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은 콩깍지에 덧씌여진 경험이 있을 겁니다.
인간이라는 이 이상오묘한 생물에 대한 설계도를 그리는 작업이 훨씬 수월해질 수 있을 겁니다.
이 때 뇌내마약물질의 일종인 "페닐에틸아민"이 분비된다고 합니다.
와 같은 약간은 기계적인 답변을 얻게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사랑에 빠지다' 라는 행위 역시 인위적으로 조종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가정 역시 생각해 봄 직 하겠죠.
♣ 심리
이게 좀 재밌습니다.
Snyder와 Swann이란 미네소타 대학 교수 양반들이 78년도에
『Hypothesis-Testing Processes in Social Interaction』이라는 논문을 썼는데,
내용인즉슨,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가설]을 확증[검증]하는 방향으로 사고 및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실험이 초간단하면서도 명료한데.
실험 참가자들에게 특정 대상의 성향이 외향적 또는 내향적일 것이라 믿게 한 후,
그 특정인과 인터뷰를 시키는데요,
인터뷰의 미션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좀 더 알아 봐> 였습니다.
인터뷰어는 몇십개의 질문 리스트 중 몇가지를 자의로 추려가야 했는데,
인터뷰어는 모르고 있었지만, 그 질문들은 사실 외향성/내향성을 측정하는 성격 문항들이었어요.
이게 결과가 재미집니다.
자신의 인터뷰이가 외향적이라고 믿고 있던 실험 참가자들이 고른 질문들은 거의가
외향성 확인 질문들이었고,
{ex. 파티에서 니가 분위기를 띄워야겠다 맘먹었다면 넌 뭘 할 거야?}
자신의 인터뷰이가 내향적이라고 믿고 있던 실험 참가자들이 고른 질문들은 거진다
내향성 확인 질문들이었죠.
{ex. 뭐가 너로 하여금 사람들한테 네 속마음을 털어놓기 어렵게 만들지?}
즉,
자신의 생각[얘는 외향적/내향적인 사람일 거다]을
"확증하는 방향"으로 질문들을 꾸린 겁니다.
이런 걸 일컬어 "가설 검증 처리(hyopthesis-testing process)"라 불러요.
자, 누군가를 좋아하게 됐다 상상해 봅시다.
그럼 그 즉시, 그 사람에 대한 가설이 형성될 겁니다.
딱 내 여자다.
너를 내게 주려고 날 혼자 둔 거야. 내 삶은 지금껏 나에게 우으으으으으
기타 등등. 등등등
한 대상에 대해 뭔가 강력한 가설이 형성되게 되면,
그 사람과의 상호작용은 태반이 한 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즉,
자신의 가설을 확증하는 방향으로만 쏠리게 되죠.
단지 자신의 믿음이 그러할 뿐.
사실은 외향적일 수도, 내향적일 수도, 둘 다일 수도 있지만,
실험 참가자들은 굉장히 편향적으로{내 가설을 확증하는 방향으로} 인터뷰 질문들을 꾸려 갔었습니다.
사실 진짜 그런 여자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둘 다일 수도 있지만,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한 쪽면만 보려 하고, 자신의 사랑을 기어코 천상계로 채색하려 합니다.
단점이 분명 있을 수 있는데, 보지 못 하는 거죠. 좋은 면만 보려 해서 좋은 면만 보게 되니,
더더더 더욱더 좋아지는 겁니다.
레이몽 드보란 양반의 촌극이 인간의 이러한 성향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
A란 사람이 이웃에 사는 친구 B가 평상시 끊임없이 자신의 물건들을 제 것처럼 사용하고 있다 의심해 왔더랬죠.
[실내화나 라디오, TV, 파자마, 이불 등등]
어느날 평소보다 일찍 퇴근하게 됐는데, 집에서 이런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그 친구가 없을 때 빨리 한 번 합시다. 그 친구랑 그렇게 질질 끌지 말고 당장 끝내버려요."
이 말을 듣자마자 A가 문을 열고 들어가 소리칩니다.
"이 봐, 왜 내 TV를 맘대로 보고 있는 거야!!!!"
ㅉㅉ
분명, 누가 봐도 불륜이라는 걸 뻔히 알 수 있는 상황인데,
평소 친구 B에 대한 자신의 가설에 너무 몰입한 결과, 이런 촌극이 벌어진 겁니다.
{해설: 친구가 자기 TV를 맘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가설에 매몰돼, 불륜의 현장을 불륜드라마 몰래 시청으로 착각}
물론, 연애를 하다 보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여러가지 사건.사고들이 누적되어, 아 이 사람은 내 짝이 아닌가보다 할 수 있죠.
웃긴 게, 이렇게 되면 가설 검증 처리가 이제까지와는 정반대로 움직이게 됩니다. 즉,
그 사람의 단점 위주로 스캐닝 된단 거죠.
분명 이제껏 내가 누려왔던 인정해왔던 장점들도 많은데,
이젠 그런 것들이 보이지 않고, 끈질기게 단점들만 찾아내기 시작하는 겁니다. 왜?
이미 내가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이 여자는 아닌가 보다..}, 그걸 확증하려 드는 거에요.
한 때는 내 사랑을 더 불타오르게 했던 것이, 이제는 이 사랑을 더 빨리 식어버리게 만드는 셈.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헤어지게 되어, 이전 여친보다 더 좋은 여자를 못 만나게 되면,
다시 한 번 생각{가설}이 바뀌게 됩니다.
그래, 그녀가 최고였어. 내가 너무 어리석었어..
이걸 확증{검증}하기 위해, 좋았던 기억만 떠올리게 되고, 장점만 생각하게 되고,
끊임없이 자책만 일삼게 됩니다. 분명,
단점도 있는 여자였고 그런 단점 때문에 헤어진 건데, 이젠 상황이 재반전되어
그녀가 최고다라는 걸 "뒤늦게" 확증하려 애쓰는 거에요.
불 켰다 껐다 켰다 껐다 이 지랄. 인간의 심리란 게 이다지도 청개구리 같고 까멜레온 같습니다.
♣ 공리
그럼 어찌해야 되느냐???
교과서적인 대답 말고 뭐 별 거 있겠습니까만은.
내가 짱이여, 내 생각이 맞아/틀림없어 같은 자기과신성에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겠고,
연애에 임해서는. 항상 상대방의 장점을 먼저 보려는 노력과 함께,
단점을 받아들이고/인정하며, 그걸 수면 위로 끄집어내어 교정시키거나, 아니면 안고 가야 하겠지요.
아님 뭐. 좀 더 테크니칼하게 정교하게? 생각하는 겁니다.
얜 내 인생의 여자일 확률이 84프로야, 얜 장점이 24개로 많은데, 단점도 8개 정도 있긴 있어, 뭐 근데
그게 어디야. 이 정도만 해도 감지덕지지!!!!!!!
누가 봐도 영 아니올시다란 상대방만 아니라면.
감지덕지란 이 사자성어 하나로 연애하는 둘 다 이롭게 된다는 믿거나말거나 개잡설 공리주의로 디 엔드.
※ 무명자 블로그 http://blog.naver.com/ahsune
첫댓글 오랜만에 뵙네요~ 연애는 어렵습니다 ㅎㅎ
개인적으로 매우 설득력 있네요..
오늘도 정말 좋은 글 읽네요 감사합니다
글 너무 재밌어요 ㅎㅎㅎ
제가 지금 콩깍지가 씌였는데... 처음에는 뚱뚱하다고 생각했던 애가 점점 귀엽다고 느껴지면서 지금은 뚱뚱이 아니라 글래머러스한 애로 바꼈네요 ㅠㅠ
가설확증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추천눌러요ㅋㅋ너무 재밌게 잘 봤습니다ㅋ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재밋게 잘 읽엇습니다 ^^ 콩깍지 심하게 씌워져 봣던지라 많이 공감햇네요. 저 같은 경우 그 사람의 단점도 알고 잇엇지만은 그래도 그 단점마저 좋아하게 되더라구요.
재밌어욯ㅎㅎ
무명자님 빨리 책내세요!! 구입하겠습니다ㅋ
저에게는 무명자님의 글이 비스게에 즐거움 중 하나네요 ㅎㅎ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