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카테고리 이동 kimkwangsooblo 검색 MY메뉴 열기 사진 가야할 길은 가마득한데 프로필 별명없음 2019. 7. 25. 15:59
이웃추가본문 기타 기능 가야 할 길은 가마득한데
오래전 중1 때의 이야기다. 처음 객지에 나와서 낯설고 물 설은 곳에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보고 듣고 하는 모든 것 신기하기도 하였지만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부모님께서는 언제 오라는 말씀은 없었지만 가야겠다는 마음이 앞서 토요일 수업을 마치고 버스 터미널로 가서 차표를 구입하였다. 시간이 되어서 버스를 타기 전에 검표를 하는 과정에서 구입한 차표가 없어졌다. 아무리 찾아보았지만 없었다. 낙심천만이었다. 주위에서 서성이는 중에 30대쯤으로 보이는 낯선 아저씨가 말을 걸어왔다. 어디를 가는 중이냐고 물었다. 내 형편을 말씀드리니 자신도 나와 같은 방향으로 가는데 같이 가자고 하였다.
마치 구세주를 만난 심정으로 따라나섰다. 집에 간다고 하숙집을 나왔는데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아주 난감하던 찰나였다. 그러니 앞뒤 분간할 겨를도 없이 따라나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디쯤인지는 기억에 없지만 시가지를 빠져나오는 길목이 아니었나, 추측이 된다. 그곳에서 잠시 기다렸는데 마침 지난 터럭을 세우 드니 운전기사와 이야기하더니 이야기가 잘 된 모양이었다. 타라고 한다. 앞뒤 가릴 사이 없이 적재함에 승차하였다. 가야 할 길이 약 100리 정도이니 40km의 거리다. 터럭은 열심히 달리고 있다.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에서 뽀얀 먼지는 마시고 덮어쓰면서도 빨리 가자고 기원하였다.
빨리 가서 부모님 보고 싶고 누나와 동생들도 보고 싶었다. 얼마를 달렸는지 임동면 소재지에서 차는 멈춰 서고 내리라고 하였다. 터럭의 종점지역라고 한다. 나는 아저씨를 따라서 내렸다. 아저씨 말씀이 나는 지금부터 걸어가야 한다면서 같이 가자고 하였다. 나는 생각해 볼 입장도 아니었다. 다른 방안은 전연 없었기에 따라나설 수밖에 없었다. 내 나이 겨우 집 나이로 14살 때의 일이다. 1957년 봄철쯤으로 생각이 난다. 아저씨 뒤만 보고 열심히 걸었다. 차도는 거의 비 포장된 상태에서 노면은 자갈을 부설하여 훼손을 방지하였다. 이런 돌 자갈밭에 발을 옮기기에도 신경이 쓰이는 길이었다. 이런 길을 아저씨를 따라서 열심히 숨차게 종종걸음을 하였다. 얼마를 걸었는지 발이 아파지고 다리에도 힘에 겨운 듯하였다. 한발 한발 옮기기에도 힘든 상태였다. 앞에는 큰 산이 가로 놓였다.
이 산을 넘어야 한다면서 오솔길로 질러가자고 하셨다. 혼신의 노력으로 정상에 올랐다. 여기는 안동시와 청송군이 갈리는 경계지점이다. 이곳이 가렛 재라는 곳으로서 이제 반 정도는 왔다고 하셨다. 앞이 캄캄하였지만 유일한 길은 아저씨를 따라가는 길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이 나질 않았다. 깊은 산중에 왔으니 무서운 짐승이 나타 날것만 같은 마음 졸이면서 짧은 보폭으로 아저씨 발 뒤 굽만 쳐다보면서 걷고 또 걸었다. 빨리 가서 쉬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럴 줄 알았다면 터미널에서 바로 하숙집으로 돌아갔어야 하는데 되돌릴 수도 없는 상태다. 기진맥진하더라도 열심히 걸었다.
아픔도 참고 쉬고 싶은 마음도 참았다. 물도 먹고 싶었지만 참았다. 부곡 다리를 지나고 합강을 옆으로 가는 중에 해는 서산 쪽으로 기우러지고 있었다. 얼마를 걸었는지 발은 부풀었고 다리도 퉁퉁 부은 것 같았다.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그 말씀 한마디에 새로는 힘이 솟았다. 어디에서 나온 것 인지는 모르지만 마음도 즐거웠고 아파지던 다리와 발도 한결 좋아진 느낌이었다. 진보에 더디어 도착하였다. 아저씨는 어디론지 자신의 길로 가셨다. 잘 가시라고 인사말씀을 하였는지 기억에도 없다. 모름지기 고맙습니다. 정도는 하였을 것으로 추축된다. 마침 오는 날이 장날이라 하였는데 이날이 진보 5일 장날이었다. 초등 때 와본 기억이 나기도 한다. 장터로 들어가니 마을 어른들을 만났다. 고향 까마귀도 만나면 반갑다고 하였는데 항차 부모님 같은 이웃 어른들이시니 부모님을 본 듯 인사도 하였다.
모두들 놀라 어찌 왔느냐 하시면서 걱정과 위로를 아끼지 않으셨다. 집으로 오는 길은 십 오리다. 마을 사람들에게 섞여 오면서 지루한 줄 몰랐다. 집에 도착하고 보니 아버지와 어머님이 깜짝 놀라시면서 어찌 왔느냐 하시는 것이었다. 왜 아니겠는가. 크게 야단을 맞아할 판인데 어린 것이 걸어서 왔다고 하니 속마음은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나는 태어나 이렇게 먼 길을 걸어 본 적이 없었다. 요사이같이 각박한 세상에는 엄두도 못할 일이다. 돌아보면 호랑이 담배 피우는 시절의 이야기다. 암울하였던 때다 6.25 전쟁은 1953년 종전선언이 되고 불과 4년 지난 때였다.
시가지는 전쟁의 상흔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폭탄을 맞아 무너진 농고 건물과 시내 은행 건물들은 쓰러진 그대로 남아있었다. 가야 할 길이 얼마나 멀었는지 철부지 내게는 너무나 힘들고 무서웠는지 간혹 생각이 나기도 한다. 비록 어느 토요일 하루에 겪은 나의 체험이지만 지금도 간혹 그때의 일이 생각나기도 한다. 사람이 태어나 명이 다하도록 사는 길은 멀기도 먼 사막 같은 길을 걷는다. 가다가 때로는 오아시스도 만나서 목을 축이기도 하지만 황량한 모래 폭풍이 불어오기도 하고 낮에는 뜨거운 햇살로 살갗이 익어가는 고통을 겪기도 한다. 기진맥진하며 밤에는 추위와 사투를 벌이기도 한다. 온갖 해충과 동물들과도 싸움을 하는 사막 같은 길을 오늘도 걸어간다는 것이다. 쉬운 길은 어디에도 없다. 아무리 찾고 또 찾아보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렇게 세월을 잊고 살아간다는 데는 모두 같다.
좋은 세월 만나 날마다 감사 조건을 찾아야 할 것이다. 먹을 것이 없어서 풀뿌리 나무껍질을 벗겨 먹던 그때 그 시절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내가 하늘에서 어느 날 갑자기 뚝 떨어진 것이 아니잖은가. 어머님 10달 배 아파가면서 산고의 고통을 겪으면서 낳아 오지랖에 싸서 아기 중지 길러 가르치는 그 숭고한 사랑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사람과 금수 간의 구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탈을 썼으면 사람의 구실을 하여야지 그렇지 못하면 금수와 같다고 하지 않는가. 내 몸 뚱이 가지고 내 마음대로 하는데 무슨 잔소리가 그리 많으나 한다면 위대하신 어머님의 뜻을 저버리는 결과가 될 것이다.
시절이 아무리 수상하다 하여도 변치 않은 것이 있다. 가야 할 길이 가마득하지만 내가 어떻게 가느냐에 따라서 즐거울 수도 있고 고통이 있을 수도 있다. 참기 힘들 때는 어머님을 생각하자. 아버님을 생각해 보자. 곧 마음의 평정을 찾을 것이며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세상 짐 혼자 지고 가는 것 같지만 누구에게나 그런 무거운 짐은 있다. 무거운 짐 모두 내게 맡겨라고 하신 이를 생각하자 그런 분이 우리들 곁에 있다는 말씀이다. 찾는 자는 그분에게 맡기지만 찾지 못하는 자는 혼자 지고 고통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길은 아직도 멀고 먼 길이 남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천당과 지옥일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 찾는 지혜를 주시기 기도합니다. 끝
2019년 7월 25일 목요일 오후에
夢室에서 法珉 씀
#일상·생각 1 공감한 사람 보러가기댓글 0공유하기 별명없음 별명없음 나만의 공간을 갖고싶은 사람입니다. 평소의 생각들을 기고하여 친구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웃추가 이 블로그 사진 카테고리 글 좋은 아침 2019. 7. 27. 1 댓글 0 가능성은 없는 것인가? 2019. 7. 26. 1 댓글 0 가야할 길은 가마득한데 2019. 7. 25. 1 댓글 0 피비린내가 물씬 풍긴다. 2019. 7. 24. 1 댓글 0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섰다 2019. 7. 23. 1 댓글 0 이전
다음 이 블로그 인기글 동영상 역적들의 면면... 2023. 7. 14. 1 댓글 0 내몸 치유 능력 높이는 법 2023. 7. 21. 0 댓글 0 이런대통령을 원한다♥ 2023. 7. 17. 2 댓글 0 1️⃣전국회의원 윤희숙의 소름끼치는 내년 경고 2023. 7. 18. 2 댓글 0 ■😰 윤석열을 위협하는 단체들‼️■ (펌/무한전파) 2023. 7. 22. 5 댓글 0 [대한민국 ROTC 애국동지회 성명서] 2023. 7. 22. 1 댓글 0 참! 많이도 죽어나간다! 2023. 7. 17. 1 댓글 0 🔯오세훈의 정체가 수상하다. - 낮엔 우파, 밤엔 좌파 - 2023. 7. 19. 2 댓글 2 [송의달이 만난 사람] 2023. 7. 19. 2 댓글 0 한국 좌파 사상의 위험성에 관하여] 신광조 前광주시 문화국장 글 2021. 7. 20. 1 댓글 0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