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가 속속 개통되면서 승객이 이탈하고 있는 데다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경부고속철도가 2004년 완전개통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7월말 서울∼예천 노선을 폐쇄했다. 이 노선은 작년 12월 중앙고속도로가 완전 개통된 뒤 탑승률이 뚝 떨어졌다. 2001년 연간 평균 51.8%이던 탑승률이 올해 상반기에는 27.5%로 내려앉았다. 대한항공은 이에 앞서 4월에 같은 이유로 이 노선을 폐지했다.
서울∼진주 노선도 작년 11월 대전∼진주 고속도로가 뚫린 이후 역시 승객이 줄어 탑승률이 작년 연간 평균 62.6%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51.4%로 떨어졌다.
역시 고속도로가 개통되거나 확장된 서울∼강릉, 서울∼목포 노선 역시 축소 압력을 강하게 받고 있다.
항공사의 노선 축소는 작년부터 본격화되고 있다. 항공사들은 이미 작년 9·11테러 이후 승객이 급감하자 몇몇 지방 노선을 폐쇄한 바 있다. 최근 10여년간 국내선을 늘려오기만 했던 항공사들이 이제는 줄이고 자르기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다운사이징은 무엇보다 국내 두 항공사 모두 국내선의 적자가 심각하기 때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작년에 국내 노선에서 각각 1400억원, 734억원의 적자를 냈다.
가뜩이나 좋지 않은 국내선의 수익구조는 2년 앞으로 다가온 경부고속철도 개통 뒤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간과 비용 면에서 고속철에 비해 경쟁 우위를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두 항공사는 일단 항공요금의 70% 선으로 예상되는 고속철도 요금에 맞춰 요금을 내리는 방안은 아예 고려하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미 지금의 요금도 적자를 감수하는 수준이라 더 이상 내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대신 두 항공사는 서울∼대구 노선은 아예 없애는 등 몇몇 지방 노선에 대한 축소 등 재편을 고려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지금 같은 여건에선 별다른 지원책이 없는 한 국내선을 현행대로 유지하기가 사실상 힘들다는 뜻을 건설교통부 등에 전하고 있다”면서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일부 노선은 과감히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의 반발과 건교부 등 관련 부처의 이견이 있을 것으로 보여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서울∼예천 노선을 폐쇄할 때에도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심해 아시아나항공은 예천∼제주 노선을 신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