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배기가스를 전혀 내뿜지 않으면서 유지비가 저렴한 전기차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전기차는 이미 1920년대 GE의 창업자인 토머스 에디슨이 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비싸고 무거운 배터리, 짧은 주행거리, 부족한 전기충전소 등으로 실용화와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술적 진전이 거듭되면서 전기차는 실용화 단계에 바짝 다가섰습니다. 전기차의 종류, 핵심 기술과 한계, 해결해야 할 문제점 등을 짚어 봤습니다.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가솔린·디젤 엔진 차량은 배기가스를 내뿜을 수밖에 없다. 대기 오염과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는 지적까지 받는다. 이런 점에서 자유로운 차가 전기차다. 이 때문에 세계 주요 자동차업체들이 전기차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전기차의 초보적인 형태로 하이브리드카(☞참조)가 꼽힌다. 하이브리드카는 내연기관 차량과 전기차의 중간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내연기관을 사용하지만 일정 부분 배터리와 전기 모터를 사용한다.
궁극의 전기차는 연료전지차(☞참조)다. 수소를 화학 반응시켜 얻은 전기로 모터로 구동한다. 친환경적일 뿐만 아니라 연료비도 저렴하다. 문제는 현재 대당 제조원가가 1억원이 넘는다는 데 있다. 수소 충전소도 갖춰져 있지 않다. 차 값이 5000만원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실용화가 어렵다. 이 때문에 양산까지는 앞으로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실용화 가능성이 엿보이면 수소 충전소는 기존 주유소를 대체해 점점 늘어날 것이다.
한국은
저속 시티카 상반기 중 상용화
지난해 10월 정부는 2011년부터 국내에서 전기차를 양산, 2015년에는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 10%(정부 추산 약 7만8000대)를 달성하고 4대 전기차 생산국가가 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전기차 계획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연말 유럽·인도에서 팔고 있는 경차 ‘i10’을 이용한 전기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상용 판매가 아니라 관공서를 중심으로 연간 수십 대 정도를 시험 납품한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i10 일렉트릭’을 선보인 바 있다. 이 차를 수천 대씩 양산하려면 현재의 자동차 세제로는 불가능하다. 정부 보조금을 대폭 늘려야 일반인이 구매하려는 욕구가 생기는 가격대(3000만원 이하)까지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i10 전기차는 엔진 없이 최대 출력 67마력을 내는 전기모터를 사용한다. 배터리는 SK에너지가 맡았다. 가정용 220V 전원으로 완전 충전까지 5시간이 걸린다. 한 번 충전하면 최대 160㎞를 달릴 수 있고, 최고 시속은 130㎞다. 사실 현대차는 전기차 보급에 큰 매력을 느끼지는 못하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의 효율을 높이는 데 이미 막대한 투자를 한 데다 전기차·하이브리드카보다는 연료전지에 집중해왔기 때문이다.
반면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릴 수 없는 저속(低速) 전기차인 시티카는 당장 상용화가 가능하다. 그러나 시속 60㎞를 넘을 수 없는 시티카에 대해 일반 소비자들이 매력을 느낄지는 미지수다. 골프장 카트 전문업체인 CT&T는 올 상반기 시티카로 2인승 이존(e-Zone) 전기차를 시판할 계획이다. 가격대가 1500만원 내외로 추정된다.
세계는
닛산 리프 연말 출시, 2012년 한국 수출
전기차는 하이브리드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자동차업체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친환경차 부문에서 뒤진 상황을 전기차로 만회하겠다는 속셈이다. 대표적인 게 르노-닛산이다. 르노-닛산의 카를로스 곤 회장은 “2020년에는 세계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10% 정도인 600만 대가 전기차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도요타나 현대차 등은 견해가 다르다. 2020년 전기차 판매대수가 200만 대도 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미국·독일 등은 2015년까지 각각 100만 대, 중국은 2011년까지 50만 대의 전기차가 도로를 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 미쓰비시는 지난해 6월부터 일본 지자체와 관공서 등을 중심으로 전기차 아이미브 1000대를 공급했다. 올해 3월부터는 일반 판매를 시작한다. 닛산은 전기차 리프(LEAF)를 올해 말부터 양산한다고 발표했다. 닛산은 리프를 2012년 이후 한국에 수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BMW는 1시리즈 소형 전기차를 2013년부터 양산하기 시작한다.
걸림돌은
소형전기차도 5000만원 대 … 추우면 성능 뚝
가장 취약점은 배터리의 성능과 비싼 가격이다.
전기차의 핵심은 배터리다. 출력을 높이기 위해선 2차 전지를 써야 하는데, 현재 고성능 2차 전지 가격은 소형 전기차 기준으로 대당 1000만원이 넘는다. 통상 가솔린 엔진이 차량 가격의 10% 수준인 데 비해 전기차는 배터리 가격만 20%에 달한다. 여기에 컨버터·발전기 등을 합치면 제조 원가의 50%에 육박한다. 배터리 가격이 지금보다 절반 이상 싸져야 일반인들이 전기차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얘기다. 양산형 풀 스피드 전기차(☞참조)인 미쓰비시 ‘아이미브’의 경우 크기는 경차이면서도 가격은 400만 엔(약 5150만원)을 호가한다.
GM의 밥 러츠 부회장은 이달 12일 “디트로이트처럼 영하 10도가 넘는 추운 곳에서 전기차 볼트를 시험 운행했더니 주행거리가 평상시의 60%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 등 따뜻한 지방에서는 한 번 충전으로 60㎞를 주행할 수 있지만 추운 지방에서는 배터리 성능이 60∼70%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급가속을 하거나 정체 때문에 장시간 저속 주행을 하면서 히터·에어컨까지 가동하면 주행거리가 50%로까지 짧아진다.
중앙대 이남석(경영) 교수는 “전기차가 일반인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고 사용하려면 현재보다 주행거리를 두 배 이상 끌어 올려야 한다”며 “한 번 충전으로 300㎞ 이상 달릴 수 있고 간이 충전소에서 10분 이내 급속 충전이 돼야 본격적인 전기차 보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진단한다.
한국은 밀집 거주 형태인 아파트 문화도 전기차 보급의 걸림돌이다. 전기차는 퇴근 후 충전을 해야 하는데 기존 아파트는 이런 대규모 충전시설을 갖추기 어렵다. 심정택 자동차 평론가는 “아파트 문화는 인터넷 보급에 큰 역할을 했지만 전기차 보급에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며 “거주 형태를 고려한 전기차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응은
‘장거리’ 많이 뛰는 미국인들 시큰둥
미국에서는 예상보다 전기차에 대한 반응이 신통치 않다. 올 초 개막한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도 전기차 부스는 한산했다. 모터쇼에서 만난 한 미국 기자는 “미국인들은 자동차로 주를 횡단(통상 500㎞ 이상)해 여행가는 데 익숙하다”며 “이런 생활방식에서 한 번 충전으로 200㎞도 달리지 못하는 전기차는 시티카(☞참조) 용도 이외에는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모터쇼에서 가장 관심을 끈 친환경차는 GM이 올해 연말 내놓을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참조) ‘볼트’였다. 이 차는 전기와 엔진을 겸비해 전기차의 최대 약점 가운데 하나인 짧은 주행거리를 상당 부분 해결했다. 기름을 가득 채운 이 차의 최대 주행거리는 600㎞ 정도다.
[이런저런 전기차]
도심형 전기차(시티카)=최고시속 60㎞ 미만으로, 한번 완전 충전한 이후 주행거리가 100㎞ 이내여서 근거리 출퇴근이나 장보기 등 가정에서 세컨드카로 이용할 수 있는 전기차다. 대형 공장이나 공공 기관에서 단거리 이동용 차로도 적합하다. 골프장의 카트를 연상하면 된다. 고가의 2차전지 대신 저렴한 납축전지를 사용하기도 한다. 주로 2인승으로 고속도로 주행은 불가능하다. 차체를 가볍게 하기 위해 플라스틱 등 경량 소재로 쓴다. 국내에서도 3월 말부터 시티카가 도로를 주행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했다. 풀 스피드 전기차에 비해 안전성과 성능은 떨어지지만 가격은 1000만~2000만원 정도로 저렴하다.
풀 스피드 전기차=일반 내연기관 차량과 마찬가지로 시속 100㎞ 이상 달릴 수 있는 전기차를 말한다. 미쓰비시·닛산 등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앞다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세계 처음 양산된 미쓰비시 ‘아이미브’가 대표적이다. 대부분 리튬이온 2차전지를 사용해 주행거리가 150㎞ 이상이다. 문제는 4000만원이 넘는 비싼 가격이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 정부는 전기차를 살 때 500만~10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차가 올해 말 소형차 ‘i10’을 풀 스피드 전기차로 개발해 출시할 예정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의 중간 단계로, 하이브리드카에 전기 콘센트를 달아 배터리를 충전해 전기차로도 쓸 수 있게 한 차다. 통상 출퇴근 거리인 60㎞ 이내는 배터리로 움직인다. 장거리 주행으로 배터리가 방전됐을 때는 엔진을 가동시키지만, 이 엔진이 바퀴를 굴리는 것은 아니다. 엔진 동력은 발전기를 돌려 배터리를 충전하는 데 쓰이며, 구동은 전기 모터가 한다. 엔진이 달린 것은 하이브리드카와 같지만 전기 모터로만 구동된다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하이브리드카 이후 차세대 친환경차로 GM·도요타·포드 등이 주력하고 있다. GM이 올해 말 세계 첫 PHEV인 볼트를 내놓을 계획이다. 주행거리는 600㎞가 넘는다.
연료전지차=전기차와 함께 궁극적인 친환경차다.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직접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연료전지를 이용해 구동한다. 수소와 산소를 이용하기 때문에 에너지 고갈 문제도 해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스 대신 물만 배출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로 인한 지구온난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일반 자동차와 달리 변속기·엔진 없이 충전된 액체 또는 고압의 수소를 화학반응 시켜 전기를 발생시킨 뒤 모터 구동으로 주행한다.
하이브리드카=엔진과 전기 모터를 병용해 사용한다.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장점을 조합해 연비 향상 및 배기가스 저감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했다. 현재 가장 현실적인 친환경차로 도요타·포드 등 주요 자동차 업체가 이미 양산을 하고 있다. 신호 대기 등 정지 상태에서는 엔진이 꺼져 연비를 높인다. 출발하면 시속 20~30㎞까지 모터로만 구동해 에너지 효율을 최대화한다. 이후 가속 페달을 밟으면 엔진 시동이 걸려 전기모터와 엔진의 구동력을 함께 사용한다. 정속 주행이나 감속을 할 때는 남는 구동력을 전기로 변환시켜 배터리에 저장한다. 통상 연비가 30㎞/L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