가운 은 종아리 위까지 내려왔다. 그녀는 이쪽으로 다가와 소파 위에 놓인 가방을 집어 들었다. 집에서 나을 때 들고 온 가방이다. 잠자코 그것을 바라보던 고영무는 그녀가 가방을 들고 몸을 돌리자 자리에서 일어싫다. "잠깐만, 기다려 ." 이맛살을 찌푸린 그녀가 그에게로 시선을 주었다. 고영무는 그녀에 게 다가가 손에 든 비닐가방을 움켜쥐었다. 그녀가 손잡이를 잡은 손에 잠깐 힘을 주었다가 이내 힘을 풀었으므 로 고영무는 가방의 지퍼를 열었다. 그녀에게 시선을 준 채 고영무는 가방을 뒤집어 소파 위에 내용물을 쏟아 놓았다. 옷가지들이 쓸아져 나왔다. 그리고는 묵직한 잭나이프가 옷과 함께 떨어져 내렸다. "이 칼로 김강남을 필러 죽였는지도 모르겠군." 칼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무게를 달아 보듯 흔들면서 고영무가 말 했다. 밀리카는 머리를 곧게 세우고 그를 바라본 채 입을 열지 않았다. 물기가 채 밖이지 않아 반들거리는 얼굴에는 두 눈만 똑바로 고영무 를 바라보고 있을 뿐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됐어. 옷을 집어 가." 그가 턱으로 옷더미를 가리키자 그녀는 잠자코 다가와 가방에 옷을 쓸어 담았다. 고영무가 나이프 위쪽에 있는 단추를 누르자 철컥 소리와 함께 10센 티가 넘는 횐 칼날이 튀어나왔다. 밀리카는 가방에 옷을 넣는 동안 어 느 틈엔지 뒤에 서 있던 고영무의 눈을 속여 칼을 끼워 넣었던 것이다. "그래, 기회만 있으면 날 죽이고 싶겠지." 칼날을 내려다보면서 고영무가 흔잣소리처럼 말했다. "너도 그런 감정을 느껴 봐야 다른 사람들의 원한을 이해할 수 있을 게다. " 가방에 옷가지를 쓸어 담은 밀리카가 허리를 졌다. 고영무는 팔을 뻗어 그녀의 목덜미에 칼날을 대었다. 마악 화장실로 몸을 돌리려던 밀리카가 움직임을 멈줬다. "한 번 더 이런 일이 있을 적에는 네년을 죽일테니까 기억해 둬라 아예 시체를 놓고 흥정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되면 당장에 그럴테니까." 밀리카는 나무토막처럼 선 채 대답하지 않았다. "알아들었어?" 칼등에 힘을 주어 누르면서 고영무가 낮게 물었다. "알았어요." 그녀의 입에서 갈라진 듯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칼을 뗀 고영무는 날을 접고는 다시 흔들의자에 맞았다. 가방을 쥔 밀리카는 다시 화장실로 들어했다. "그놈이 여자를 데리고 갈 곳은 떤하다. 코리아 타운을 샅샅이 뒤져. 그놈은 그곳에 숨어 있을거다. " 페르난도가 자리에서 일어나 사내들에게 다가갔다. "그놈이 숨어 있는 곳을 알려 주는 사람에겐 10만 달러를 준다고 해 라. 거리에 있는 놈들에게 모두 전해." 사내들이 몸을 돌려 방을 나가자 페르난도는 소파에 털썩 주저않았 다. "페르난도, 경찰과는 별도로 앨버트 쪽에서도 그놈을 찾고 있습니 다. " 앞쪽에 論아 있던 알렉산더가 조심스럽게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놈들 하는 짓은 떤해 어떻게 해서든지 내 옷자락을 잡으려는거 야. 경찰은 아직 그놈 소행인 줄은 모르지?" "네, 마약부에서는 그놈 이야기를 안해 준 것 같아요. 페르난도, 우 리가 정보를 흘려 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페르난도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경찰에 뭐라고 말한단 말이냐?그농이 보고타에서 매 하고 밀리카를 물아봤던 놈이라고 말해 주란 말인가?" ‥‥‥‥ ·그놈이 경찰에 잡히면 일이 시끄럼게 될 수도 있어.우리가 잡아야 돼." 알렉산더가 입맛을 다시면서 탁자를 내려다보았다. ·찾을 수 있어. 더구나 그놈은 혼자란 말이다. 곧 밀리카를 찾을거 야. " 페르난도의 두 눈은 툴게 충혈되어 있었다. 그는 매린이 잔인하게 살해된 것에 대해서 분노를 느끼면서도 한쪽으로는 충격을 받았던 것 이다. 일을 추진하는 데 순진한 한국인 상사원을 이용했다는 것을 알 고 있기는 했다. 그러나 그가 LA까지 물아와 이런 식으로 보복을 해 올지는 상상도 못했었다. "이봐, 알렉산더." 페르난도가 부르자 알렉산더가 머리를 들었다. 이맛살을 찌푸린 페르난도는 시선이 마주치자 눈을 깜박이며 선뜻 입을 열지 않고 함설였다. "페르난도, 무슨 말씀입니까?" .,. ·크링거에게 부탁을 하면 어떨까?그들은 우리와는 달리 발이 넓단 말이야. 푸쟁이 놈들이 전 도시에 깔려 있을례니까." 4효과는 있겠지요.하지만 그렇게 되면 경찰도 금방 알게 될겁니다. 그리고 크링거 쪽에서는 별로 달갑게 생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H어차피 그들도 관계가 있는거야.일이 터지면 그들도 온전하지 못 해. 그놈은 밀리카를 잡고 있단 말이야."
첫댓글 고영무는 잔인해야한다 마약의 거두들과 버리는 전쟁에서 수단과 방법은 다 동원돼야지 ㅎㅎ 잘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