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살살 녹이고 온 코스요리 후기

[garden]

선 3줄요약
1. 서울갔습니다
2. 맛난거 먹었어요
3. 즐거웠습니다


설 연휴였던 2월 13일~14일간 짧은 1박2일 가족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후 대학 졸업을 앞둔 지금까지 제대로 된 여행같은걸 즐기지 못했고, 똑같이 졸업을 앞둔 가족도 마찬가지였기에 여유롭지는 않지만 큰 맘 먹고 다녀오게 되었네용

저는 이미 취업이 확정되었고, 오빠놈 또한 바로 취업을 할 수 있다보니 시간이 사실상 지금밖에 없었던 점도 컸습니다..ㅎㅎ 이젠 둘다 진짜 어른이다 싶네요.

아무튼 맛집 파워블로거니까 먹은거 위주 사진으로다가 몇장 올려봅니다.

여행 자체가 도시 그 자체를 즐기러 가자는 취지였기 때문에, 잠실 롯데타워 부근은 필수 코스였습니다.

대전정도면 큰 도시긴 하지만..그래도 서울은 역시 서울인가 싶더라구요 ㅋㅋㅋ 진짜 건물 높고 여러모로 굉장하더라구여

석촌호수가 보이는 풍경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1. 식전빵

아무튼 대충 롯데타워 구경하고 난 후, 안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9만원짜리 코스요리를 먹었습니다.

처음으로 나온 식전빵입니다. 분명 무슨 빵이었는데 뭔지는 기억이 안나고, 옆의 녹인 버터를 찍어먹는 것이었습니다.

흔한 식사용 빵이었습니다만 흔한게 제일이라고 맛있었습니다. 녹인 버터와도 잘 어울리고 좋았어요.

다만 빵칼이 따로 안나와서 나이프로 잘라먹는 것이 너무 어려웠습니다 ㅎㅎㅎ 그래서 그냥 대충 물고 먹었어요.

2. 애피타이저 - 빵, 리코타치즈, 생고기, 트러플이 어우러진 아뮤즈부쉬

식전빵 다음으로 나온 에피타이저입니다.

맨 아래층엔 리코타치즈가 발린 빵이, 그 위에는 육회..? 인가 아무튼 잘게 썬 생고기가, 그리고 맨 위에는 트러플이 뿌려져 있는 애피타이저였습니다.

코스요리의 전체적인 만족도를 확 올려준 요리이며, 이번 여행에서 가장 즐겁게 먹은 요리입니다.

빵의 바삭한 식감과 연하게 느껴지는 치즈의 풍미와 트러플의 향이 굉장히 조화로웠습니다.

저 흙같이 뿌려져 있는게 트러플입니다. 트러플은 저도 이번에 처음 먹어본건데 자체의 맛을 표현하자면 흙내가 진하고, 느끼한 버섯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ㅎㅎ

대체 어디가 맛있다는 표현인지는 모르겠는데 저런 맛이 요리의 완성도를 확 끌어올리더라구요. 지금도 잘 이해가 안갑니다..

저것만 먹으면 느끼해질 수도 있었는데 잘게 싼 생고기가 시원하고 상큼한 쪽이라 질리지 않고 즐겁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다시 먹고싶어지네요 ㅎㅎ

2. 애피타이저 - 갖가지 과채가 어우러진 샐러드

다음으로 나온 샐러드입니다.

뭔지 모를 재료들도 있었고, 딸기나 오렌지같이 알기 쉬운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먹고 나서 느낀건..진짜 너무 건강한 맛이었다는 것..?

드레싱조차도 산뜻한 요거트 드레싱과 정체 모를 녹색의 고소한 풀향 드레싱이라 건강이 배가 되는 맛이었습니다.

너무 건강해지는 맛이기도 하고, 예상이 가는 음식이라 맛있고 새롭다는 느낌은 별로 안들었네요 ㅎㅎ..

3. 메인 - 문어구이

본격적인 메인메뉴의 스타트로 나온 문어구이입니다.

아래에 보이는 소스는 검은색의 먹물 퓨레, 붉은색의 파프리카 퓨레였고, 아스파라거스와 샬롯이 같이 구워져 나오는 요리였습니다.

샬롯은 저기 작고 투명한 양파같이 생긴 녀석입니다. 요즘 요리유튜브를 많이 보다보니 깨알같은 지식이 늘어나더라구요 ㅎㅎ

이 친구는 개인적인 1등 메인메뉴였습니다. 아주 조금 매콤한 향이 도는 파프리카 퓨레와 고소함 그 자체인 먹물 퓨레는 새로움을 주기 충분했고, 문어 자체도 잘 구워져 맛있었습니다.

같이 구워져 나온 친구들과도 조화가 좋았습니다. 어머니 감상평을 들자면 살면서 이렇게 부드러운 문어를 먹어보긴 처음이라 하시더라구여 ㅋㅋ

여담으로 사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사진만 뭔가 채도가 높게 찍혔습니다 ㅎㅎ 그릇에 컬러가 들어가서 그런가봐요.

3. 메인 - 트러플 파스타

거의 다 먹고나서야 사진을 찍은 두 번째 메인요리, 트러플 파스타입니다.

진짜 간단하게 트러플이 들어간 오일파스타였습니다.

앞선 애피타이저에서 트러플에 대한 기대가 상승해서 그런진 몰라도, 이 친구는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맛 자체는 좋은데..트러플이 메인이다 보니 앞선 요리보다는 향이 좀 더 강했고, 무엇보다 오일파스타라서 굉장히 느끼하더라구요..피클을 찾고 싶어지는 맛이었습니다.

트러플 덩어리도 버섯 식감 그 자체라 더 별로였을 수도 있고..뭐 이렇게 말해도 싹 긁어 먹었습니다 ㅎㅎㅎㅎ

3. 메인 - 미디움 스테이크

와! 스테이크! 그리고 가니쉬로 같이 나온 버섯, 감자, 매쉬드 포테이토 등이 있는 진정한 메인요리였습니다.

살면서 스테이크를 애슐리같이 저렴한 곳에서만 먹고 고무줄 같은 식감에 실망했었는데, 그런 인식을 한번에 바꿔줬습니다.

부드러운 식감과 적절히 퍼져나오는 육즙이 대단했습니다..이래서 사람들이 스테이크를 좋아하는구나 싶었습니다.

다만 같이 구워서 나온 가니쉬들조차 느끼함이 있었고, 저 자체가 소고기를 질려하는 편이라 어느정도 먹고 나니 속이 니글거리더라거요..ㅎㅎ

그래도 맛있었습니다. 역시 고기가 좋긴 좋아요.

4. 디저트 - 레몬 셔벗과 딸기, 티라미수

마지막으로 같이 나온 디저트입니다.

왼쪽의 딸기 레몬 셔벗은 진짜 그 편의점에서 파는 선키스트 레몬에이드 있죠..? 그거 얼린 맛이었습니다.

오른쪽의 티라미수는 사실 먹기 전에 긴장을 많이 했습니다..펑소에 크림류, 그 중에서도 크림치즈를 진짜 못먹는 사람이었는데, 저 친구의 메인 재료가 크림 + 크림치즈였으니까요 ㅋㅋㅋ

안되면 남에게 다 준다는 마음으로 한입했는데, 좀 많이 묵직했지만 커피맛과 그 묵직함이 잘 어울리더라구요

좋아하는 맛은 역시 아니었지만 꽤 괜찮았습니다.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은 이유가 이해되더라구요 ㅎㅎ

4. 디저트 - 아메리카노

디저트와 같이 나온 아메리카노입니다.

뭐 저는 생존용으로 빽다방이나 리터커피같이 큰 아메리카노 사서 시험철에 도핑하는 편이라 맛을 잘 논하지는 못하지만, 주로 아메리카노의 맛은 탄맛과 신맛으로 평가하더라구요.

평소에는 아메리카노의 산미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저번에 전문 카페가서 먹은 아메리카노는..진짜 산미가 대단했습니다.

커피 얘기하다 딴 길로 샜는데 아무튼 여기는 어땠냐면..그냥 탄맛 그자체였습니다 ㅎㅎ; 그나마 단 티라미수와는 조화가 좋았지만 그냥은 도저히 못먹을 정도로 썼습니다..



제가 느낀 코스요리를 대충 요약해보면, 음식을 배부르고 맛있게 먹기 위해서가 아닌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요리였습니다.

9만원이 뉘집 개이름도 아니고 저 돈이면 국밥이 몇그릇인가 싶지만, 한번쯤은 새로운 경험 하는것도 좋더라구요

참 즐거운 세상입니다 ㅎㅎ 아직 방송도 볼 수 있고 새롭게 먹을 수 있는 음식도 가득하니까요

아무튼 다들 2021년은 때로는 새로운 경험도 하고, 맛난거도 먹고, 소중한 사람과 안전할 수 있는 한해를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마지막으로 빙수조아

[미묘]

개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