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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보는 문화] 涉獵(건널 섭 / 찾을 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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坐井觀天을 면하려면,최소한 한 분야의 저술은 涉獵해야 | ||||||||||||||||||||||||||||||||||||||||||||||||||||||||||||||||||
先人(선인)들의 삶의 역정을 담고 있는 行狀(행장)을 읽다보면 곧잘 눈에 띄는 구절이 있다. '博覽强記'(박람강기)가 바로 그것이며,학자의 경우에는 거의 예외 없이 들어가는 문구이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많은 책을 涉獵하고 기억력이 뛰어났다는 뜻이다.
어디 예전의 학자만이 그러하겠는가? 동서양의 많은 저술을 涉獵하고 기억력이 뛰어나 '걸어다니는 사전'이라는 별명을 듣는 것이야말로 모든 지식인들의 공통적인 희망사항일 터이다. 하물며 인간의 삶과 사회현상을 다루는 인문학 전공자에 있어서랴.
하지만 莊子(장자)식으로 말하자면,삶은 유한한데 지식은 무한하다. 개인에게 주어진 시간은 제한적인데 인류의 총체적 지식은 하루가 다르게 진보하고 날마다 저술이 산더미처럼 쏟아져 나온다. 그러니 寸陰(촌음)을 아끼고 온 생애를 바쳐 책들을 涉獵한들,개인이 집적할 수 있는 지식이란 그야말로 滄海一粟(창해일속)이요 鳥足之血(조족지혈)일 터이다.
涉獵은 말 그대로 산 넘고 물 건너 두루 다니면서 사물을 구한다는 뜻이다.
涉은 水와 步가 합성된 말이니,물 속을 걸어 내를 건넌다는 뜻이다. 涉水(섭수)니 徒涉(도섭)이니 하는 말의 涉이 그러하다. 강이나 바다를 건너 다른 집단과 관계를 맺는 것 역시 涉이라 하는데,干涉(간섭)이나 交涉(교섭)의 涉이 그 예이다. 그렇게 이런 저런 관계를 거치면서 사건을 겪는 것도 涉이니 經涉(경섭)과 涉歷(섭력)의 涉이 그러하다. 그렇게 해서 어떤 대상에 대해 통하게 된 것을 涉이라고 하기도 하는데,博涉(박섭) 精涉(정섭)의 涉을 그 예로 볼 수 있다.
獵은 개를 끌고 갈기가 긴 짐승을 사냥한다는 뜻이다. 密獵(밀렵) 狩獵(수렵) 獵師(엽사) 獵銃(엽총) 등의 獵이 그러하다. 짐승을 사냥하듯 어떤 것을 찾아다니는 것 역시 獵이라 하니,涉獵의 獵은 이러한 뜻으로 쓰인 예이다. 관직을 얻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쓴다는 뜻의 獵官(엽관)의 獵이나 여색을 탐한다는 뜻의 獵色(엽색)의 獵도 그러하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獵奇(엽기)란 말의 獵 역시 마찬가지의 용례이다.
지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전 분야의 저술을 涉獵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최소한 자신과 관련된 분야만큼은 저술을 涉獵해야 坐井觀天(좌정관천)의 신세를 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출처:부산일보 글.김성진·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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