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석 영양(식생활) 24-3. 김치가 쉬어서 버릴려구요.
지난 2월말 경석 씨는 늦은 설 선물을 가지고 본가에 다녀왔다. 엄마가 보내주신 김치를 가져왔다고 자랑을 했고 엄마가 주신 김치라며 그 어떤 음식보다 맛있게 밥을 먹었었다. 어머니는 전담이신 유원욱 선생님이 경석 씨가 가정식으로 한 달에 몇 번 가정식을 해보려고 한다는 말을 듣고 급하게 깍두기와 김치를 싸서 보내신 것 같았다.
집에서 가져온 김치로 여러 번 식사를 하셨다. 지난 화요일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경석 씨가 직원에게 할 말이 있다고 부른다.
“영양사님, 저요~~ 엄마김치가 먹고 싶은데요?”
“네~ ~ 드릴께요. 어디 있어요”
“주방에 조리사님 드렸는데요~~”
“경석 씨 김치를 왜 조리사님 주셨어요?”
경석 씨는 무슨 말인가 더하려고 하다가 그만두고 씩~익 웃고만 있다. 뭔가 사연이 있지만 말을 못하는 것 같았다.
조리사님께 사연을 들으니 주말에 김치가 쉬어서 못 먹을 것 같다고 버려 달라고 주방에 1층 지원 선생님 편에 보냈다고 한다.
경석 씨는 아마도 김치가 쉬어서 못 먹게 된 것 같아서 버려 달라고 했지만 엄마가 주신 김치라서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다행이 조리사님들이 경석 씨가 엄마 김치라며 애지중지 먹었다는 걸 아시는터라 버리지 못하고 다른 통에 담아두셨다고 한다. 어제는 창립기념일이라 행사가 있어서 조리사님들이 잊고 직원에게 이야기를 못하셨다고 한다.
김치를 살펴보니 깍두기는 맛있게 잘 익은 상태였고, 배추김치는 조금 많이 익은 듯이 보였다. 경석 씨에게 김치는 조리사님들이 잘 보관하고 있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했다.
“다행이다.” 경석 씨가 조그맣게 한숨을 쉰다.
“경석 씨, 깍두기는 오늘 식사 시간에 줄께요. 한 번 맛있게 먹을 만큼은 될 것 같아요.”
“네~ 영양사님 고맙습니다.”
“근데 경석 씨, 왜 엄마 김치를 버리려고 했어요?”
“김치가 쉬어서 버릴려구요.”
“그랬구나. 경석 씨 김치는 쉬어도 먹을 수 있어요.”
“쉬면 버리는거 아니예요?”
“다른 음식은 그렇지만 김치는 익을수록 맛있어져서 버리지 않고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어요.”
“그렇구나. 알겠어요.”
그렇게 깍두기는 모두 먹고 배추김치가 남았다. 경석 씨에게 엄마 김치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석 씨, 깍두기는 다 먹었고 배추김치가 조금 남았는데 너무 쉬어서 그냥 먹기 어려우면 요리를 해서 먹으면 좋을 것 같아요?”
“어떻게 요리해서 먹어요?”
“제가 도움을 주고 경석 씨가 맛보면서 요리하면 되지요?”
“음~~ 김치볶음, 김치전, 김치국~~ 어떻게 먹으면 좋을까요?”
“영양사님, 뭐가 좋을까요?”
“쉽고 맛있는 두고두고 먹어도 좋은 김치볶음은 어떨까요?”
“좋아요~”
직원은 경석 씨 대신 김치를 볶고 맛은 경석 씨가 보면서 음식을 했다.
경석 씨에게 김치를 볶는 순서랑 들어가는 재료를 설명해 주고 공용주방에서 마늘이랑, 깨소금도 얻어오고 옆집 길남이 형은 참기름이랑 식용유, 후라이팬도 빌려 주었다.
직원이 김치를 볶으면서 설탕을 조금 넣으면 김치가 시지 않는다는 설명을 해주고 군내를 잡아줄 마늘도 넣어주고 참기름으로 맛을 더해 주었다.
볶은 김치 맛을 본 경석 씨는 맛있긴 하지만 설탕을 조금 더 넣어달라고 요구를 했다. 경석 씨 의견대로 설탕을 조금 더 넣고 깨소금으로 마무리를 했다.
점심시간에 경석 씨는 직원의 도움으로 완성된 어머니의 볶음김치로 식사를 했다.
“맛있다. ~~ 영양사님 밥 더 주세요. 맛있어요.”
“네~ 경석 씨, 맛있게 먹어요.”
“영양사님 저녁에 또 볶음김치 주세요. 그리고 김치 볶아주셔서 고맙습니다.”
경석 씨의 인사를 받으며 직원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주말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어쩌면 버려졌을지 모르는 김치가 될 뻔 했기에 직원이 조금 일찍 신경을 썼더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마음이 들었다.
김치가 익는 과정을 경석 씨가 알 리가 없었을 텐데, 버려 달라고 했지만 엄마가 주신 김치라서 경석 씨의 마음이 얼마나 속상했을까 싶었다.
2024년 3월 7일 강병수
볶은 김치로 요리해서 경석 씨가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도우셨네요.
고맙습니다. - 다온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