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1호 재건축’ 한양 아파트 수주전이 다시 닻을 올렸다. 서울시가 오세훈 시장의 여의도 금융 허브 구상에 맞춰 ‘50층 이상 금융중심지 특화형 주거단지’로 밑그림을 그린 곳이다. 초고층 스카이라인으로 탈바꿈하는 여의도에서도 상징성이 큰 만큼, 대형 건설사들이 시공권을 두고 치열한 수주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2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KB부동산신탁은 지난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양 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게시했다. 지난 4일 입찰 참가 자격과 관련한 문구가 논란이 돼 돌연 시공사 선정을 취소한 지 20일 만이다.
한양 아파트 재건축 사업시행사인 KB부동산신탁은 첫 번째 공고 당시 ‘금품, 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 의사를 표시하거나, 제공을 약속하여 처벌을 받았거나, 소송 등이 진행 중이거나. 입찰 또는 선정이 무효 또는 취소된 자’의 입찰 참가를 제한한다고 명시했는데, 여기서 '소송 등이 진행 중이거나'라는 문구가 문제가 됐다. 자칫 특정 업체 밀어주기 혹은 배제하기로 비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입찰이 유력한 건설사 중 하나인 현대건설은 참가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었다.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와 관련해 소송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결국 KB부동산신탁은 이번 입찰공고에서는 해당 문구를 삭제했다. 소유주들 입장에서도 많은 시공사가 입찰에 참여해 경쟁하는 것이 유리하므로 이 같은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다시 시작된 한양 아파트 재건축 시공권을 위한 수주전에는 현대건설 외에도 포스코이앤씨, 삼성물산 건설부문 등이 출격할 예정으로 파악됐다.
1975년 준공된 한양 아파트 재건축은 그 자체만으로 상징성이 크다. 현재 여의도는 금융중심지로 성장했지만, 한양을 포함한 16개 아파트는 1976년 이 일대가 아파트 지구로 묶인 이후 노후화되고 방치됐다. 여러 차례 개발 방안이 논의됐음에도 2018년에는 여의도 통개발 논란에 가로막혀 사업추진이 보류됐다. 그런데 마침내 한양 아파트가 유력한 여의도 재건축 1호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꽉 막혔던 재건축 물길이 트인 데는 오 시장의 여의도 개발 의지가 컸다. 오 시장은 여의도를 국제금융중심지로 육성할 계획인데, 이 중 5만㎡ 금융지원시설은 재건축 사업을 통해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한양 아파트의 경우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주거는 물론 상업, 오피스가 결합한 금융중심지 특화형 주거단지로 조성된다. 서울시는 제3종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종상향해 최고 200m 이하 1000가구 규모 재건축이 가능하게 할 방침이다. 이번 공고문에서 KB부동산신탁은 지하 5층~지상 56층, 공동주택 956가구를 공사 규모로 잡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역적 상징성이 큰 여의도에서 특히 1호 재건축이 갖는 희소성이 크기 때문에 한양 아파트 수주전에 건설사들이 회사 이름을 걸고 경쟁할 것"이라면서 "인근에 시범, 삼부 등 재건축 단지들이 밀집한 만큼 이번 결과가 향후 수주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